# 8
“띠리 리리~~.”
혁이의 단잠을 깨우는 핸드 폰 벨소리. 혁은 엎드린 채로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짚는다.
“네. 강혁입니다.”
“혁아….나야….”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혁은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아영아!”
“………”
기쁨도 잠시 전화를 한 아영이가 아무 말이 없다. 잠시 차가운 침묵이 흐른다.
안 좋은 느낌이 혁이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고 있다.
“무슨 일 있니?”
혁인 다소 냉정한 말투로 묻는다. 그러지 안고선 목소리가 떨릴 것 같다. 뭐지. 이런 느낌은 뭐지.
“아냐…. 아무 일도 아냐. 그냥 혁이 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아영이의 말끝이 흐리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 뭐야 난 또 무슨 일 있는지 알았네. 싱겁기는….”
“왜? 무슨 일 있음 나한테 달려와주게?”
“야 당근에 말밥이지. 하하하!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넌 나 같은 친구를 두었다는 게 행복한 줄 알아라. 하하하!”
애써 침착하게 말은 했지만 이상하게도 혁인 자기가 원하지도 않은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자기 속에 다른 누군가가 대신 이야기 하는 것처럼.
“고마워 혁아. 그래 넌 참 좋은 친구 같아. 정말 좋은 친구. 내겐 너무 소중한 친구….”
“머냐 그 말투는 닭살 돋게 시리. 너 왜 그래?”
“아냐 아무것도. 그냥 그…냥…”
아영이 말끝이 떨려오고 있다. 혁인 불안하다. 무언지 모르게 불안하다.
“미안…해. 그만 끊…을…께…”
“아영아! 아영아!”
“뚜뚜 뚜….”
냉정한 통화끊김음만이 혁이의 부름에 답하고 있다. 혁인 그렇게 한참을 핸드폰을 든채 멍하니 앉아있다. 그러다 무작정 핸드폰의 버튼을 누른다.
“016-446-****”
“네. 아영이예요. ……. 속았죠? 호호호 지금 저 아영이가 바빠서 전화를 받을 수 없네요. 속아서 억울하신 분들은 메시지 남겨 주세요. 미안해요!”
젠장. 부재중을 알리는 인사말멘트만이 흘러 나온다. 혁은 메시지를 남길까 하다 그냥 전화를 끊는다. 전화를 안받는 걸 보면 메시지를 받아도 연락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한번도 저런 목소리로 전화를 걸은 적이 없는데. 젠장 미치겠네.’
혁은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씻는 듯 마는 듯 대충 세수를 하고 나와 옷을 갈아 입고 일층으로 내려왔다. 수연인 커피를 마시며 전화기에 대고 열심히 떠드는 중이다.
“수연아 나갔다 올게.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해라.”
“민지야 잠깐만. 야! 어디가? 또 늦어?”
“나도 몰라. 늦으면 전화할게.”
뒤에서 수연이가 머라고 하는데 그 말이 지금 혁이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밖으로 나온 혁이 순간 망설인다.
‘참! 채연이. 몇 시지. 빌어먹을 5시잔아. 어떡하지….’
“빵!빵!”
순간 뒤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 깜짝 놀란 혁이 돌아본다. 채연이가 차에서 내리고 있다. 방금 도착한 듯 하다.
“혁아! 나와있었네. 나 기다린 거야? 이야! 이런 일도 다 있네.”
혁인 다시 잠깐 망설였지만 이네 마음을 정한 듯 채연이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미안하다 채연아. 오늘 약속 다음으로 미루자. 아버님한테도 정말 죄송하다고 너가 나 대신 말좀 잘 해죠. 내가 나중에 전화 할게.”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혁인 큰길 쪽으로 뛰어간다.
“혁아! 야! 강!혁!”
멀어져만 가는 혁이의 뒷모습을 채연인 영문도 모른 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