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남편이란 사람하고 말을 안한지가...
핸드폰에 수신자 거부해놓은지도 일년.
정확하게 말하면 작년 3월15일 아들녀석이 사고로 다치고 난뒤 병원에 입원하고 그 뒤 남편이란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들때문에 마음을 확실하게 닫은지 일년.
회사를 삼일째 무단결근하는 남편을 보다못해 조퇴하고 들어갔는데 마침 딸아이 학교 마치고 같이 집안으로 들어서니 남편 머리 산발을 하고 쇼파에 누워 티비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나랑 이야기좀 해.." 이러는 나한테 멀뚱멀뚱 커다란 눈망울은 아직도 생각납니다.
손가락으로 파버리고 싶을정도로....
몇번을 이야기좀 하자는 나한테 "아가리 닥쳐 니년하고는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딸아이 식탁에서 간식을 먹고 있다가 놀라 바라보고 그모습에 더놀란 나는
천원짜리 쥐어주며 "엄마가 아빠랑 잠깐 이야기좀 하게 슈퍼에서 과자 사먹고 들어올래?"라며 내보냈습니다. 부탁했습니다 "아이 나간다음에 욕하라고.."
결국은 그렇게 부탁하는 저한테 말하기도 싫은냥 휘리릭~~~~~.
그렇게 일년입니다.
전혀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사람.
그렇다고 이제 거기에 울고불고 매달리며 혼자 지랄떨기에도 지쳐버려 절대로 풀리지 않는 빗장을 채운 나.
'나한테 불만있어? " "없어!!"
"회사에 불만있어서 안가는 거야? " "아니"
"왜 집에 들어 오기 싫은 이유있어? " "없어"
이렇게 단답형으로 끝맺음을 하는 사람.
일주일에 네번 다섯번은 술을 마시고 들어오고
일요일은 방바닥에 등부치고 하루종일 커다란 눈에 쏙 들어가도록 잠만 자는 사람.
아이들이 아무리 뛰고 구르고 해도 눈 하나 꿈쩍 안하는 사람.
이제 늦게 들어와도 잔소리 안하는 내가
집안을 돌아다녀도 말문을 트지 않는 내눈에는 그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집안을 휘젓고 돌아다녀도 없는 사람인냥 무관심으로 대처하니 본인도 못견뎌 이제는 안들어 옵니다.
아니 원래도 일주일이면 몇번씩 외박을 했지만 이제는 아는체 하는 사람이 없어서 못들어 오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세식구 아이둘하고 저 정말 잘지냅니다.
이제 열살인 딸아이 동생챙겨가며 저 들어갈때까지 공부해놓고 기다리다
저 들어가면 밥먹고 같이 책보고 잠자리에 들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아침에 눈떠서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입맞추고 보듬어 주고....
원래 남편이란 사람 아이둘만 하루종일(방학때) 집에 있어도 끼니부터 걱정해야 되는 나와는 반대로
아이에게 전화한통 안하는 사람입니다.
맞벌이란 남자에게 전혀 아쉬운게 아닙니다.
혼자 동동구르며 아이아파도 내눈에서 눈물나고 ....
사랑을 못받아 주는 방법도 모릅니다.
알려주려해도 그저 받기만 할뿐 여전히 모릅니다.
이제 마흔줄에 접어든 저.
평생 이러고 살아야 된다고 우기실분 계신가요?
부부간에 싸움이라도 하는거 그나마 관심이었다는거
잔소리는 사랑이라는거 남편분들 아실까요?
잔소리가 아마도 그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결혼십년만에 진작 포기못하고 왜 바둥거리며 나혼자 속 끊이며 살았는지 후회됩니다.
이렇게 편한걸 모르고.
이제 곁에서 바라보는 남편이 마냥 불쌍합니다.
사랑을 받고 살아야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랑을 주는 대상이 저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우리 남편을 사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로서.....
죽기전에 아주 끔찍하게 사랑하고픈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관심을 갖지 않은건 용서가 됩니다만 아이들에게조차 무관심인건 용서가 안됩니다.
퇴근이 늦어진날 아이둘이서 오들오들 떨며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는걸 모르고 전화만 해대고 연락이 안돼 혼자 울고불고 눈이 벌게져서 퇴근후 그 아이들을 보았을때 아무리 연락해도 전화연결이 안되던 남편은 해외 출장중이었다는걸 (보름간) 돌아오고 난뒤 며칠이 지난뒤 알았을때 그사람의 맘속에 아무 생각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신경질이 난다고해도 보름간의 출장을 아무런 말없이 갈수 있을까요?
그를 안을 수가 없습니다. 눈조차 마주칠수가 없습니다.
눈이라도 마주치게되면 제가 죽을까봐 .....
죽고 싶을때 내가 그러지 못한건 아이들때문입니다.
어쩌다 슈퍼에서 500백원짜리 과자 봉지 들려서 오는 날에 아주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는 순진한 아이들때문에.
이혼하자고 서류 작성해서 내밀었을때 아이양육을 "부"로 표시한거 보고 아주 크게 웃었습니다.
정말 시원하게 웃어줬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양말한짝 안사주신 시어머니한테 아이들을 맡기겠다고 했을때도 웃어줬습니다.
밥벌이라도 하는게 좋지않냐고 다늙은 시누 무당 만들다 시피 하신 시어머니...
아직도 미련 못버리고 노인네가 푼돈 벌어가며 사십중반 넘어가는 시누 뒷바라지(?)하시는 시어머니께.
전세 줄여가며 푸닥거리하다가 이제 지하에 사십니다.
좋다네요. 윗풍도 없고 따땃해서...
그리고 얼마전에 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다가오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어린이집 안가겠다고 떼쓰는 녀석을 억지로 보내고 부랴부랴 운전해서 가는데
핸드폰으로 집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마침 눈내린뒤라 질퍽거린 길바닥에서 넘어졌다는 아들놈이 징징거리며 옷을 다버렸다고 하는데
차를 돌려 가기에는 길이 너무 막혔고 그냥 입을수 있으면 입고 다시 가라고 얼러야 되는 내상황이 엄마라는게 너무 기가막혀 혼자서 찔찔짜며 갔습니다.
마침 걸려온 전화 "너한테 내가 뭘 해줄까? 내가 열심히 벌어야겠다."라는 말에 ..
"내가 열심히 일하면 너를 조금은 편하게 해줄수 있겠지? "라는 말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십년동안 같이 사는 남자에게 한번도 듣지 못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들어보니 감격과 비참함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그만 남편을 놓아주라는 그사람.
내가 그줄을 끊지 못하면 평생 저러고 살 남편.
그나마 이쯤에서 놓아주는게 남편을 위하는 길이겠죠?
이글을 읽으시는 남자분들 혹여 바람난 여편네의 하소연쯤으로 들으신다면, 배부른 소리쯤으로 들으신다면 참 할말없습니다.
"남편하고 대화로 풀어보세요"라는 분들 대화가 안되니 일년을 말안하고 살았지요.
남편하고 잘지내보라는건 이제 제가 죽는 길뿐입니다.
아이가 아파도, 내가 아파도 전화를 안합니다. 제가...
핸드폰의 위력은 내가 받기 싫으면 안받고 받고 싶은 전화만 받을 수 있다는겁니다.
그걸 남편에게 배웠습니다.
남편은 전화를 절대로 안받습니다. 귀찮은건 딱 질색이라...
집, 회사, 자기 형들....귀찮으면 다 거부합니다.
그래서 전 남편이 원하는 대로 제 핸드폰에 수신자거부로 등록해뒀습니다.
이제 남편이란 사람의 번호도 가물가물해지네요.
아침에 딸아이 학교에 제출하는거에 부모핸드폰번호를 적는란이 있어서 물어봤네요
"아빠 번호가 몇번이냐?"고
제가 사무실에서 잠깐 짬나서 적는 중이라 좀 횡설수설이네요.
저 좋은사람을 이제 만나고 싶어요.
제가 여자였던걸 잊고 엄마로서만 살아야 되나요?
요새 좀 복잡해지는 통에 혹 저처럼 이렇게 고민하시는 분들의 의견이라도 들으면 정리가 될까해서 올립니다.
혹 욕하시는 분들이 계셔도 어쩔수 없겠지요.
제가 처한 상황을 다 아시진 못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