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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타짜 "내 기술은 카메라도 못잡아"

타자사랑 |2006.10.27 21:06
조회 4,769 |추천 0

원조타짜 장병윤씨 "내 기술은 카메라도 못잡아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는 드물게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10위권에 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타짜>. 전국 관객 6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흥행도 흥행이지만 이 영화로 인해 다시 관심을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원조 타짜인 장병윤(52)씨.

현재 그는 고구마 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민물고기를 잡아 파는 어부이지만 19년 전만 해도 한국 최고의 전문 도박사, 즉 타짜였다.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허영만 작가는 만화 <타짜>를 만들었고 최동훈 감독은 그로부터 자문을 받아 영화 <타짜>의 완성도를 한껏 높일 수 있었다. 주연 조승우는 영화를 찍으면서 장씨로부터 손놀림을 배웠다.

그가 도박판에서 사용하는 손기술은 카메라로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장씨가 밑장빼기(화투패나 카드의 윗장을 빼는 척하면서 밑장을 빼는 기술)를 하면 일반인은 도저히 알아챌 수 없다. 그는 4년 전 한국아이닷컴 취재진에게 카드와 화투패를 이용해 밑장빼기, 낱장치기(화투패와 카드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섞는 것), 도쪼(화투를 한두 장 더 가진 뒤 숨겨놓고 필요시 꺼내 쓰는 기술) 등의 기술을 공개한 적이 있다. 취재진은 감탄사만 연발했을 뿐 손동작이 너무 빨라 카메라로도 기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이 기술들을 응용해 200가지에 가까운 도박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스케키 장사부터 룸살롱 웨이터까지 안 해 본 것 없는 밑바닥 생활을 하던 장씨는 재벌들이 들락거리는 고급 룸살롱에서 하룻밤에 수천만원을 우습게 쓰는 재벌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당시 그의 월급은 2만원. 장씨는 정상적인 삶을 포기한 후 일확천금을 찾아 도박판을 기웃거리다 그동안 번 돈을 몽땅 날린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연한 기회에 타짜를 만나 수없는 밤샘 연습 끝에 스무 살 나이에 도박판 최고의 타짜가 된다. 그는 스승을 뛰어넘는 도박 실력으로 무장하고 도박판을 전전하며 잃었던 돈을 되찾지만, 그 사이 아내는 집을 나가고 8개월짜리 딸아이는 해외로 입양이 됐다.

충격을 받은 그는 도박에 더욱 빠져들었고 몸은 술과 마약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나 그는 손에서 화투를 놓지 못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재벌2세와 폭력배, 밀수꾼 등 ‘호구’(타짜들의 먹잇감)들을 상대로 돈을 긁어모았다. 하룻밤에 17억원을 따기도 했다고 한다. '호구'를 찾아 도박판을 기획한 '설계사' 등과 나눠가지고도 무려 2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돈을 모으지 못했다. 마약과 여자에게 몽땅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끊기 어렵다는 도박과 도박 다음으로 끊기 어렵다는 마약을 동시에 끊을 수 있었을까. 타짜와 판돈을 두고 칼부림까지 하는 등 인생의 나락을 경험한 그는 마약으로 감옥까지 다녀오는 '폐인'이 다 돼서야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장씨는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우환이 그치지 않는 것을 본 후 자신이 저지른 죄가 업보가 돼 가족을 짓누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박판 생활을 접고 마약을 끊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사기도박 예방 사이트를 운영하고 사기를 사용할 수 없는 화투와 카드를 개발하는 등 도박의 폐해를 줄이는 데 힘을 기울였다. 또 타짜들의 기술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타짜들의 히든 테크닉>이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그는 도박판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말로뿐”이라면서 지금까지 돈을 모아 부자가 된 타짜들을 본 적이 없다고 경고한다.

현재 그는 경남 산청에서 민물고기를 잡고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큰 욕심 안 부리는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 도박판에서 잃은 영혼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룻밤에 20억원에 가까운 돈을 만지기도 했다는 도박판의 타짜는 어느덧 '인생의 타짜'가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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