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부부일기]아내의 우산

한길 |2003.04.25 02:32
조회 19,656 |추천 0

봄비가 아내의 슬픔처럼 구슬구슬 내린다.

아내의 눈망울은 소처럼 커서 작은 상처에도 쉬 눈물을 뚝 떨군다.

부채 이자의 독촉으로 지치고 힘들 텐데 아내는 여전히 애교로 나의 피곤을 풀어주려 애쓴다.

그런 아내의 애쓰는 모습이 애처로워 뭐든 열심히 하려는데 잘 안된다.

언젠가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자기야, 자기는 나의 우산이야. 그것도 아주 커다란 우산..."

 

"왠 뜬금 없는 우산?"

 

"자기는 궂은 비로부터 나를 지켜줘야 해."

 

"......"

 

작은 불행의 씨앗을 예감이라도 한듯 아내는 다소곳이 이런 말을 했었다.

우산이라......

그러고보면 아내에게 불행이라는 비를 고스란히 맞게 방치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이 된다.

세상의 어느 여자가 남편의 듬직한 그늘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 아내의 작은 바램을 나는 지켜주지 못했던 것이다.

 

불혹을 곧 앞둔 나이에 아이들 재롱을 보며 살아가야 마땅한 것을 아직 우리에겐 아이가 없다.

몇 년전, 어렵게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결혼하고 몇 년만에 임신을 했으니 그 기쁨이 오죽했으랴.

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면서 건강한 태아라는 의사의 말에 아내를 애지중지했다.

그런데, 3개월짼가 정기검진을 갔는데 의사의 소견이 태아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재검진을 정밀하게 하고 태아가 쌍둥이인데 그것도 샴쌍둥이라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태아가 혼자였고 건강하다고 했었는데......

태아를 수술하지 않으면 산모까지 위험하게 되었다고 하여 전문병원, 대학병원을 전전하며 재검을 했다.

결과는 모든 병원이 수술을 권하는 것이었다.

의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희귀한 사례라고까지 의사는 말하면서......

아내에게 그 때도 우산이 되어주지 못한 죄책감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채 태어나 보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보낸 태아에 대한 죄책감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아내의 꿈은 아주 소박하다.

집안 구석구석 예쁘게 꾸미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다.

요리한 음식을 게걸스럽도록 맛나게 먹어주는 나를 아내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진 요즘 아내는 요리대신 일을 한다.

물론 나도 일을 하면서 집안일을 분담하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주방의 싱크대에서 음식냄새가 안난다.

아내의 소박한 바램을 지켜주지 못해 일터로 내몬 것이다.

 

세상을 돈으로만 살 것은 아니지만 정말 아내의 소박한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려 한다.

비록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어려운 가운데 대학도 다니고 유학도 갔다오고 하지 않았던가.

하늘은 사람에게는 견딜만한 고통만 주신다지 않던가.

아내의 든든한 우산이 되어 주기 위해서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나약한 우산을 씌워준들 아내의 소박한 꿈은 빗에 젖고 만다.

 

38번째 아내의 생일이다.

아내를 위해 정성껏 미역국이라도 끓여 축하해 줘야겠다.

 

 

 

 

 

☞ 클릭, [부부일기] 여보, 너무 미안해... 보기

☞ 클릭, 부부일기 : http://club.nate.com/bubudiary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