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몇년 전부터 눈으로 톡톡을 구경만 해봤던 사람인데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여튼 반갑습니다.
고민이 있네요...본론으로 얼른 들어갈게요.
저에겐 너무나 사랑하는, 결혼이 너무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극심하게 반대하시네요. 지나칠 정도로 말이죠.
그와 저는 선으로 만났습니다. 지금은 그는 33, 저는 29입니다. 저는 고향이 울산( 부모님은 대구.경북분들), 그의 고향은 안동...여튼 그와 나를 지방의 조그마한 결혼 정보 회사에서 이어줬죠.
그렇게 작년 10월 28일에 만났습니다. 결혼이 너무나 하기 싫은, 2년전에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해서 선 같은 건 꿈에도 생각 못했고 억지로 나갔던 선이죠. 어머니가 심하게 별나시거든요. 제가 별다른 능력없이 있으니 제가 25살때부터 선을 보라고 하셔서 선도 많이도 봤었습니다. D 결혼정보회사, 그리고 대구, 울산 지역 결혼 정보회사까지 제가 등록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많은 시간 힘들었습니다. 선을 보라는 엄마의 강압적인 태도에 말이죠.
키도 작고...외모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그를 제가 좋아했을리 만무했죠. 제가 좀 철이 없었거든요. 맘에 들지 않았던 사람이고 전 만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완강하시더군요.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아느냐, 그만한 능력 있는 애가 있는 줄 아느냐, 키가 뭐가 문제냐, 외모 그런거 따져선 시집 못간다 등등 특히 저희 아빤 무조건 결혼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만 만나고 싶다고 투정부리면 오만가지 욕설까지 들어야 했죠. 저희 부모님은 늘 그런식이십니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이신 분들이시죠. 그래서 처음엔 억지로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알면 알수록 좋은 사람이었고 너무나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난지 3개월 만에 이 사람이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하기로 맘 먹었죠. 그래서 우리 부모님도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만나 남자 친구가 우리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분위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2주 뒤에 안동의 남자 친구 집에 인사하러 갔었죠. 남자 친구 부모님도 저를 무척이나 좋아하셨습니다. 드디어 상견례를 5월 중으로 하는 것으로하고 결혼은 9월쯤으로 하기로 잠정적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남친이 3월 말에 정식으로 울산에 내려가기로 했었죠.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네요...
그리고 3월 초. 우리 부모님이 우리 할머니께 손녀 이제 결혼할 거라고 말씀드렸나봅니다. 그런데 할머님 왈, " 부모연세가 너무 많으시다. 이상하다. 호적등본 떼어달라해서 확인해 봐라." 그러셨죠. 남친의 부모님 연세는 아버님이 78, 어머님이 68이십니다. 남친의 위로 형 하나 있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저의 남친에게 부모님이 호적등본 떼어오라 요구하는 거 자체가 싫었죠. 상대편 부모님께 분명히 엄연한 실례일테니 말이죠.
여튼간 호적등본을 떼어서 살펴 보니, 남친의 어머니가 둘째 부인이셨습니다.
남친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할아버지가 워낙에 완고하셔서 남친의 아버지가 장남이시고하니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첫번째 부인하고 결혼해서 살았는데 딸이 둘 밖에 없어서 중간에 여자를 데리고 오셨고 그 여자분이 남친의 어머니이신거죠. 그런데 남친의 어머니는 남친의 아버지가 원래 부인이 있는 줄 모르고 속아서 결혼하셨다고 합니다. 아들을 낳고 보니 부인이 있었던 거죠. 한마디로 남친의 할아버지의 철저한 완고함에 두 여자가 다 가슴 아픈 세월을 보내신거죠. 첫번째 부인은 아들을 못 낳아서, 남친의 어머니는 속아서 결혼해서 평생을 호적에 이름 한번 못 올리고 남친하고 남친의 형은 호적에는 남친의 어머니의 아들이 아닌, 첫번째 부인의 아들로 되어 있구요.
첫번째 부인은 작년 2월에 돌아가시고 남친의 어머니는 작년 3월이 되어서야 호적에 등재 되셨습니다. 물론 혼인신고를 작년에 한걸로 나오죠.
그 이유로 갑자기 우리 할머니가 첩의 아들이니, 서자니 하시면서 절대 안된다고 하시고 우리 고모까지 그러니 우리 아빠, 그리고 엄마까지...절대 안된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결혼하라고 권하시더니 이제는 절대 결혼 시킬수 없다고 하십니다.
너무나 반대가 심하십니다. 특히 우리 엄마...울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셔서 5일을 저랑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잠도 안재우고 계속 볶아 대고 그리고 전화로 남친에게 심한 말 하고 만나서도 그러고...
우리 엄마의 그러한 태도에...전 다른 지역에 방을 구해서 나왔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관두고 혼자 나와 있죠. 제가 어디 있는 지 부모님은 모르십니다. 사실 남친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제가 안 가르쳐 줬기에...
그후...우리 엄만 남친한테 입에 담지도 못한 말들과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곤 남친의 부모님한테는 첩년이니, 남친의 아버지한테는 추접하고 더러운 새끼라고 하고...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할 것도 없이 남친한테 전화하고 회사로 전화해서 회사 부장한테 남친에 관한 험담을 30분간 하고...회사 생활하기 힘들정도로 자주 전화하시죠. 이미 오만가지 별소리 다 들어서 이젠 남친은 그냥 덤덤합니다.
오늘도 제가 전화로 절대 포기 할 수 없다고 몇마디 했더니 바로 남친한테 전화해서 욕하고 죽인다고 하고 왜 내꺼를 뺏어가려고 하냐고 어디다 내 딸 숨겨 놨냐고 너네 동거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고 다시 남친의 엄마한테 전화해서 첩년의 아들이라 피가 더럽다고 하고...남친의 어머니 응급실에 오늘 실려가셨습니다. 남친의 어머니가 한많은 세월을 보내셔서 그런지 심장병이 있으시답니다. 몸이 많이 약하시구요...그집에서도 이제 완강히 반대하십니다.
정말...부끄럽습니다. 제가...늘...그래도 엄마에 대해선 아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있었는데...처음이네요. 제가 우리 엄마, 아빠의 딸이라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슬픕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설득자체가 안됩니다. 너무나 완강합니다.
우리 엄마가 남친에게 그러더라구요. "자네 똑똑하고 훌륭하고 능력있는건 알지만, 공부를 못하면 하면 되고 못생기면 고치면 되고 돈 없으면 벌면 되지만, 자네 잘못은 아니네만 자네는 절대 내 딸과는 안되네. 우리 집안하고는 절대 될수가 없네. 우리집 호적에 내 딸이 그쪽집 호적에 올라가는 건 있을 수가 없네. 첩의 아들한테 무슨 시집을 가는가? 안 그런가? 자네는 자네 잘못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잘못사셔서 주홍글씨를 새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네."
가슴이 아픕니다. 그 수많은 상처들 어떻게 제가 말로 다 치유해 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엄마 아빤 챙피해 죽겠답니다. 그런 사람들하고 섞여 앉아서 결혼식하는 자체가 부끄럽다고...우리 엄마, 과거에 초등학교 교사셨고 우리 아빤 대기업 현직 임원이십니다. 결혼식하면 몇백명이 올테니 남의 이목이 두렵고 싫으신거죠.
하지만 저 별볼일 없습니다. 대학원까지 나와서 기껏해야 한달에 100만원 조금 이상 버는 초, 중등부 영어학원 강사일 뿐이고 키도 작고 그냥 그렇습니다. 취업해서 모아놓은 돈 한푼도 없고 철도 없고...29이지만 세상물정도 모르는...헛똑똑이에다 뭐든지 조금만 힘들면 견디기 힘들어 하고 남친에게 투정부리는 철부지입니다. 남친 없인...이제 제 인생을 꾸려가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는 나에게 정신적이고 심적인 지지자이니까요.
남친은...저 아니어도 저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겁니다. 학창 시절때 공부도 잘했고 대학시절때 4년내내 장학금 받고 다니고 대학원도 좋은데 다녔고 지금은 어느 회사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돈도 잘 벌고 입사해서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이 1.6억 정도 되구요. 알뜰하죠. 착하고 너무나 성실하고 속이 깊은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한건...저를 너무나 많이 생각해 주는 저에겐 최고의 사람입니다.
남친은 저없인 못산다고 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라구 하구요. 자기 부모님한테는 너무나 죄송하지만...포기하면 한평생 죽을만치 후회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어떻게...결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