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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8

편지 |2003.04.30 09:58
조회 116 |추천 0

지하철서 읽은 글인데, 어느 여자가 치한에게 폭행을 당했다더군요.

그여자는 그일로 시력까지 잃게 되었는데, 기자가

"남은 여생을 그 남자를 원망하며 살겠네요"라고 말을 하자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 남자 때문에 잃은 날은 하루면 족해요.

여생은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겠어요."

지친 하루 였는데 이글이 저에게 힘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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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손님이 잠시 끊어질 시간에 그가 들어왔다.

주인언니는 음악을 틀어주고 있었고 나는 카운터에 앉아서 문쪽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왜그렇게 멍한 표정이야? 멍순아~"

"지금 오는거야? 공부 많이 했어? 저녁은 먹었어?"

"공부는 그럭저럭 했고 저녁은 대충 떼웠어."

"빵 조금 있는데.. 잠깐만.."

주방에 가서 유리잔을 한번 더 헹구어 오렌지 쥬스를 담고

내가 저녁으로 먹고 남은 빵을 꺼내어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그 빵위에 살짝 뽀뽀를 했다.

 

카운터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빵과 쥬스를 먹는 그를 보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설마 내가 그 빵에 뽀뽀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지^^

"현우형은 아직 안왔어?"

"응.. 오늘은 좀 늦네. 언니, 현우오빠에게 안온다거나 그런 연락은 없었지요?"

"둘이 데이트 하려구? 그냥 들어가~  이정도 손님은 나혼자서 볼 수 있으니까."

"들어가도 돼요?"

"그래~ 주인인 내가 오히려 눈치가 보인다. 빨리 둘다 나가!"

 

"언니 화난건 아니겠지?"

"그럼~ 장난치는거야. 10분 일찍 가는건데 뭐~

우리 동네 한바퀴만 돌자."

그가 나의 손을 잡던 그 감각이 지금도 기억난다.

언제나 막 씼은것 같은 그의 손. 길어서 내손을 폭 싸안아주었던 그의 손.

손바닥이 닿을때의 그 감촉. 어떻게 그렇게 편할수가 있었을까.

그의 손을 잡으면 발걸음까지 흥겨워졌었다.

"어느 쪽으로 돌거야?"

"길 건너서 돈암동 쪽으로 걸어서 한바퀴 돌아 집앞까지 데려다 줄께"

 

나는 지금도 그길이 좋다. 왕복 2차선인 찻길옆 인도.

굵은 플라타너스 나무. 긴세월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울창한 나뭇잎.

간간이 다니는 차. 여름이어도 서늘한 그길.

우린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었을까.

계속 이야기를 하고 웃고 했었던것 같다.

뛰어서 신호등을 건너 다시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올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던거 같다.

 

"학원 국사선생님이 정말 재미있어.

나는 국사가 그렇게 재미있는 과목인지 몰랐어.

광주 학생 사건을 말씀해 주시면서,

근데 너 그 사건 알아?"

"일제시대에 일어난거?"

"음~ 역시 내 여친은 명석하군. 계속해봐~"
"기차에서 일본 남학생들이 조선 여학생을 놀려서 그게 발단이 되어 일어난거 아니야?"

"응, 맞어. 근데 그 사건을 국사 선생이 '우리나라 여학생은

우리가 놀릴꺼예요!' 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했다는 거야.

얼마나 웃었는지.."

"근데 그러고 보면 광주에서 시위가 많이 일어나긴 했어.

전두환정권때도 광주에서 제일 먼저 시위가 일어났다면서..

거기 사람들이 뭐가 있긴 있나봐."

"됐어, 거기까지. 나는 그런쪽 이야기 재미없어~"

 

주택가로 들어가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술취한 사람 하나도 눈에 안띄었다.

"여기 잠깐 앉았다가 가자."

화단 처럼 가꾸어 놓은 돌위에 나란히 앉았다.

초여름의 서늘한 밤공기가 그렇게 기분좋을 수가 없었다.

"별이 몇개 없어"

"응 어릴때는 그래도 많이 보였었는데.."

"겨울에는 꽤 보이는데.. 여름이라서 그런가?"

말하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는 잡고 있던 손을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다음 번에는 입술이다^^"

 

그렇게 그 밤은 지나갔다. 순수한 두사람의 영혼.

깨끗하고 세상에 때묻지 않았던 두 영혼.

서로만을 바로 보며 서로만을 비추었던 그시간.

어떤 사람을 그렇게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은 20살이라는 나이 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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