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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로맨스

운비 |2007.04.04 23:35
조회 1,556 |추천 0

나의 공간은 10평이 전부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예전보다 많이 넓어진 공간이라서 지금은 이 정도로도 행복하다. 더 없이 너무너무 난 이 집에서 행복의 꿈을 찾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 바로 위에 보이는 창문에서 햇살이 들어오고 침대에서 일어나 한 걸음만 걸으면 바로 부엌이라서 많이 움직이지 않았도 된다.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난 5시 부터 일어나 우유배달를 한다. 다리 하나 사이로 내가 사는 동네는 서민층이고 반대편은 부유층이다. 가끔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더러운 세상 돈만 있으면 나도 공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악착같이 돈를 모으고 있다. 하하하

 

미경: 아줌마 오늘은 어디로 가요
배달아줌마: 미경 왔구나 오늘은 순자 아줌마 구역까지 해줘야겠어. 이를 어쩌나 글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길가다가 좀 다쳤나봐 .
미경: 얼마나요
배달아줌마: 글쎄 나도 모르지 아침에 전화 받자 마자 바로 달려갔어. 아마 내 생각에는 며칠은 못 나올것 같아
미경: 어쩔 수 없지요 어디로 가면 되죠?
배달아줌마: 미경학생 구역까지 돌고 맞으편 솔라 빌라만 돌아줘 순자 아줌만 구역까지 돌면 힘들어서 안돼
미경: 괜찮아요 남는게 힘인데요 뭘

 

한 두시간은 더 돌아야할 것 같다. 면접 시간은 오후 2시까지이니까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배달아줌마: 미경학생 그럼 수고해

 

우유 무게가 오늘은 장난이 아니다. 뭐 돈은 두배겠지. 한두시간 더 힘들다고 아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배달에 필요한 교통수단은 자전거였다. 공짜로 운동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다.
집집마다 우유를 배달하고 나면 정말 온 몸에 땀이 장난이 아니다. 순자 아줌마 몫까지.... 죽었다. 아줌마가 가르쳐준 약도는 가지고 나왔지만 집 찾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더 늦기 전에 우유를 배달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산 꼭대기에 있는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하니 너무 가파른 언덕이라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경: 이런 집에 나도 한때 살았지. 부모님이 잘 나갔을때....후

 

이런 곳에 오면 옛날 생각이 문득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딩동

 

여자: 누구세요
미경: 우유배달입니다. 여기 오는 아주머니가 일이 있어 못 나왔어요. 우유 어디에다 놓을까요.
여자: 문 안쪽에 있는 가방에 넣어주세요
미경: 네. 알겠습니다

 

철문 안쪽에 볼일듯 말듯 초록색 가방이 놓어져 있었다.

 

미경: 섬세한 집이네. 이런 것에 신경도 다 쓰고...

 

우유를 넣고 돌아서는데 남자 한명이 불쑥 나왔다.
얼마나 놀랬는지.... 검정색 양복에 검정색 모자 검정색 선글라스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새벽부터 선글라스야. 미친사람 아니야.   그 남자를 나는 미친사람 취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허둥지둥 자전거을 끌고 다른 집으로 올라갔다.

 

미경: 미쳤어 운동하면서 무슨 선글라스야 도둑놈처럼 검정색은.....또 .... 혹시 우유도둑아니야

 

그런 의심이 슬금슬금 들기 시작했다. 함부로 사람을 의심하면 안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순자아줌마도 우유도둑때문에 곤혹을 치른적이 있지 않는가? 나는 가던길를 돌려 다시 그 집으로 향했다. 물론 의심할 생각은 없지만 우유가 도난당하면 나만 손해다.
조심조심 나는 숨을 죽이고 벽를 타고 그 집 대문을 훔쳐보았다. 그 남자는 철문에 매달린 초록색 가방안에 손를 넣고 있었다. 그러나 우유가 잘 꺼내지지 않는지 용쓰고 있다. 만약 그 남자의 집이 바로 이 집이라면 대문밖에서 우유를 꺼내려고 저렇게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 포착 딱 걸렸어

 

미경: 이봐요

 

기세등등하게 우선 큰 소리는 쳐지만 그 다음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리도 떨리고 경찰서까지 가야하는지도 의문이다. 복잡한 일은 싫은데...

 

미경: 이집 살아요

 

나는 알 권리가 있었다. 우유배달하는 사람으로....

 

그 남자: 이집에 살면 뭐가 달라지는데....

 

아주 거만하게 나오는데.... 너 오늘 죽었어

 

미경: 이 집에 살면 도둑이 아니죠
그 남자: 그래 그럼 난 도둑이 아닌데...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이 삐리리... 멋있게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 참 연습이라고 하고 부를걸

 

미경: 이 집 주인이라면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가봐요.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남자: 재미있는 우유배달원이네.
미경: 웃어 내가 개그맨인가....요 그리고....
그 남자: 잘가

 

내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검정색 그 남자는 그냥 철문를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유도둑은 아닌게 확실해졌다. 그러나 이 기분은 정말 떡 같다. 뭐야 저 사람.. 기분 나쁘게..
배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9시가 좀 넘었다. 머리감고 이리저리 밥먹고하면 12시가 될 것 같다. 집에서 12시에는 나가야 면접시간에 늦지 않을 것 같다. 면접를 위해 남대문에서 산 정장 투피스가 영 신경쓰였다. 치마을 입어 본지도 10년이 넘었다. 구두을 신어 본지도 10년이 넘었다. 나를 위해 이런 것을 산지도 10년이 넘었다. 내 나이 28살 10년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10년 동안 모든 것이 정지된 삶으로 살았다. 다른 삶. 다른 세상. 다른 사람들...

 

미경 :에이 생각하면 뭐해 아침부터 재수 똥하고 만나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거야

 

멋부리는 것 좋아하고 하루종일 거울앞에 앉아 어떤 모습이 예뻐보이는지만 연구하던 내가 10년 동안 어떻게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것만 연구하게 되었다. 찬밥에 된장찌게 김치 이게 전부라도 나에게는 세상의 전부를 갖진 듯 했다.. 매일 라면만 먹은적도 있었다.

미경 : 예전보다 많이 낳아지고 있어 이 회사만 합격하면 내 꿈의 반은 벌써 이루어진거야

거울앞에 앉아 안에는 흰색 블라우스와 아이보리색 반소매 자켓과 무릎까지 오는 에이자형 치마를 입어보았다. 머리는 풀것인지 묶을 것인지 고심하다가 단정한게 더 좋을 것 같아 묶기로 결정했다. 입술에는 립글로스을 살짝 바르고 샤도우는 하지 않았다. 안해도 눈썹이 길고 숱이 많아 한 것처럼 보였다. 쌍거풀은 없지만 작지 않은 눈이라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장점을 갖고 있는 눈이다. 동양과 서구적인 이미지를 다 갖고 있었다. 10년 동안 나는 한번도 이런 모습으로 지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 다르게 살 것이다

 

미경: 내가 좀 예쁜편이지. 나의 얼굴의 단점과 장점을 난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신뢰적인 이미지를 만드는지 잘 알고 있거든

 

겨우겨우 늦지 않는 시간에 도착했다. 조금한 중소기업에 비서하나 뽑는데 무려 100명은 지원한것 같다. 그러나 난 자신있다. 이런날이 올줄아고 난 모든 준비를 처절히했다. 그래도 조금은 불안하다. 쭉쭉빵빵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도 아닌데 전국에서 미인들만 모아놓은 것 같았다

 

남자: 여기 주목해주세요 지금부터 5명씩 면접를 봅니다. 오른쪽 탁자에가서 번호표을 받고 5분 뒤에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안오시 분들은 바로 탈락입니다.

 

남자의 설명이 끝나고 웅성웅성 사람들은 번호표을 받아 들기 시작했다. 내 차례는 좀 뒤였으면 했다. 왜냐면 스타킹에 줄이 가 있었기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못한점은 내 탓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위기를 잘 넘겨야했다. 그런데 된장. 내 손에 들려있은 번호는 1번이었다. 재수가 없어도 진짜 더럽게 없다. 오랫만에 입은 치마도 어색하지만 스타킹에 줄이 나갈지 꿈에도 생각못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무튼 이 난관를 지혜롭게..... 우선 난  화장실부터 찾았다. 첫인상이 50%로는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내가 아무리 일어. 영어. 중국어 모든 면에서 뛰어나도 줄 나간 스타킹은 나의 생활를 아니 성격에 마이너스 점수가 될 수 있었다.  면접보는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 모두들 자신들의 생각에 빠져 있어 나 같은 것에는 신경도 안썼다.  미경은 5분후에 있을 면접를 위해 화장실부터 찾았다. 긴장하지마... 긴장하지마... 심호흡.. 떨지말고... 아무리 되뇌어도 잘 되지 안는다


몇층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아래층보다 실내부터가 달랐다. 조심조심, 사람눈에 뛰지 않게 조심하면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나갔다. 드디어 화장실 발견. 미경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화장실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남자 화장실밖에 없었다.

 

미경: 이게 뭐야. 왜 여자화장실은 없지. 여기는 여자도 없나

 

잠시 망설였지만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미경: 사람도  없는데 뭐. 괜찮겠지

 

한두번 두리번거리고... 아무런 미련없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과 판이하게 틀렸다. 돈으로 도백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미경: 돈이 남아도는구만... 화장실에 무슨 도금이야... 미쳤어 제 정신이 아니야

미경은 스타킹를 갈아 신으면 이 화장실을 쓰는 남자를 상상해 보았다. 변태야 변대...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미경은 다급한 마음에 문을 세게열고 밖으로 나오다가 어떤 남자와 부딪쳤다. 이럴때는 안면몰수. 여기서 최대한 빨리 도망가는게 내가 살면서 얻은 교훈이다. 스피드.

 

그 남자: 이봐 당신 누구야

 

어찌나 무시무시한 목소리인지... 울던 아이도 놀라서  울음을 뚝. 미경도 그랬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었다.

 

미경: 죄송해요. 저 못본걸로 해주세요

 

미경은 그 남자를 볼 수 없었다. 그냥 모르는척 후다닥 뛰어나갔다.  어휴 살았네 무슨 남자가 저렇게 무서워.. 간 떨어질뻔 했네. 그래도 제 시간에 늦지 않았다.
미경은 다시 평정를 되찾고 면접보기 위해 들어갔다.  미경이 예상했던 질물이 나왔고 미경은  막힘없이 질문에 답했다. 5명중에서 내가 제일 잘 한것 같았다. 미경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면접관: 김미경씨는 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왜 비서실이죠
미경: 제가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여자도 얼마든지 남자와 동등하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 이 회사에 사장인 김동준 사장님이 제 아버지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래서 여기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비서는 꽃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이 회사 전반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또....

미경은 다음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면접보는 사람이 일제히 일어나는 바람에 미경도 어쩔 수 없이 뒤돌아 보았다. 키가 큰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왔다

면접관: 사장님 이제 오십니까.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 남자: 괜찮아요. 하시던 일 계속하세요

거만하게 그 남자 자리에 앉았다. 미경은 좀 속이 상했지만  높은 사람이니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면접관: 김미경씨 아버지가 김동준씨라고요. 정말 뜻밖입니다.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미경: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든 면접은 아니 내 면접은 거기서 끝났다. 미경은 집에 오는내내 기분이 안 좋았다. 그 남자 들어오기 전에는 아주 분위기 좋았는데... 아무튼  사장이라는 그 놈 첫 인상은  뭐라고 설명은 못하겠지만 남자가  공포영화에 나오는 악당같기도하고, 카리스마도 좀 있는것 같기도하고, 딱히 설명은 할 수 없었다. 아무튼 강한 인상이라는 점은 인정.
밥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도 않는다. 떨어지면 안되는데... 내 인생 여기서 쫑인데... 어쩜 좋아...

초조해서 미칠 것 같았다. 도저히 발표일까지 기다리지 못 할 것 같았다.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미경은 마트에서 아니 구멍가게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서  홀짝이고 있었다

미경: 이럴때 남자도 없고, 참 청승이다. 내 인생 왜 이리 자꾸 꼬이냐... 부모님 살아있을때가 좋았지

맥주 한모금을 목으로 넘기는데... 문을 사정없이 여는 사람이 있었다. 내 친구 이혜숙 이 시간에 그
친구말고 그렇게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혜숙: 미경아. 나 정말 그 인간이란 못 살겠다.  그 인간이란 더 살면 내가 이혜숙이 아니라 김혜숙다.
미경: 그럼 김혜숙이네
혜숙: 야 이번에는 진짜야
미경: 언제는 아니었니
혜숙 : 이혼할거야... 정말 이야.. 애가 정말 열받게 만드네

미경의 손에 있던 맥주를 뺏어 혜숙이 쭉 마셨다.

혜숙: 내 얼굴 좀 봐. 그 인간이 때렸어. 돈도 못버는 주제에... 나쁜 놈
미경: 니 신랑은 어느 병원 갔어
혜숙: 동네 병원에 갔겠지
미경: 이번에는 뭐 던졌냐
혜숙: 싼거.... 구두...

 

미경은 아무런 변화없이 친구 혜숙의 멍든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봤다. 더 표현하자면  늘 있는 일이나까 이젠 새로울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달에 두번은 아니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은 늘 이?게 오는 혜숙이였다.

 

혜숙: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 인간이 먼저 시작했다 뭐... 난 그냥 살짝 던졌어.. 진짜야... 피가 날 줄 몰랐어... 무슨 남자가 그 것도 못 피하냐 
미경: 너 체육학과 나왔어. 체육선생님이 힘은 얼마나 세겠냐.  니 남편도 참 불쌍하다.
혜숙:아무튼 오늘은 안들어가. 그러니까 나 설득할 생각하지마
미경: 마음대로해라

미경의 반응에 혜숙은 다시 친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혜숙: 너 오늘 상한 우유 먹었어
미경: 아니..  상한 우유라도 먹었으면 좋겠다.

그제서야 혜숙은 오늘 미경이 면접보는 날이라는 걸 알았다. 미안한 마음에 혜숙은 다시 맥주를 미경의 손에 쥐어주었다.

미경:늦었다. 혜숙아
혜숙: 미안해.. 그런데 어떻게 됐어. 너라면 한방에 턱하니 붙을거야. 미모되지.. 실력되지...또...뭐 너의 매력이 있을거야
미경: 찾지마라. 오늘  쭉쭉빵빵. 나보다 나이 많은 애들이 없더라.  이제 막 졸업한 애들, 졸업예정자... 내가 제일 나이가 많더라. 나도 올해 졸업인데 말이야

 

미경은 울적한 마음에 남은 맥주를 마실려고 하는데...

 

혜숙: 맥주 내가 다 마셨다.

 

미경은 맥주캔을 한손으로  빠샷. 혜숙을 째러보았다.

 

혜숙: 무섭게 왜 그래. 네가 졸업이 좀 늦었지. 편안하게 생각해. 거기 아니면 회사가 없나. 네가 갈 곳은 많아. 힘내 김미경
미경: 그만 자자
혜숙: 그깐일로.. 삐치기는.. 난 방에서 잘게

 

혜숙이  방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방이라도 할 만한 곳도 없다. 침대가 있는 곳이 방이었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부엌이었다. 미경은 침대 속으로 들어가는 혜숙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아빠, 엄마 위에서 보고 계시면 저 좀 도와주세요. 정말 힘이 드네요...

다시 해는 뜨고, 미경은 일어나  우유배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혜숙은 밤새 쿨쿨 잘자는 것 같았다. . 미경은 밤새 한 숨도 자지 못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비몽사몽으로 일어나 우유를 배달했다.그리고 문제의 그 집으로 갔다.

 

미경: 우유야 너는 좋겠다. 이 집에 들어갈 수 있어서.. 예전에 나도 그랬다. 고급 우유아니면 절대로 먹지 않았지. 너는 다른 우유와 다른 고급우유다.

 

미경은 말도 안되는 말을 궁시렁 궁시렁 아무래도 정신적인 충격이 꽤 큰 듯했다.

 

그 남자: 여기서 뭐하는거야

 

미경은 깜짝 놀랬다. 도둑놈처럼 생긴 그 남자가 뒤에서 물끄러미 미경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도 그 남자는 검은 모자에 검은 선글라스 검은 운동복. 심지어 신발도 검은 색이었다. 제정신이 아니야..

미경: 아무것도 아니예요... 우유 드실래요

그 남자: 이리줘

 

미경은 그 남자에게 우유를 줬다. 이것으로 오늘 일은 모든 끝이났다. 그리고 오늘은 면접 최종 발표일이다. 미경의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그 남자가 계속 쳐다보는 듯해서 불편했다.

 

미경: 그럼 안녕히계세요

 

미경은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었다. 지금은 걷는게 정신 건강에 좋을 듯 했다. 잡스러운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미리 근심걱정을 사서 하지 말자.. 아자 !!
집으로 들어와 보니 혜숙이 아침 식탁를 차려놓았다. 그리고 혜숙의 남편. 종민선배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이마에는 영광의 상처가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종민; 미경이 왔어. 힘들지 빨리 와서 밥먹어
미경: 선배 집 같아요
종민: 혜숙이가 아침부터 불렀어.

 

부끄러워하는 종민선배의 비해 헤숙은 완전 자기 집처럼 이 집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남편 아침밥은 먹이고 싶었는지 혜숙은 이것저것 만들기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혜숙: 빨리와서 밥먹어 오늘 발표일이잖아.. 너 꼭 붙을거야
미경: 솔직히 자신없어
혜숙: 네가 자신 없으면 누가 자신있겠니.

 

혼자 밥먹지 않아서 좋았다. 늘 혼자 밥먹는게 노동하는 일보다 싫었다. 이렇게 여러사람이랑 밥먹는게 너무나 좋았다.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미경은 밥먹는 내내 웃고 있었다. 종민선배랑 혜숙 나 이렇게 같은 동아리 선후배에서 혜숙이 먼저 종민선배에게 프로포즈했다. 혜숙은 늘 유쾌 상쾌 통쾌한 친구였다. 그래서 연애도 학교에 소문이 날 정도로 찐하게 했다.

 

혜숙: 이마는 괜찮아.. 무슨 남자가 그것도 못피하냐
종민: 너도 그 상황에서는 못 피했을거야.  얼마나 아픈지 알아. 구두굽은 또 얼마나  높은거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놀라더라 이렇게 상처나기도 힘들다고.. 무식하게 힘만 센요
혜숙: 말 다 했어. 그렇게 평소에 좀 잘하지 그게 뭐냐고 맨날.... 돈은 받지도 못할거면서 왜 빌려주냐. 내가 그 돈만 모아서도 집한채는 벌써 장만했다.

 

이 대목만 나오면 종민 선배는 꿀먹은 벙어리 신세다. 종민선배는 너무나 착하다. 그래서 사람들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 혜숙의 성격가 판이하게 다르다.  두 사람이 결혼한게 어쩜 미스테리 전설로 남을 만한 사건이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기 때문에...

 

혜숙: 잘 먹었다. 설거지는 니가 해라.
미경: 알았어
혜숙: 결과 알려줘
미경: 알았어... 선배 가세요
종민: 그래. 잘되거야
미경; 네

 

미경은 두사람을 배웅하고 아침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서 발표장으로 갔다. 본사 정문에 발표명단를 붙여놓는다고했다.  단 한사람만 뽑는다고 했다. 그 단 한사람이 내가 될 수는 없을까? 불안한 마음을 다 잡고 미경은 하얀용지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미경 말고도 최종발표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다.
미경의 이름은 없었다. 거기에 단 한사람의 이름이 그것도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미경은 날 벼락이라도 맞은듯 온 몸에 힘이 없었다

 

미경: 말도 안돼.. 정말 말도 안돼.. 난 누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구..... 필기시험도 일등했는데...나이에 밀렸어

 

미경은 애써 다른 생각을 했다. 실력이 아니라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미경은 회사를 나오면서 아빠가 세운 회사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이곳 아니면 다른 곳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미경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떨어졌다. 미경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생각에 시달렸다. 떨어졌다. 이젠 정말 백조가 되었다. 그 회사에 들어가기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낙방이다. 이런 불경기에 다시 신입사원은 뽑지 않을 것이다. 미경은 언제 또다시 기회가 올지 아니 어쩜 영영 기회란 놈은 오지 않을것이다.  건물 옥상에 있는 작은 집. 미경은 그 집을 한번 쳐다보았다.

 

미경: 여기서는 개미똥구멍하게 보이는구나.. 이렇게 작게 보이는 줄은 몰랐네

 

한숨를 휴~~~~하고 내쉬었다.

 

미경: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했어. 아빠 이름 말하기전에 실력으로 붙고 난 다음에 말해야했어.

 

미경은 터벅터벅 집으로 올라갔다.  3층 건물 맨 위에 있는 허름한 옥상이 미경의 보금자리였다. 28살 미경이 마련할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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