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애 끝에 결혼한 새내기 주부입니다.
지금 2달 된 아들내미랑 이렇게 세 식구 소박하지만 단란하게 살고 있네요..ㅎ
울남편.. 뭐 크게 흠잡을 만한 데는 없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인물 뭐.. 그 정도면 반반하고.. 글타고 해서 다른 데 한눈팔거나 하지도 않고..(사실 게을러서 바람도 못 필 것 같네요..ㅎㅎㅎ 워낙에 30년 간 다져온 귀차니즘인지라..)
월급 통째로 저한테 맡기고 잔소리 한 번 없고,
해 주는 음식 큰 불평 없이 잘 먹는 편이고..
일주일 3만원 용돈 갖고도 그럭저럭 알아서 잘 살고..
집에서도 청소, 설거지 이런 건 손하나 까딱 안 하긴 하지만
아들내미 울 때 얼러주고, 분유 먹여주고 이 정도는 하는 편이니...
성격도 뭐.. 괜찮은 편이죠..
욱하는 성질이 있긴 하지만 집에선 그런 성격 안 나타내고..
좀 화가 났다가도 둘다 금방 수그러지는 타입이라 크게 싸울만한 일도 없었고요..
경상도 남자라도 장난끼가 많아 저를 잘 웃게 해 주는 남자입니다..
단 하나...
맘에 안 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지 저 분 함 입니다!!
사실 6개월 정도 겪고 나니 이제는 슬슬 적응이 되어 가기도 합니다만..
(제가 적응이 좀 빨라요..ㅎㅎ)
첨에는 정말 뜨악했더랬죠..
결혼하고 한달 쯤 됐을 땐가..
저흰 지금 사원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남편은 결혼 전에는 회사 기숙사에 살았더랬습니다.
짐 정리 대충 됐을 때쯤 남편이 기숙사에 있는 자기 짐을 빼온다고 어느날 점심때 전화를 하더군요.
빨랫감이 좀 있다고 하더라고요..
뭐 남자 혼자 기숙사 생활하면서 빨랫감이 많아야 얼마나 많겠나..
혼자 이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 웬 농구쌕 (커다란 가방 있죠 농구공이랑 그런 거 넣는 크~~은 가방) 두 개에다가
어깨에 매는 베낭 2개에다가 잡다리한 종이가방 몇 개, 비닐봉다리 몇 개..
하튼 6~7개는 되는 보따리를 차례차례 현관입구에 부려놓고는
"나 갈께~" 하고는 룰루랄라 회사로 가버리더군요..
농구가방 작크를 여는 순간..
저 증말 질식하는 줄 알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더군요..
안에 빤스랑 런닝이랑 양말짝이랑 기타등등의 옷이
그야말로 수퍼 울트라 짬뽕급으로 뒤섞여 있는데,
정말이지 썩은내가 확~ 올라와
한 한달 식욕은 떨어질 지경이더군요..
가방 하나에는 홑이불 한장이랑 베갯잇이 들어있데..
아 놔... 베갯잇은 침을 얼마나 흘리고 잤는지
원래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며
이불의 꼬질한 때는 털면 떨어질 것 같더군요..ㅡㅂㅡ'
가방 가방마다 양말이며 속옷이 무더기로 나오는데
웬 남자가 속옷이랑 양말이 이렇게나 많은지..
정작 옷가지는 얼마 안 되는데 양말, 속옷이 왜케 많은지요..
신랑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너무 바빠서 세탁할 시간이 없어 가끔씩 사 신고 사 입고 했던 것이 모인 거라나요!!
그러니깐 매일 양말, 속옷 벗어서 그냥 저 가방 속에 휙휙 던져넣고는
어쩌다 빨면 다행이고 안 빨아서 없으면 사 입고..
남편이 입사한지 2년 쯤 될 무렵이었으니깐
젤 안쪽에 있는 건 2년간 묵은 빨래라는 셈이지요...
첨엔 몰랐더랬지요..암요..
연애할 때는 학생이었으니까 뭐 대충 입고 다녀도 신경도 안 썼고
오히려 남자가 옷에 신경 덜 쓰고 그런 게 전 보기 좋더라고요.
약간의 홀애비 냄새가 느껴지길래 향수를 사 줬더니 좋아라 쓰더군요..
깔끔하지 않다란 건 알았지만 그렇게 지저분할 지는 몰랐어요..
결혼하고 한달 간은 집에 오면 목욕재계하고
제가 사준 잠옷도 입고 하길래
참으로 기특해 하던 차인데
그 빨랫감들을 보고나니 정말 화악~ 깨더구만요..
자신의 정체를 커밍아웃했다고 느꼈음인지..
울 신랑..
그 뒤로는 참으로 프리하게 자신의 지저분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게 공개하더군요..
머리도 6개월에 한 번 정도 깎아라 깎아라 해야 깎고요..
(신랑이 긴 머리가 좀 잘 어울리긴 해요.. 하지만..ㅠ.ㅠ 이건 아니자나~)
세수는 고양이세수만 합니다.. (목은 언제 씻는지..)
발 씻으라고 잔소리 하면
샤워기 틀어놓고 허리 숙이기 귀찮다고 발끼리 북북 문지르다가 걍 나와버리고요..
한여름 아주아주 더워서 땀이 육수처럼 흘러내릴 때 아니곤 샤워하는 꼴을 못 보네요..
오죽하면 입사한지 2년이 넘어가는데 이 동네 목욕탕이 어디 붙었는지도 몰라요...
아마 가장 최근에 목욕탕 간 것이 지난 설일껄요???ㅎ
손발톱도 깎으라 해야 깎고
그나마도 깎다가 그 냄새나는 발톱을 제게 들이밀며 묻습니다..
"발톱에서 왜 똥냄새가 나????" ㅡㅁㅡ; 정말 초난감입니다...
양치도 자주 안하고 하도 썩은내가 나기에
지난달에 끌고 가 스켈링을 시켰더랬어요..
남들은 후딱후딱하고 나오던데
울신랑 거의 병원 문닫을 시간에 끝나더군요..
울신랑 맡은 간호사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치석이 하도 많아 중간에 손으로 긁어내기도 했대요 글쎄...
왜 연애할 때는 키스하면서도 그 냄새를 몰랐을까요? 우워..
아마도 사랑의 힘이 아니었을까 해요..
제가 하도하도 잔소리를 해대니
요즘 속옷은 자주 갈아입습디다..
마누라가 하얗게 삶아놓으니 지도 서랍 열어보며 좋은게지요..
근데.. 새 속옷을 갈아입으면서
좀 아래도 좀 씻고 하면 얼마나 좋으냐구요...
속옷 갈아입으라고 하면
그냥 후딱 갈아입습니다..
'정말 너 그러다 똥가루 떨어진다..'라고 해 주고 싶습니다..
요즘은 남편도 조금 나아지고(제가 지속적으로 훈육중입니다..) 저도 차차 적응해 가고..
큰 불편은 못느끼지만
그래도 티비 보다가 코딱지 후벼서 탁 팅길려고 하면
정말 화딱지 북북 납니다..
결국 치우는 건 저니까요..
울아들이 신랑 닮을까봐 심~~히 걱정입니다...
혹시 이런 신랑이랑 사시는 분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