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오빠와 어머니가 같이 읽으시길 바라며 시작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따로따로 읽는 것보다 동시에 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자필로 쓰지 않고 문서로 만든 것은 읽는 분의 편의를 위한 (글씨가 일정하지 않으면 불쾌해 질수 있기 때문에) 저의 배려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이런 편지를 받으시는 것이 처음이고, 어쩌면 건방지다, 버릇없다 등등의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대드는 것도 아니고 변명을 하는 것도 아니며 서로 간에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을 정확한 의사소통으로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는 것입니다. 제 마음은 그게 아닌데도 상황과 상대방의 뜻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는 자세가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있는 거겠지요. 의도한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을 원망할 수밖에요.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하게 됨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서면으로 말을 하게 된 것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저는 다 수긍할 생각입니다. 편지를 쓰게 된 건 제 생각이지만 앞으로 오빠와 저와의 사이는 어머니가 결정하는 데로 오빠는 따를 테고, 저도 제 뜻과는 상관없이 오빠의 결정에 같이 하는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두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이치니까요..
먼저 제가 잘못한 것을 말할께요. 저의 생각이 어떻든지 간에 그 생각을 하게한 당사자에게 직접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인데, 그렇지 못하고 이번 일에서 제3자인 오빠를 통해서 제 말을 전달하게 한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불찰이예요.
그것이 고의든 과실이든 사람을 죽이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저 또한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일을 크게 만들었다면 만든 것이 저입니다. 이 점은 제가 확실히 인정을 하고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스스로 해결토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말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그날 아버지 생신이라며 한 3일전에 오빠가 저한테 말하면서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제가 왔으면 한다고 오빠도 제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전부터 임신한 사람이 있는 집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방문하는 거에 대해서 제 스스로가 꺼려졌습니다. 또 그 외에 여기서 다 설명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저는 썩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저를 오빠는 잘 알면서도 제가 오길 원했고 저도 생신이라는 명목이라면 명목이 있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날도 저는 집에서 항상 바쁜 우리 엄마를 도와드리기 위해 밀린 집안일과 동생을 돌보는 일을 하루 종일 했었고, 그 전날에는 제가 직접 운전해서 서울에 갔다가 새벽에 돌아오느라 피곤한 상태였었습니다.
전에 오빠네 집에 갔었을 때는 저도 하고 싶은 마음에 자진해서 잘은 못하지만 음식 만드는 것도 도와드리고 여러 가지 일을 스스로 했던 거 기억합니다. 어머니와 오빠가 기억이 안 나신다면 어쩔 수 없구요.
어쨌든 그렇게 피곤한 상태에서 식사준비를 자진해서 도와드린다는게 별로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또한 어머니께 잘보여야겠다는 핑계로 하기 싫은 일을 겉으로는 웃으며 이중적으로 하기는 더더욱 싫었습니다.
제가 이 전과는 다르게 어쨌든 나는 식사에 오라는 부름을 받아서 온 손님이고, 손님이 스스로 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주인은 손님에게 부탁이든 시키는 거든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게 이 사회의 통념인 것이며, 손님의 권리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제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권리를 지키려는 마음에 부엌으로 가지 않고 오빠방에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와서 상추랑 깻잎좀 씻으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굳어지는 제 표정 어머니가 보셨을 줄 압니다.
이 때 또 제가 잘못한 것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한 손님의 권리를 말로 하지 못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착한 척 하며 묵묵히 했던 것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제 의지와는 다르게 겉과 속이 다른 제가 되버린 것이죠. 그 때 바로 제 생각을 말했더라면 이렇게 까지 커지지 않을 일을 제가 이중적으로 행동해서 잘못된 거 모두 인정합니다.
그 많은 야채를 가만히 서서 차가운 물로 씻는다는 것,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지만 피곤한 저한테는 그것조차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거보다 더 쉬운 일을 했어도 제가 스스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어 했겠지요.
그리고 오빠가 저한테 와서는 제 표정을 살피며 따뜻한 물로 하면 안되냐는 말을 했고, 오빠가 그 당시에 그말을 했을때는 손이 시려워보이는 제가 안되보여서 그랬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오빠는 제가 안되보였을까요. 그건 지금 제가 오빠에게 묻고 싶은 말입니다. 그말을 할때의 오빠와 지금의 오빠가 너무 다르기에..
그리고 나서 택시를 타고 오빠랑 같이 나가는 길에 지금 하고 있는 이 얘기를 거의 다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오빠가 하는 말이 우리 엄마가 너한테 고마워하지 않았느냐고 그럼 된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맙다는 말로 설명이 안되는 겁니다. 지금제가 오빠랑 공인될 만한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제가 오빠네 가족이 되고 싶고, 또 가족들이 원해도 엄연히 저는 가족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그런 자리에는 참석의 유무도 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고, 참석시에 돕는 것도 전적으로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처럼 자발적인 아닌 부탁 또는 시킨 것이라면 그렇게 하게 만든 사람이 당연히 고마워하는 의사 표시를 해야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얘기를 들은 어머니의 생각이 뭐 그거 조금 했다고 따로 이런 말까지 하느냐, 끌려다니지 말아라라는 것인데, 그것 또한 이제 까지의 제 말을 처음부터 들으셨더라면 그런 말씀은 안하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아무 얘기 없이 그냥 넘어가버리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나 행동관이 적어도 저와 상식과 사회적 통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탄없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라 처음에 방법은 잘못 됐지만 당당하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가진 이런 것들도 오빠와 심한 탈은 없이 잘지내는데 문제가 없었구요.
속으로는 싫고 억울하면서 착해 보이기 위해 이중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솔직히 생각을 말하고 그 때마다 부딪혀 해결하는 것과 득과 실을 비교했을 때 전자가 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고 소란 없이 넘어가겠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는 서로에게 큰 피해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결과가 될테니까요.
벌써 네장 째인데 읽으시느라 힘드시겠어요.
제가 의사전달을 잘 하려고 하다 보니까 말이 길어지네요.
저는 앞으로 오빠와 잘 지내고 싶습니다. 아마 오빠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로 지내는 과정에서 내가 부족한 부분과 오빠가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서로서로 노력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 좋아하는 것들이 다르고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차이와 문제들을 우리서로 잘 극복해서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철저히 우리 둘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어디까지나 둘의 범위 내에서 판단하고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것은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만나는 방식이나 그 밖의 행동 들은 두 사람의 고유 영역이며 주변에서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명령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설사 그 명령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말이 나오는 시점이 제대로 맞는 때여야 만이 두 사람에게 수긍이 되어 실질적으로 거부감이 없이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마무리를 하려 하는데, 제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부족한 저의 글이 어머니께 보이는 말 그대로의 제 의사전달이 되는 것과,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여기는 어른들의 무조건적인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제가 믿고 말씀드리는 어머니는 그런 분들과는 차원이 다르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저에게 직접 듣지 못해서 나오게 된 여러 말들에 대한 것들에 대한 감당은 제가 하겠습니다. 이것도 잘못한 사람이 책임져야할 당연한 것이죠. 저도 앞으로는 확실하게 행동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구요..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서면으로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제가 써보니까 말로 하는 것보다 더 조리 있고 침착하게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수고스러우시겠지만 글로써 보내주시는 것이 저로서도 어머니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한결 수월할거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