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편네가 오지랖도 넓으시네! 집에가서 빨래나 하세요 아줌마!"
아직 신혼이었을 때.. 그러니까 10년쯤 전의 일이 되어버렸네요...
그리 넉넉찮은 형편에 시작하는 신혼생활이라 서울 변두리 주택가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저희집은 1층, 그리고 아래 반지하 방에는 다섯살 외아들을 둔 가정이 입주해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셨습니다.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아 청소부 생활을 하셨는데..
다섯시쯤이면 퇴근하셔서 집에서 아이를 돌보셨습니다.
그분의 남편이 오기 전까지는 참 화기애애한 가정이었습니다.
간혹 반찬을 만들었다며 맛보라고 주시기도 했고.. 참 좋은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남편이 오면 가정 분위기가 급반전 되곤 했죠.
물론 저희 가족과 그댁의 남편이 마주치면 그래도 정중하게 인사하시고 했는데..
유독 가정에서만큼은 그렇지 못한듯 했습니다.
간혹 큰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아무튼 그리 좋은 가장은 아니라 생각되었습니다.
그 가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부터 그 집에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밤늦게 귀가하는 아버지도 늘 취해있고 아이 혼자 외로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저희집에서 저녁도 먹이고 같이 놀고 그랬습니다.
그 아이 몸에는 늘 상처가 가실 날이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그런 안좋은 모습 보긴 했지만 아이가 활발해서 많이 다치나보다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 어머니가 없어진 뒤로 그 아이의 멍과 상처는 더욱 늘었습니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안좋아보였습니다.
한참 재개발 한다며 동네가 뒤숭숭할때였습니다.
건물 현관에서부터 피흘리며 아버지에게 끌려가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 큰 충격이었고 그 아이의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젖히고 뛰어나가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뭘 잘못했길레 그렇게 때리고 끌고가시냐고....
"여편네가 오지랖도 넓으시네! 집에가서 빨래나 하세요 아줌마!"
그 아이 아버지는 그렇게 아이를 끌고 집에 들어가셨습니다.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뒤로 그 아이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주쳐서 인사하면 인사만 꾸벅 하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버리더군요.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지금 사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제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가 어떻게 사는진 모르겠지만..
그 아이의 그늘진 모습, 상처투성이의 몸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3%가 바로 부모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십년전 아버지에게 맞던 그 아이는 벌써 중학생이 되었겠군요.
그리고 저에게는 그때 그 아이와 꼭 같을 나이인 다섯살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 아동학대 관련 뉴스를 보고 나니 십년전 그 아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런것도 범죄이고 신고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부모님 안계실땐 늘 혼자 지내고...
아버지한테 늘 맞고 살아야만 했던 그 아이...
날씨까지 흐릿한게 그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져만 가는군요...
아동학대... 없어져야 합니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