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의 초능력으로 2골을 선점한 밀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와 AC 밀란의 챔피언
스리그 4강 1차전은, 웨인 루니가 시간이 90분으로 치닫
고 좀 더 흐른 뒤 극적으로 절묘한 킥을 성공시켜 3-2로
맨유에게 유리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맨유는 홈에서 밀
란을 제압했지만, 2골을 먹혔다는 것에 결코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예로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
서 레알 마드리드가 바이에른 뮌헨을 1차전에서 3-2로
잡았다가 2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것을 들 수 있다.
바로 그 맨유에게 2골이라는 상처를 남기게 해준 사람
은 이번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유력한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공격형 미드필더 히카르두 카카다. 카카는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밀란의 대부분 공격을 이끌어나가면
서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이제 그를 더이상
조각같은 얼굴의 미남 축구선수로 부르기엔 그 실력이
너무 대단해서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돌파면 돌파,
슈팅이면 슈팅, 스피드면 스피드 그 어느 부문에서도 뒤
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공
격 자원이기 때문이다.
카카는 올드 트래포드, 그것도 그것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
는 세계적 명문 맨유의 수비진을 바보로 만들어놨다. 첫번
째 골을 순간적 스피드를 이용해서 단번에 두어명의 맨유
수비수들을 제껴놓고 골키퍼 판 데르 사르가 각을 좁히는
찰나에 절묘하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두번째 골을 카카가
왜 세계 최고 공격자원인지 증명케해주는 장면이다. 헤딩
한번으로 떨구어서 최고 윙백 에인세와 에브라가 서로 충
돌하게 만들어놓고, 볼을 다시 잡고 유유히 맨유 골문에
침착하게 득점했다. 카카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다.
승리의 추는 맨유에게, 하지만 안심할 수 없어
그렇다고 해서 맨유가 못한 것이 아니다. 맨유는 최근
전성기만큼 살아난 웨인 루니가 제 몫을 해주면서 같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루니는 역시 큰 경기에서
화끈한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데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밀란과의 4강전에서 만회골을 터트렸고, 종료 직전에
절묘한 킥으로 밀란의 골문을 열어제꼈다. 맨유는 비록
전체적인 선수 자원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서 사용
할 카드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역시 세계적 명문이
고 현재 제일 잘 나가는 팀 중 하나답게 화끈한 공격 축구
로 밀고 나가고 있다. 게다가 퍼거슨 경 감독이 누구인가.
지략가 중의 지략가 아닌가.
3-2라는 스코어로 맨유에게 승리의 추가 기울었다. 그렇
지만 방금 언급한대로 밀란 또한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고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2차전은 올
드 트래포드만큼이나 경기 치르기 어렵다는 산 시로에서
펼쳐지고, 밀란이 전체적으로 죽이 안맞는 경향이 보여진
다 하더라도 밀란은 밀란일 뿐이다. 클라렌스 세도르프가
뮌헨과의 8강 2차전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했듯, 밀
란에서는 그 누가 또 신기를 발휘할지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맨유와의 4강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밀란 중원의
핵심 가투소가 별 이상 없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고 들려진다. 이렇게 된다면 백업 자원인 브로키를 출전해
야한다는 부담감도 적어진다. 가투소는 골을 잘 넣거나 공
격 포인트를 잘 올리는 경향은 적지만, 말 그대로 밀란의
숨은 1등 공신이다. 부지런히 중원을 뛰어다니면서 뒤에
서 밀어붙이고, 전진의 활로를 터준다. 그런 가투소가 2차
전에서 나오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발언했으니,
밀란에겐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밀란 골키퍼 넬송 지다도 비록 1차전에서 3골이나
먹혔지만, 최근 경기들을 보면 아직도 녹슬지 않은 순발력
과 선방력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1차전의 첫번째 골이
지다의 실수라고 하지만, 지다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열리는
세리에 A에서는 그런 실수를 용납하진 않는다. 밀란의 수비
진 또한 큰 경기,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하
나의 벽이 된듯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vs 카카?
이제 맨유는 06-07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한발짝 다가섰다.
에버튼을 4-2로 꺾고 경쟁자 첼시를 좀 더 멀리 따돌리게
되었다. 사실상 프리미어리그 왕좌를 맨유가 가져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다. 이런 상황에서 빅 클럽 맨유는 당
연히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도 신중하게 염두하고 있을
것이다.
스코어가 3-2다. 그리고 2차전은 산 시로에서 열린다. 이
제 밀란과 맨유는 각각 자신들이 가진 자원들 중 가장 돋
보이는 두 사람을 전장에 앞세워놓을 것이다. 맨유라면
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겠고 (물론 웨인 루니로 대체
할 수도 있다.), 밀란은 카카를 내세울 것이다. 두 사람은
현재 세계 축구에서 가장 미래가 기대되고, 또한 현세의
축구계에 우뚝 서있는 최고 자원들이다.
카카의 놀라운 원맨쇼가 이어지느냐, 아니면 맨유 전체적인
공격 조직도 그리고 그 중심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반격
이냐. 맨유는 트레블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긴
장되고, 밀란으로썬 국제 대회에서의 명예를 위해 사활을 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