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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가난한 아버지께...

사랑해 |2003.05.12 08:14
조회 258 |추천 0

 

내 어릴적 아부지는 사람들이 험하다고 생각하는
엿떡대를 하셨는데 그때만 해도 일자리가 귀하고 물자가
귀한때라서 그장사로 재미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천성이 여리고 남을 그대고 잘믿던 내 아버지는 번번히
생면부지의 사람을 믿고 리어카에 생활용품까지 잔뜩 실어
보시를 해주는 바람에 엄마랑 자잘한 입실랭이가 그칠날이 없었다


그런 아버지를 법 없어도 살분이라고 존경의 염도 가지신 분도 있였고
성실히 일해 자수성가한 젊음이도 몇있고
기반을 잡아 고향으로 가신 분도 몇있었다
물론 이용한 사람이 더 많았던지 울아버지는 늘 가난했다



다들 어떻게 흘러들어 오셨는지는 어떻해 가셨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그중에서 몇분이 기억에 남는데
키가 육척이고 긴얼굴에 햇볕에 그을린 새까만 얼굴의 장년의 남자.
대여섯살쯤 되나 쪼그만 딸램이를 리어카에 싣고 나타나셨다
가녀린 몸통이 원피스를 입은 팔 다리 온통 때가 절여 꼬질꼬질한
조그마한 꼬마탱이, 이름은 미숙이라고 하였다

그 어린것이 편하게 집에 있으라고 타일러도
늘 지아버지의 리어카에 실려 행상을 따라가고
고물이 한가득 차는 저물녂 탈레 탈레 지쳐 돌아오곤 했다
그리곤 일꾼들이 자는 크다란 돚자리 방에 아버지품에 안겨자곤햇다

얼핏들으니 마누라랑 헤어지고 가산도 기울어지고
고향에 있을수가 없어서 이렇게 떠돌다고 했던 미숙이 아버지
위에 큰애들은 친척집에 맡겻는데 이 막내딸은 죽으라고
안떨어질라해서 할수없이 데리고 다닌다던 그아버지
늘 그 곁에서 쫄랑 쫄랑 따라다니다가
고물 구르마위에 잠들어오던 미숙이

지금 생각해보니
어려고 힘든 시간이였지만 미숙이 아버지는
어린 미숙이를 보면 기운빠진 손가락에 힘을 주며
'자 엿사시오 떨어진 고무신 빵꾸난 솥 모두 모두 사요'
'자 달콤하고 맛있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엿사시오'
철거턱 철거턱거리며 신명나는 가윗장단으로 사람을 불러 모았을거다
컬컬한 목을 한잔 막걸리로 달래고 싶을 적에도
여린 들풀같은 딸과 빨리 자리 잡고 싶어서 참았을 것이다
어린 미숙이는 아버지가 엿장사이든지 그무엇이었던지
아버지와 함께 있어 아버지 얼굴을 쳐다보는것에 행복했을것이다

나는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그리고 어떻게 떠났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이 같이 늘 붙어다니는 다정한 부녀라는것 밖엔 모른다
때로는 코스모스핀 길을 걷다가 꽃잎을 따서
그 작은머리에 꽂아주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길을 가다가 엄마와 같이 가는 또래를 보고
아버지 바짖가랭이를 잡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떼쓰며 울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은 코스모스 보다 여린 딸을 안고
그애비의 눈에 회한의 눈물을 솟구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이 있을때에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그들의 가난하고 남루한 현실이
그들을 더욱 애틋하고 질기게 맺어주는것 같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 부녀 뿐이랴
가난이 주는것이 불편뿐이랴
고뇌가 주는것이 아픔뿐이랴
불행이 주는 것이 슬픔만이랴

길거리 미화원 아저씨 아줌마들
모든 음지에서 일하는 가난한 어버이들이
존경스럽기 조차한것은 남루하지만 정직한 돈으로
양지로 키워내는 새끼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미애비 제비가 지치도록 물어온 잠자리니 곤충들을
노란 주둥이를 내밀고서 짹짹 거리며 받아먹은 제비새끼나
사람의 새끼나 무엇이 다르랴
그들의 양식이 되기위해서
그들의 마른자리가 되기 위해서
불광로 앞에서나 북극의 얼음산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일하고
새끼들의 모이를 한손에 쥐고 돌아가며
고된일과가 새끼의 존재속에 녹아버리는
모든 이땅의 가난한 애비 애미에게 뜨거운 존경을 바치지 않을수 없다

더불어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의 설움과 가난의 기쁨을 가난한 마음을
헤아리게 해주시고 어떤 역경속에서도
일어나게 해주시는 내아부지에게로
솟아나는 내애정과 그리움은 세월이 갈수록 더깊어진다

내 아버지에게 말하고 싶지만
지상에서 다시는 들려줄수 없는 말...
'사랑해요 당신의 굵은 손마디를
햇빛에 그을린 검은 얼굴을
'사랑해요 아버지 사랑해요 아버지 사랑해요'

당신의 딸로 태어난것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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