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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살아가는 또 다른 나날 12

푸른바다 |2003.05.15 18:38
조회 239 |추천 0

                 새롭게 살아가는 또 다른 나날  12

 

                                                제비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오랑캐 땅에는 풀꽃 한 포기 보이지 않으니 봄이 왔다해도 봄이 온 것 같지가 않구나" 오랑캐 땅으로 시집가던 왕소군의 서글픔을 노래한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이다.

 

 

시골로 내려와서 봄이 오면 어딘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제비였다. 제비가 사라진 농촌이란 서정적인 정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짇날이 훌쩍 넘어도 제비가 날아오지 않아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철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새들이 줄어들기만 하는 이유는 농경지 감소와 농약 사용량 증가 등으로 농촌지역의 환경변화를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농약사용으로 인해 제비뿐만 아니라 논물 넘치거나 장마 때면 그 흔하게 잡히던 미꾸라지며, 구수한 나락줄기에 팔짝 띄던 메뚜기도 못 본지가 꽤나 오래된 것 같다. 논과 하천의 벌레가 줄어 철새의 먹이가 부족해지고 자신의 보호본능에 의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는 절대 집을 짖지 않는 제비는 이농 현상으로 생겨난  빈집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마을마다 가옥 개량으로 인해 흙집이 사라지자 흙을 붙이기 어려운 시멘트 집들로 인해 제비들의 집 짖기가 까다로워진 것도 번식에 불리한 조건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정월이라 상월일에 동심 동녀 아이들은 답교허고 노닐면서 액맥이 연이나 띄우는디 우리님은 어디 가고 답교헐 줄을 모르시오.

 

이월이라 한식날에 불탄 잔디는 속잎 나고 황금 같은 꾀꼬리는 양류간으로 날아드는디 우리님은 어디 가고 오실 줄을 모르는가.

 

삼월이라 삼짇날에 백설 같은 흰나비는 꽃밭으로 날아들고 강남 갔든 저 제비는 옛집으로 날아드는디 우리 님은 어디 가고 이화 도화 꽃피울 줄 모르는가."

 

 

달거리 임(님) 타령의 삼월 타령에도 봄의 전령 제비는 친근하게 등장한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흥부의 박씨와  보은의 제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릴 적부터 제비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였고 또 친근감을 느끼는 일류의 익조이자 사랑스런 새였고 혹여 처마 밑에 집이라도 짖게 되면 그날로 갖은 보살핌을 받았고 한가족으로 대접받은 사랑스런 새였다. 한번 집을 지은 곳이면 이듬해에 틀림없이 돌아오는 정다운 새였기에 더욱 사랑을 받은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제비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보다 더 어려워졌다.

 

 

"보리뺑이, 개자리 / 달구지풀, 제비꽃 / 각시제비, 민둥뫼 / 졸랑제비, 왕제비 

 

이것은  모두 풀이름이다. 시골서 꼴을 벨 때 베어서는 안 되는 풀들을 노래로 만들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초의 이름을 아이들에게 가리키는데 베어서는 안될 풀 이름에 제비 이름을 앞세우는 것은 그만큼 제비가 우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익조의 증거이기도 하다.

흥부처럼 제비와 특별한 인연을 맺지 못한다 하드라도 하얀 구름과 어울려 푸른 들판을 날렵하게 날아가는 연미복 정갈한 신사 제비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아이들의 교과서에도 동화책에도 판소리에도 동요에도 제비는 문학의 한 장을 차지하고 음악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살아서 하늘을 날렵하게 날아다니는 제비를 보지 못하고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이다. 나는 그렇게도 정겨운 제비를 보지 못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가여운 생각이 든다. 조류도감에서 제비를 찾아 보며 우리는 이런 새도 있었단다 하고 말 해 주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골살이를 하며 느끼는 점은 보이는 것마다 아름답다는 것을 나 자신이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침 상쾌한 공기도, 서산마루 곱게 물들이는 저물녘 노을도 아름답고 마당에 마구잡이로 피어난 민들레도 아름답다. 돈을 주고 사온 꽃이라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발길에 감겨오는 강아지풀도 아름답게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제비도 하늘을 날고 있어야 아름답고 처마 밑에 아름답게 집을 지어야 한다.

 

 

 

하늘이 저렇게 넓어도 태양과 달과 별과 구름이 없으면 빈 껍데기이듯 있어야할 곳에는 있어야할 것이 있어야 하고 지금껏 그 자리에 있던 것이 사라지고 없다면 얼마나 허전하고 삭막할까. 그래서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안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 제비가 이 강산을 날아오지 안아서인가 보다.

 

 

                                     2003,   05,   15                                푸 른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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