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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5-경공술-

백수일기 15번째 이야기다. 오늘은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난 만화를 좋아한다. 만화영화보다 만화책을 읽는 걸 더 좋아한다. 주인공들의 목소리, 배경음악, 효과음 등을 상상하며 읽는 게 좋아서이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선천적으로 앓아 온 갑상선 질환으로 난 통원 치료를 받으러 엄마랑 대구까지 다녔다. 학교도 빠지는 날이 많았고 병원 다녀오면 피곤해서 거의 잤다. 통원 치료를 하며 버스 정류장을 지나 칠 때 정류장 서점에서 엄마를 졸라 만화책을 한 권 씩 사기 시작했다. '검은 날개 용호야' 라고 탐관 오리들을 혼내주는 소림사 출신 용호야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였는데 너무 재미있게 봤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평범한 소년처럼 행동하며 각지를 떠돌아다니면서 백성을 괴롭히는 나쁜 놈들과 싸우는 모습이 어린 나로서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용호야가 지붕 위에서 악당들과 싸우는 모습에 반해버린 나는 엄마 몰래 지붕 위에 올라가서 노는 걸 좋아했다. 논다고 해봐야 지붕을 걸어다니는 정도였지만. 기와집이라 만화에서 나오는 집들과 지붕은 비슷했다. ㅡ_ㅡㅋ 사고는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고가 있던 날 그 날도 엄마가 낮잠 자는 틈을 타서 난 지붕위로 올라갔다. 담 장과 지붕이 맞닿아 있어서 올라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날은 용호야처럼 지붕과 지붕 사이를 점프 연습을 하려고 했다. 집의 지붕에서 외양간 지붕으로 점프했다. 뽀작 소리와 함께 외양간 지붕이 무너지며 난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건 경공술 연습하다가 사고 난 것이다. 통배권 연습한다고 빈 항아리 쳤다가 깨서 혼난 적 도 있다. ㅡ_ㅡ; 다친 것도 엽기적이다. 다리로 떨어졌는데 머리에서 피가 난다.

 

ㅡ_ㅡ; 지붕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시고 낮잠 자던 엄마가 나와서 내 꼴을 보고 병원으로 택
시 타고 데려갔다. 일하던 아빠도 병원으로 달려오시고. 병원에 가서 머리에 이상 없는지 검
사도 하고 3바늘 꿰맸다. 마취했다는데 왜 이리 아픈 거냐. ㅠ_ㅠ 엄마가 지붕에는 뭐 하러
올라갔냐고 묻더군. 어린 나로서도 경공술 연습하러 올라갔다고 말하기는 차마 뭐 해서 못
했다. 머리에 반창고 붙이고 학교 가기 창피했는데 학교 가니 나랑 같은 자리에 반창고 붙
이고 온 애가 또 있다. 목욕 하다가 미끄러져서 그렇다나.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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