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스물다섯살의 여자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지금 부아가 치미는 - - 상황부터...
아빠는 항상 술을 드시면 몇시간씩 혼자 연설을 하십니다...
엄마와 저는 항상 말없이 듣고만 있지요.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그래도 나은 거지만...
예전에는...
엄마는 회사에서 늘 야근을 하시는데 11시가 다 되어오셔도
아빠가 술 받아오라고 하면 술상을 봐주셔야하고 엄마와 저는 끌려가 앉아있어야하고
아빠는 늦도록 연설을 하십니다.
연설내용은 주로... 남들 헐뜯는 이야기... 정치인 욕하는 이야기... 아빠의 주변사람들 욕하는 내용이고요... 항상 또 주사에는 외가식구들과 엄마를 멸시하고 무시하는... 전라도것들은 다 천한 족속들이라는... 뭐 대략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엄마와 저는 살아오면서 이런 얘기를 늘상 들었죠.
엄마는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도 느닷없이 날아오는 고성과 욕설에 당하시는 날도 종종 있구요... 주로 아빠가 기분이 나쁠 때 그렇지요...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푸신다고 해야될까요...
그렇게... 그 동안 제가 스물다섯살이 되도록... 시간이 흐르면서
...
저는 지난해 실직을 하고 집에 있으면서 인간대접을 더더욱 못 받으며 지내다 아빠를 못 견뎌 집을 나왔었고... 그 전에도 몇번 집을 나오려했다가 포기했던 적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빠는 조금씩 수그러드시긴 했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오늘도 연설을 하시네요...
하루종일 백화점에 같이 다니고...
저녁에 집에 와서 아빠는 술 드시고
(아빠는 항상 술을 드셔야 합니다. 술 없이는 못 사세요. 일상생활은 다 정상적이시니 알콜중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식구들이 같이 치킨도 먹고 재밌게 얘기도 했습니다.
먹을 것도 먹을 만치 먹었고 시간도 9시 30분이 좀 넘었을 겁니다.
전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아빠가 자꾸 불러댑니다.
불러서 가면 또 쓸데없는 얘기 계속...
듣다가 얘기가 없으면 전 또 제방으로 오지요...
그럼 또 불러댑니다...
계속 불러댑니다...
전 이제 아빠가 그냥 부르기만 해도 짜증이 납니다...
요즘은 좀 나아진 거지 예전엔 정말...
그래서 아빠가 그냥 멀쩡히 부르기만 해도 짜증이 폭발할듯합니다...
아빠는 집에서 군림하고 싶어하셔서...
가만히 누워서 물 가져와라 텔레비전 꺼라등등은 기본이시죠...
지금 기억이 나는 게...
제가 초등학교다닐 적에 하도 그렇게 종부리듯 불러대는 게 짜증나고 부아가 나서
초등학교 다니던 때
아버지께 편지를 쓴 적 있습니다...
왜 옆에 있는 리모콘을 제 방에 있는 절 불러서 가져오라고 시키시는지... 모르겠다... 뭐 그런 식으로...
그 땐 정말 아빠에게 이성적인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저희는 지붕이 낮은 화장실도 재래식이고 방이 따로 되어있는 부모님방에서 제 방으로 가려면 밖으로 나와서 가는 식이었거든요... 아빠는 물 먹고 싶을 때 벽을 두드려서 절 부른다면 물 가져오라고 시켰었죠...
벽을 아무리 두드려도 제가 가지 않자 아빠가 망치로 벽을 부실듯이 쾅쾅 쳐대던 기억도 나네요.
그래도 전 꿈쩍도 안했지요... 나중에 개패듯 맞고 울어도 그 상황에서는 절대로 고집을 꺾지 못하던 저였습니다... 나중에 개같이 맞고 질질 짤 것을 알면서도 저는 끝끝내 고집을 피웠습니다... 아직도 그런 고집은 여전하구요.
제가 왜 자꾸 부르냐고 짜증을 부리니까...
술도 거나하게 취하신..
너는 아버지보다 인터넷이 좋지... 에서부터...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이유는 가족을 사랑해서인데 자식이 아버지를 생각한다면
함께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되는 거 아니냐는...
너무나도 지당한 말씀을 하십니다...
네... 정말 지당하시죠...
제가 조금만 더 참고 두시간아니 한시간만 더 참고 있었어도 조용했을 겁니다...
저도 압니다...
그런데 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젠 못하겠어요...
그 상황이나 자리 자체가 싫어요.
술취한 아빠 혼자 떠들고 엄마는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고
아무런 재미도 즐거움도 없는 훈계... 연설을 듣는다기보다는 인내하고 있지요...
엄마가 꾸벅꾸벅 졸면 아빠는 남편이랑 같이 이야기도 하고 오손도손 여자가 내조할 줄을 모른다며 한심하다느니... 하며 여자를 잘못 만나 내 인생을 이렇게 망쳤다고... 또 하지요...
이런 아버지 때문에 저는 술취한 사람이 앞에서 주정하면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직장상사님이 술 취해서 주정을 하시는데 꼭 우리 아빠같아서 짜증이 폭발했었죠...
아빠가 술 먹고 절 자꾸 불러대는 이유는...
외롭고 힘들기 때문이에요...
공장에서 기계를 고치는... 힘든 일을 하시죠...
아빠의 그런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으시구...
직장에서도 자기 뜻대로 못하시면 집에와서 화풀이하시고...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하려고 하세요...
그런 성격 때문에 아빠는 세명뿐인 가족안에서 군림하시며 스스로 더욱 외로워지시고 있어요.
아빠는 자꾸 그러세요...
내가 이렇게 나이먹고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되니 내가 누구때문에 이 고생을 하니?
저 때문에... 가족때문에 아빠가 희생하고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신가봐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말씀을 하시며 절 탓하실 때마다(제가 능력이 있어서 돈을 많이 벌면 이렇게 고생안해도 되지 않느냐는 소리도 간혹하세요)
그건 아버지가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속으로 말하죠...
나이가 쉰후반이 되신분이... 통장에 돈 천만원도 모아둔 것도 없이 늘 카드값에 맞춰... 아니 월급에 맞춰 쓰시는 건지...
아빠는 늘 돈을 한푼 못 모으셨어요... 엄마도 평생 일을 하셨는데도 우리 부모님은 한푼을 모아둔 게 없으세요... 이제와서... 이제 나이 쉰을 훌쩍 넘기고 예순이 다되어가시는 마당에... 노후 걱정을 하시고... 제 시집갈 돈 걱정을 하시죠... 그게 제 능력부족인가요...?
아빠는 늘 돈이 있으면 다 써버려야 직성이 풀리세요... 돈을 모을 생각은 못하시구 돈이 생기면 이것저것 사려고만 하세요... 그러시면서 제게 왜 그러시는 건지... 그렇게 저축이라고는 모르시고 자기 성질 죽이고 직장생활도 못하시는 분이 왜 자식탓을 하시는 거죠...
아빠는 제가 능력이 좋아서 아버지 어머니 모두 노시고 아빠는 늘 명품 등산복 등산장비 사들이며 놀아도 충분히 살만하게... 해드렸으면 하시나봅니다...
그래도 저 나름대로 일하고 있고... 많지는 않지만 연봉 천칠백정도는 받고 있어요... 물론 적은 건 사실이지만 제가 처음 사회생활 시작할 때 연봉이 천이백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저에게 그리고 부모님께 제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답답한 얘기 오래했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아버지를 이해하고 참아야하는 건가요...
아니면 어떻게... 아빠가 술을 드시면 빨리 주무실수있게 할 수는 없을까요?...
정말 술 드시고 코앞에 앉혀놓고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 엄마 욕하는 소리... 듣기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