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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과외비가 3000만원?

대치동에서 과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는 분 소개로 시작을 했고, 고3 남학생을 가르쳤죠.

 

제 두 눈으로 그렇게 부잣집을 직접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조부와 외조부가 강남에 빌딩이 몇채 있다고 하니.. 말 다 한거죠.

 

일단 학생이 정말 개념이 없었습니다.

첫 과외부터 약속 시간 15분 전에 펑크를 내고,

집에서 샤워하다가 문 안열어주고 20분 기다리게 만들고,

과외 중에 화장실 갔다오겠다고 하고 들어가서 30분동안 안나오고,

과외 중에 잠깐 담배피고 오겠다며 나가고..

 

제 첫 과외여서 그런 상황에 너무 당황했기 때문에 어떻게 제지가 잘 안됐습니다.

 

전 몇 달 하다 짤렸는데 짤린 과정도 참 황당했죠.

과외 날짜와 시간을 잡아야 하는데 애가 연락을 안받는겁니다.

제가 답답해서 어머니한테 전화했지만 역시 받지 않았죠.

그렇게 계속 연락이 안되서 수업을 못한지 6주째쯤 됐을 때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짤린거구나'

 

좀 기분이 나쁘더군요.

연락해서 확실히 그만두겠다고 말하던지.. 이런식으로 연락 씹어버리다니.

수업할까봐 6주간 주말에 약속도 못잡고 아무것도 못한 전 뭐가 됩니까.

 

아무튼 그렇게 과외를 끝내고 저는 다른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거긴 잘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학생도 참 착하고 말 잘듣고, 부모님도 너무 좋으신 분들이었죠.

그 전과 참 비교되더군요..

 

그러던 중 당시 고3들의 수능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고,

저에게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대치동 과외하던 학생의 어머니였죠.

우리 아이가 수능을 한달 남겨두고 있는데 만나서 이것저것 조언이라도 해달라..는 내용이었죠.

조금 황당했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과외하던 아이를 오랫만에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뭐 대입 얘기는 뒷전이고 자기가 좀 놀았다며 이런저런 무용담들을 얘기하는데..

들으면서 참 화가 났지만 어차피 내가 얘 잘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기에 꾹 참고 들었습니다.

 

화제를 좀 돌려보려고 요즘엔 과외 몇개나 하냐고 물어봤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 둘.. 세더니 "열한개요" 하더군요.

그 중에 4명은 메인 강사로 메가스터디, 강남 대성 등의 유명강사들이고, 나머지 7명은

학습 관리해주고 질문받아주는 서브 강사들이라더군요.

서브 강사들은 주로 고학력 대학생이나 대학 조교들이구요.

 

황당해서 그럼 한달에 총 과외비로 얼마나 나가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아이의 대답..

 

"3000만원요"

 

 

..잠깐동안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3000만원이면 왠만한 직장인들 연봉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아니 그 아이 부모님은 아들의 한달 사교육비로 300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르치던 당시 모의고사 성적이 500점 만점에 250점을 못넘었으니까요.

제가 보아하니 도무지 공부를 잘 할 수가 없는 환경이더군요.

학교 끝나자마자 연달아 과외 과외 과외..

자기가 공부 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런 학생에게 어떻게 성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3년 동안 과외 딱 한 번 했습니다.

고1 후반부에 한달에 30만원 주고 4개월간 수학 과외 받았죠.

제가 수학을 못했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수학에 쏟아부었습니다.

일주일에 두시간씩 두번 수업받았는데 미리 예습 복습 다 해오고 선생님께 질문할 거

다 준비해놨습니다. 너무 이것저것 질문을 많이 해서 오히려 제가 선생님께 죄송할 정도였죠.

 

결국 모의고사에서 100점 만점에 70점대를 맴돌던 제 수학 성적은 진도가 다 끝나

과외를 그만둔 후 80점대로 올라 그 점수를 유지했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고3 때 본

열댓번의 모의고사에서 백점을 놓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수학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신 분이셔서 덕을 많이 보긴 했지만,

저렇게 성적이 오른건 제 노력이 상당부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랑이 아닙니다.

다만 저는 제 자신이 짧은 기간동안 과외를 효율적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한달에 3000만원씩 퍼부어 가면서 하루도 쉬지않고 과외를

돌리는 소위 강남 학부모들의 마인드는 대체 뭘까요?

과외를 풀로 안돌리면 불안해서?

 

물론 저 아이의 경우가 좀 극단적이긴 합니다.

한달에 3000만원은 아무리 강남, 대치동 학부모라도 투자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한달에 100~200 정도 과외비로 지출하는 집은 꽤나 많은 걸로 압니다.

100~200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 말이죠..

 

전 지금 제가 고3 때 목표했던 괜찮은 대학, 괜찮은 과에 들어와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데요,

제 대학 친구들 보면 고등학교 때 그렇게 과외 떡칠했다는 사람은 정말 단 한명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다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간혹 과외 많이 했던 사람들이 있을 순 있지만,

제가 아는 대부분은 가끔 부족한 과목 보충하러 학원 다니긴 했어도, 그렇게 과외비로

한달에 몇백 혹은 몇천씩 지출하진 않았습니다.

 

 

혹시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성적상승, 명문대 진학에 있어서 과외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과외를 하는데 투자할 시간과 돈으로, 차라리 아이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게 훨씬 나은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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