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추병직 건교부 장관의 사퇴까지 몰고 왔던 추가 신도시 건설 문제가 재차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료의 입(?)에서 출발한 추가 신도시 문제는 한 곳이냐, 두 곳이냐 하는 건설 수에서 이제 발표 시점 논쟁으로 옮겨 붙고 있다. 발표가 늦어질수록 수도권 전체의 부동산시장을 들쑤시는 ‘미꾸라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화성 동탄을 비롯해 용인, 광주, 양주, 남양주, 고양에 이어 이천, 안성까지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수도권 전체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4월 한 달 동안 화성, 양주, 용인, 광주 등지의 땅값은 전국 평균치의 배를 넘는 0.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력 후보지인 화성의 거래건수는 평소의 9배가 넘는 4418건에 달해 현지 분위기가 어떤지를 짐작케 한다. 심지어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3년생 포도나무를 심고 밤을 새워가며 가건물을 신축하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후유증이나 건설 수, 발표 시기 등의 곁가지에 가려 간과되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나 계획가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신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도시의 철학이나 색깔조차 모호한 분당이나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나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마스터플랜 자체가 흔들린 판교나 송파와 같은 2기 신도시를 붕어빵처럼 재차 양산한다면 이는 신도시 추가건설의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후대에 국토낭비라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친환경이니 자족이니 하는 그럴 듯한 개발 구호가 무색한 가운데 집값 안정이나 주거문화 제고라는 명분을 잃고 또다시 ‘동네 신도시’나 ‘아파트 모듬단지’정도로 변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동탄 신도시는 수원이나 화성, 병점, 안성, 오산 등 주변 지역 주민이 전체의 30%를 넘게 차지하고 있을 뿐 정작 서울 사람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강남이나 분당신도시 사람들은 지금도 동탄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을 정도다.
치밀한 계획은 그래서 중요하다. 입지가 다소 불리하더라도, 강남 대체입지가 아니더라도 후대에 살아 숨쉴 수 있는 철학이 내재된 신도시가 건설된다면 현안 과제인 공급효과는 자연스럽게 극대화될 것이다. 런던이나 시드니, 파리, 베체르부르크 등의 도시를 떠올리면 뭔가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처럼 도시를 사랑하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내재된 도시를 만드는 데 진력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가격이나 투자는 장사꾼 단어에 불과할 뿐이다. 조그마한 도시 경관요소까지 신경을 쓴 유니크한 세계적 도시를 건설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수백만평 규모의 신도시 추가건설 계획발표가 임박한 시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발언(?)만 무성한 채 이 같은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신도시 건설을 위한 철학을 확립하고 이를 철저하게 설계에 반영, 도시의 정체성(Town Identity)이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의견 수렴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기간에 걸쳐 대충대충 계획을 수립하고 마구잡이로 집을 지어대는 신도시를 또 건설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입지조차 설득력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신도시 역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1796년에 효심(孝心)을 도시 건설의 철학적 배경으로 삼아 5만6800평 규모의 화성(華城) 신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세계 도시史에 우리를 등극시킨 정조대왕이 새삼 존경스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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