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원 유세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정치적 색채를 띄며 활동을 했죠.
대통령제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정파적 특성이 용납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대통령제의 역사도 짧을 뿐더러 국민적 특성상 전직 대통령이
정치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인해 국제적 인지도가 높고 명성이
있었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견지에서 DJ의 훈수정치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범여권 인사들이 동교동을 드나들며 정계 방향에 관한 언질을 DJ로부터 듣고
DJ가 공개적으로도 범여권 대통합을 이뤄내야 대선을 기약할 수 있다고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열린우리당대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며 DJ를 지지하고,
한나라당은 날선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DJ의 직계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마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대통합 이전에 그야말로 대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물론 대통합도 공론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죠)
게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은 DJ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발악을 하고 있다"며 심한
표현을 서슴지않고 공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직 대통령은 공인중의 공인이며, 정치인이 아닌 국가의 어른입니다.
국민은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정파에 묶이지 않고 나라 전체를 걱정하는 어른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현 정치인 나부랭이들이 하는것처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처럼 전직 대통령의 정치활동이 용납되고 자연스러운 사회에서야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결국 국론이 분열되고
맙니다.
이미 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돌아설대로 돌아서고 국민들이 어느 하나 믿고 기댈
정치인이 없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들마저 정계의 이익 다툼에 발벗고 나서게 되면
정치판은 이미 국민과 나라를 위한 정치판이 아니라, 정치를 위한 정치판이 되어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