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여행은 자연과 육체의 끊임없는 대화다. 굵은 땀방울은 어느새 둘을 하나로 만든다. 김규만 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동호인들과 함께 라이딩을 하고 있다.
《‘바람소리는, 바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 바람이 세상을 스칠 때 나는 소리다.’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말이다.
봄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넘어가는 6월은 자전거 타기에 좋은 시기다. 시간이 없다, 힘에 부친다, 자전거가 비싸다….
이런저런 핑계는 던져 버려라. 자전거는 가까이에 있다. 발이 페달을 밟는 순간 다른 세상이 열린다.
소문난 자전거 ‘고수(高手)’와 ‘초급 수준’인 기자의 대화를 통해 자전거 여행의 ABC를 소개한다.
평소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김규만(49·굿모닝 한의원 원장) 씨는 요트 윈드서핑 등반에도 능숙한 스포츠 마니아다. 1994년과 99년 자전거로 인도 북부 라다크를 여행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 티베트 지역(약 800km)을 횡단했다.
뱃살을 핑계로 자전거를 멀리하고 있지만 기자도 ‘생초보’는 아니다.
3년 전 서울∼강원 춘천(약 180km)을 1박 2일로 왕복했다.
하지만 그 후 체중이 20kg이나 늘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전거와 멀어졌다.》
페달을 밟는 순간 또다른 세상이… 나를 찾아 떠나는 자전거 여행

그물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규만 원장. 고양=원대연 기자
○ 20kg ‘살 배낭’은 잊어라
▽초급=며칠 전 지하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봤는데 먼지가 뿌옇게 쌓였다. 자전거와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하지만 지금 자전거를 타는 것은 그 무게의 ‘살 배낭’을 짊어지는 것과 같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수=사람들이 자전거 여행을 어려워하는 것은 시간과 돈, 자신감 부족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자신감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빼면 몸이 약해, 시간이 없어, 돈이 없어 못하는 자전거 여행은 없다. 요트 얘기로 빠져 미안하지만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은 배의 크기(가격)가 아니라 세일러의 간(肝) 사이즈’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웃음)
▽초=말은 쉽다. 몇 달 전 한강변의 평탄한 코스에서 할머니 라이더(Rider)에게 계속 추월당했다. 이럴 리가 없다며 이를 악물었지만 소용없었다.
▽고=대개 1개월 정도 규칙적으로 자전거를 타면 라이딩(Riding)에 필요한 근육과 지구력이 생긴다. 꾸준히 자전거를 타다 3, 4일에 한번씩 50km 이상 장거리를 뛰면 된다. 여행을 준비한다면 집에서 가깝고 갓길이 넓은 도로에서 연습하며 도로 감각을 익히는 게 좋다.
▽초=몸은 그렇다 치고 자전거도 문제다. 좋은 자전거는 1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내 자전거는 40만 원대의 저가 산악자전거(MTB)다. 그래서 무겁고 주행에도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50만∼250만 원대의 MTB라면 자전거 여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산악 지형이 아니고 일정이 짧다면 보통 자전거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타는 사람의 ‘엔진’이다.
○ 마음이 가는 곳으로 떠나라
▽고=자전거 여행은 자신의 힘으로 가야 하는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자유롭다.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자전거의 매력이다.
▽초=춘천에 가다 천마산 고갯길에서 포기할 뻔 했다. 오르막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자니 정말 힘겹고 창피했다. 그래도 서울∼춘천을 왕복한 뒤 마중 나온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뿌듯해지더라.
▽고=라이더들이 하는 말이 있다. 오르막에서 페달을 밟을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오르가슴’과 내리막에서 바람을 가르는 ‘내리가슴’의 쾌감이다. 가쁜 숨과 근육의 피로를 통해 이룬 성취감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초=솔직히 오르가슴은 초보가 넘볼 수 없는 세계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3년 전에는 혼자 자전거를 탔다. 차량이 씽씽 달릴 때마다 간이 오그라들더라.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고=‘나 홀로’ 여행은 절대 금물이다. 도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최소 3, 4명이 함께 다녀야 안전하고 비상시에도 대처할 수 있다.
▽초=2001년에는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한 걸로 알고 있다. 라다크나 티베트처럼 평균 해발 고도가 4000m에 가까운 지역과 유럽 여행은 어떤 차이가 있나.
▽고=오지 여행은 그냥 서 있기도 힘들지만 의료봉사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유럽은 런던∼파리∼빈∼부다페스트∼뮌헨∼파리 등으로 이어지는 13박 14일의 일정이었다. 장거리는 열차나 버스를 이용했고 시내 관광은 접히는 ‘폴딩 바이크’로 다녔다. 여유 있는 ‘문화유산답사’의 성격이 강하다.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50km를 이동했다. 자전거로 다니면서 그 나라 문화의 속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고수를 태운 자전거의 기동력은 놀라웠다. 초보와 고수가 각각 자동차와 자전거로 촬영장소인 경기 고양시 원당종마목장에서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의원까지 이동했다. 고수의 ‘애마’가 먼저 도착했다.

자전거 앞에 부착한 자전거용 텐트와 속도계, 나침반.
○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초=추천할 만한 코스는….
▽고=초보자에겐 장거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거주지가 서울 지역이라면 가까운 친구 서너 명과 함께 영종도, 석모도, 대부도 등 섬을 여행하는 것이 좋다. 번잡하지 않고 섬 특유의 볼거리가 많다. 육지라면 서울∼춘천 왕복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자전거로 갔다가 버스로 돌아오는 것도 괜찮다. 돌아오면서 힘들었던 여행의 추억을 돌이켜볼 수 있다. 라이딩보다 여행에 초점을 맞춘다면 테마가 있는 여행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카메라와 작은 수첩을 준비해 휴식할 때 사진을 찍는 것도 빼놓지 마라.
▽초=어떤 준비물이 필요한가.
▽고=장비의 무게는 줄이되 필요한 장비는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타이어 수리법은 반드시 익히고 수리에 필요한 장비도 챙겨야 한다. 헬멧, 장갑, 고글, 밸러클라버(쓰면 눈만 나오는 모자)가 있어야 하고 옷은 통풍이 잘되는 저지류가 좋다. 초보자라면 잠자리나 취사는 직접 해결하지 않는 것이 낫다. 텐트와 취사 장비의 무게 때문에 여행에 부담이 된다. 초콜릿과 건포도 등 고열량의 간식과 간단한 상비약도 챙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