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가지기 전 계류유산을 경험한 맘입니다. 해서 다음에 임신했을때 무척이나 몸조심해서 예쁜 딸을 낳았지요. 너무나 행복해서 둘째가 생긴지도 모르고 봄 알러지가 심해 눈이 안보일만큼 부어올라 약을 오래 먹었네요. 그러다 임신 4주가 넘었음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병원에 갔는데 다행히 아기집이 동그라니 있더라구요. 그 다음주엔 씩씩한 심장을 발딱거리고 꼬물거리는게 마냥 고마웠습니다. 아기도 건강해 보인다고 의사도 약은 그리 걱정말라며 응원도 해주었구요. 하늘에 감사하며 소식을 이곳저곳 알렸습니다. 시댁식구, 친구들, 친정...다들 좋아하고 저도 좋았고... 그런데 신랑은 좀 달가와 하지 않았죠. 피임을 완벽히 했는데 어떻게 된건지 의아해하면서 둘은 좀 무리인것 같다고 걱정을 하도 하기에 저도 조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넉넉치 않은것도 있지만 몸이 안좋으신 시어머님을 다음달부터 제가 모시기로 결정했고 그런 이유로 이사를 준비중이었으니 몸이나 마음이나 지쳐있었거든요. 딸은 한참 말썽피우는 21개월이라 이유없이 울고 짜증내길 반복해 하루종일 파김치가 되어 있었으니...
그렇지만 엄마들은 알겁니다. 내 안의 생명 그렇게 쉽게 포기 못하는것을요. 신랑이 지우자고 몇번을 이야기 해도 버틸 수 있다며 끝까지 우겼습니다. 하나 키우나 둘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내가 엄마로서 키우겠다며 화도 냈는데... 입덧이 시작되니 미치겠더라구요. 첫째때 6개월까지 아무것도 못먹던게 생각이 나며 겁이 덜컥나고 온몸이 마비된것처럼 침대에서 못일어났습니다. 정리할 짐은 산더미가 되어가고, 첫째는 아예 열외가 되서 하루 세끼 겨우 챙겨 먹이니 신랑만 들어오면 짜증만 부리는 엉터리가 되더군요. 그때 못된 생각이 들었습니다. 뱃속 아이만 아니면...
지우자, 말자를 수백번 생각하고 입으로 내뱉고, 엄마로서 정말 못할 짓 했습니다. 제가 왜 그랬는지 이제와 후회됩니다. 어제 아침 병원에 가는 날이라 별 의심없이 갔는데 그렇게 건강해보이던 아가가 심장이 안뛴답니다. 많이 커서 형태가 뚜렷해진 아가를 보며 아닐거라고 다시 검사해 달라고 말했지만 20분이 지나도 심장소리를 듣지 못했지요. 엉엉 울었지만 그런다고 아기가 다시 살아나진 않고 제가 다 마음을 못되게 굴어 아기가 간것 같아 지금까지 가슴이 저밉니다. 몇시간 후면 수술로 아기를 꺼낸다고 하네요. 무엇때문에 죽었는지 꼭 알아야겠다고 말해놨습니다. 괜히 신랑도 밉고 평소보다 더 힘들게한 첫째도 밉고...제일 용서 못할 사람이 제 자신입니다. 내 몸 조금 힘들었다고 다 듣고 있는 아가에게 모진소리 툭툭 던진 제가 너무 싫어요. 용서를 빌고 싶은데 면목이 없어 차마 좋은데 가라고도 못합니다. 후에 정말 마음이 고운 엄마 만나 건강히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이 울어서 너무 울어서 다시 아기만 산다면...천년이라도 울텐데...
아가! 꿈에서조차 반갑게 맞아주지도 못해 미안해. 그렇게 너가 안아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내쫓다니. 정말 미안해. 부디 용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