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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에 대해 알고 싶은 두 세가지 것들 ③

네오 2세 |2003.05.23 23:20
조회 498 |추천 0

 

 

Q : '불릿-타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말틴 :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비교하였을 때 여러 가지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액션을 실사 영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분석하여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눈의 매개체인 카메라 렌즈에 의존하는 영화의 액션 씬과는 달리 애니메이션의 액션 씬은 애니메이터의 손에 의해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정교하게 완성되기 때문에 인간의 눈이 감지하기 힘든 세밀한 부분에까지 창작자의 상상력을 완벽하게 실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신세대 저패니메이션 작품들에는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이러한 '쿨' 액션 장면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매트릭스>의 액션 장면에 지대한 영향을 준 애니메이션이 <아키라>와 <공각기동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유리 겔라' 꼬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키라>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워쇼스키 형제의 꿈은 저패니메이션의 쿨 샷들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이었지요. 그들은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효과맨 존 게이타를 고용하였고, 그의 팀이 워쇼스키 형제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 탄생시킨 특수촬영 기법이 바로 '불릿-타임'(워쇼스키 형제에 의해 명명된 것입니다)입니다. 이것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을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1. 스미스 요원이 네오를 향해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때 발사된 총알 표면에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고 칩시다.

2. 네오가 멋지게 총알을 피하는데 이 과정이 카메라를 통해 생동감 넘치게 찍힙니다. 그런데 문제는 총알의 스피드가 너무 빨라 이 멋진 액션 씬을 육안으로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3.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상적인 스피드로 촬영된 이 씬의 사이 사이에 우리가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동작이 찍힌 프레임을 수백개씩 끼워넣었다고 가정해봅시다.

4. 이제 관객이 보기에 훨씬 '쿨'한 '고해상도 슬로우 모션' 장면이 완성된 것입니다. '불릿-타임'은 이런 기본적인 원리에 CG, 그리고 '방향감'이 결합하여 탄생한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몇몇 CF나 영화들(<로스트 인 스페이스>나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 등)에서 유사한 기법이 쓰인 바 있으나, <매트릭스>의 '불릿-타임'은 그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것입니다. '불릿-타임'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만들어집니다.

1. '불릿-타임'을 적용하고자 하는 액션 씬을 보통 카메라로 찍습니다.

2. 찍은 장면을 컴퓨터로 스캔하여 액션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인공적인 '눈'을 설정하여 분석된 동작을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시점을 찾아내고, 어떤 방식의 방향감을 줄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3. 분석된 결과에 따라 해당되는 위치에 120대에 달하는 스틸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안에서 해당되는 액션 씬을 다시 찍습니다.

4. 찍힌 이미지는 다시 컴퓨터로 스캔, 분석되고 사이 사이에 연결을 부드럽게 할 CG 이미지가 삽입됩니다. 이 과정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과도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렇게 해서 완성된 액션 씬은 1초에 무려 12,000 프레임이나 들어가는 고밀도의 슬로우 모션씬이 됩니다.  

<매트릭스>의 '불릿-타임'은 180도, 360도의 두 가지 형태의 패닝으로 방향감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의 트리니티의 점프장면이나 모르피어스의 다리가 총알에 맞는 장면이 180도 패닝이고,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360도 패닝의 대표적인 예지요.

Q : 네오와 트리니티가 모르피어스를 구출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말틴 : 이 장면은 오우삼이 헐리우드로 진출한 이후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총격씬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씬입니다. 이 장면을 위해 사전부터 치밀한 스토리보드 작업이 있었고, 스턴트 코디네이터와 무술 감독 원화평의 세심한 조언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몸짓 하나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5대의 카메라를 동원하여 저패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초현실적인 느낌의 액션 장면과 오우삼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시를 읆는 듯한 우아한 액션 장면의 환상적 결합을 도모한 워쇼스키 형제의 시도는 일단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총격전이 끝난 후 유유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는 네오와 트리니티의 뒤로 그 많던 시체들이 단 한 구도 보이지 않는군요? 게다가 온 벽과 기둥이 벌집이 된 그 엄청난 총격전 뒤에 네오와 트리니티의 옷은 먼지 하나 묻지 않고 깨끗하군요. 이것도 '그'로서의 네오의 능력일까요? :)

Q : 네오와 트리니티가 탔던 헬리콥터는 어떤 기종입니까?

말틴 : 벨사의 B-212입니다. 어떤 분들은 UH-1 휴이 기종이 아니냐고 하시는데, 둘은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분명히 다르지요. (B-212의 앞 주둥이 부분이 UH-1보다 더 뾰족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은 프로펠라 부분이 없는 실제 크기의 모형과 빌딩에 추락하는 씬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미니어쳐 모형, 이렇게 두 종류인데 모두 실제 B-212 헬기와 놀랍도록 똑같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헬기를 타고 네오가 신나게 기관총을 발사하는 장면은 대단히 멋진 장면이긴 하지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처럼 네오가 기관총을 무작정 갈긴다면 그는 요원들뿐만 아니라 모르피어스까지 쏴버리게 될테니까요! 네오가 요원들만 골라서 사격한 것도 '그'로서의 능력일까요? 아무리 '그'라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지, 이건 좀 심했습니다. :)

Q : B-212가 건물에 부딪혀 폭발하는 장면입니다. 그런 식의 폭발이 정말 있을 수 있을까요?

말틴 : 이 장면은 많은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이 영화의 광적인 팬들은 이 '환상적인'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그럴듯한 가설을 세웠지요. 이 폭발장면에서 건물의 유리창에 인 '물결'은 네오가 트리니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완충장치라는 것입니다. 즉 그는 유리창에 '쿠션'을 주어 헬리콥터와 빌딩의 충돌로 트리니티가 입을 충격을 최소화시켰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그렇게 했냐는 질문은 하지 마세요. 네오는 '그'이고, '그'가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 또 이 장면은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들이 매트릭스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매트릭스'의 세계가 무언가 문제가 있는 불완전한 세계임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씬이라고 풀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설들은 그냥 팬들의 추측일 뿐이지요. 사실 이 장면은 워쇼스키 형제에 의해 처음부터 철저히 계산된 '현실성 있는' 장면입니다. 워쇼스키 형제는 처음부터 이 장면을 영화에서 표현된 것처럼 영상화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유리창이 깨질 때 영화에서와 같은 '물결' 현상이 일어나느냐 하는 점이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실제로' 유리창을 깨뜨리는 실험을 여러차례 해 보았고, 그 결과 실제 유리창이 깨질 때 영화에서 본 것과 비슷한 '물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단, 영화 속에 나온 '물결' 장면은 실제 장면은 아니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것입니다. 선명하고 효과적인 슬로우 모션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지요. 어쨌거나 이 장면은 정말 아찔할 정도로 멋진 장면임이 틀림없습니다!

Q : 또 하나의 '쿨 샷'인 지하철역에서의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총격 씬에도 '불릿-타임'쇼트가 등장하지요?

말틴 : 그렇습니다. 360도 패닝 '불릿-타임'쇼트입니다. '불릿-타임' 촬영용 세트에서 네오와 스미스의 액션 부분만 따로 촬영되어 CG 편집작업을 거쳐 지하철 역 배경과 합성된 것이지요. 본래 이 장면은 실제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촬영될 예정이었으나, 구조물의 일부가 파괴되어야 할 정도의 격렬한 액션이 요구되는 장면이었기에 오래된 창고를 지하철역처럼 개조하여 만든 세트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보시면 어색한 점들도 조금씩 보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휙'하고 지나가는 지하철에 사람이 하나도 타고 있지 않다는 점 눈치 채신 분 계신가요? :) 두 사람이 치고 받는 격투장면에서는 자세히 보시면 '와이어 액션'을 위한 '와이어'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와이어 액션'은 언제쯤이면 어색한 느낌이 없는 완벽한 것이 될 수 있을지?

Q : 드디어 마지막 장면입니다. 트리니티가 키스를 하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네오가 다시 살아나는데, 이 장면을 좀 설명해 주시지요.

말틴 : 네오가 다시 살아난 것은 트리니티의 '사랑의 키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네오는 잠자는 숲속의 왕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이 기억하시다시피 오라클에 의해 예언된 바입니다. 그 흔한 '예수' 논쟁은 일단 뒤로 하고, 그가 다시 숨을 쉬게 된 이유는 그가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의 네오가 실제로 격투를 하지 않았음에도 입에 피가 난 이유를 물었을 때 모르피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 마음이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Your mind makes it real)” 매트릭스에 연결된 인간의 죽음이란 결국 그곳에 연결된 인간의 의식이 스스로 살아있기를 포기한 결과라 할 수 있지요. 네오 역시 스미스 요원의 총을 맞고 매트릭스 안의 다른 인간들처럼 죽음의 상태에 이릅니다. 그의 의식이 잠시 그의 심장을 멎게까지 하지만, 이 절박한 순간 그의 의식은 드디어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즉, 자신이 '매트릭스' 내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여전히 매트릭스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전의 네오가 아닌 매트릭스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것을 객체화하여 볼 수 있고, 심지어 마음대로 조작까지 할 수 있는 진정한 '그'로 다시 태어난 것이지요. 그리고 그는 죽이는 것이 불가능했던 스미스 요원을 '해체' 시켜버립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스미스 요원의 프로그램을 직접 공격하여 '에러'를 발생시켜 그것의 실행을 중단시킨 것이지요. 이렇게 다시 태어난 네오는 이전의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 힘은 다음과 같지요.]

1. 그는 매트릭스 안의 모든 사물들의 형상을 '디코딩'하여 볼 수 있습니다.

2.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매트릭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초인적인 눈'으로 해석하고 느끼며, 심지어 변형까지 할 수 있습니다.

3. 이제 그에게 총알을 피하는 일쯤은 문제도 아니며 발사된 총알을 멈추게까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는 스미스 요원보다 몇 배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지요.

4. 그리고....그는 날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뮤직 수퍼바이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 스탭은 최근 들어 헐리우드에서 각광받는 스탭입니다. <매트릭스>를 보다 보면 돈 데이비스가 작곡한 장중한 스코어 이외에 프로디지, 메시브 어택 등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음악들이 계속해서 흐르는데, 그 연결점이 대단히 매끄럽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삽입곡이 신나게 나오다가 툭 끊기곤 하는 우리나라 영화들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죠. 이 부분은 바로 뮤직 수퍼바이저 제이슨 벤틀리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는 워쇼스키 형제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영화의 흐름에 맞추어 돈 데이비스의 스코어와 더불어 훌륭하게 삽입, 편집하였습니다. 특히, 엔딩 장면의 네오의 대사에 이어 영화의 주제와 무관하다 할 수 없는 RATM의 'Wake up'이 흐르고, 곧이어 마릴린 맨슨의 'Rock is dead'가 이어지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공개될 <매트릭스>의 두 편의 후속작 <Matrix : Reloaded>, <Matrix : Revolutions>는 그간 떠돌던 소문과는 달리 <매트릭스>의 '프리퀄'이 아닌 '시퀄'입니다. 이미 '수퍼맨'이 되어버린 네오가 어떤 활약을 펼치며 인간 노예들을 기계족으로부터 해방시킬지, 1편의 '불릿-타임'에 이어 어떤 환상적인 특수효과가 등장하여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줄지, 마침내 밝혀질 '자이온'의 실체는 어떤 것일지 등 궁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모르피어스가 남긴 '명언'을 곱씹으며 후속편의 개봉을 다같이 손꼽아 기다려 봅시다.

“Your mind makes it real. Free your mind...."

 

김정대(영화 칼럼니스트)  출처:http://www.nki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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