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선정한 최근 '25년간 사라진 것들 25가지'중에 공감하는 것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실내 흡연(1위), 타자기(4위), VHS비디오(8위), 공중전화 부스(9위), 회전식 다이얼 전화기(11위), 교양(15위), 손으로 돌려서 여는 자동차 창문(19위). 마침 눈을 돌려 국내 신문 기사를 보니 여자 화장실 앞에 줄서기도 이제는 사라지게 될 거라고 한다.
결혼하면서 큰 마음 먹고 산, 일반 필름 카메라는 요즘 꺼내 쓰기 창피할 정도다. 난 어얼리 어답터와는 한참 거리가 먼 중고품 혹은 막차 인생 같아서 여전히 디지털 카메라는 내 재산 목록에 들어 있지도 않다. 어제 아내는 집에 쌓여있는 어린이용 비디오 테이프를 이웃에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요즘도 비디오 테이프를 보는 사람이 있겠냐는 것이다. 정작 우리집은 '박물관은 살아 있다'를 비디오 테이프로 빌려 보고 있으면서도, 남들은 이제 모두 CD를 볼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다가 정말로 우리 가정이 시대에 뒤떨어진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린 시절 그 귀하던 유리병에 대한 추억 때문에 빈 유리병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어디 쓸데 있을 거라고 쌓아두는 나, 참 구닥다리 인생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조금씩 버리고, 바꾸며, 채우고 산다. 어제는 아들 새산이가 1~2년 전만해도 그렇게 사 모으던 팽이를 이웃 유치원생 아이에게 주었다. 아들은 팽이를 보면서도 자기 팽이인줄도 몰랐다. 요즘 만날 손에 들고 다니는 유희왕 카드도 머지않아 버리게 될 것이다. 켜면 절반 정도가 새까맣게 나오던 오래된 브라운관 TV를 자랑스럽게 LCD TV로 바꾸었다. 그런데 LCD도 거의 막차인지 바꾸고 나니까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남들 다 쓰는 정수기 한 대를 사 놓을까 요즘 고민하고 산다. 그러니 나도 나름대로 남 꽁무니이지만 누릴 만큼 누리고 산다. 그런데 아, 학창 시절 그렇게 갖고 싶었던 만년필만은 끝내 내가 써볼 시간도 주지 않고 박물관으로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