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수치로 표현된 걸 보니 씁쓸하더군요.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해 기소한 뒤
판결이 확정됐거나 항소심 판결까지 선고된 기업범죄 117건을 상대로
법원의 선고형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 107건, 벌금형 4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겨우 6건에 불과!
하답니다.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한 기업범죄의 실형 선고율이 5%, 결국 100건 중 95건은
법원 재판에서 풀려났다는 얘기입니다.
일반 형사 사건의 실형율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지금까지 기업총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형사재판에서
일반인에 비해 유리한 선고형을 받아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돈 많은 피고인인 기업인들은 재력을 이용해 전관 변호사 등 유능한 변호사들을
선임해 대부분 재판에서 승소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호사들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장사꾼인만큼, 유능한 변호사는
많은 돈을 받고,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지만, 결국 가진자가 재판에서 유리하게 되는 결론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재판이라는 것은 국가 공권력의 행사로서 사회의 유지 및 존립을 위해 있는 것이며,
그런만큼 그 무엇보다 공정하고 그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하지만 있는 사람들은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재판하는 족족 승소하고, 없는 사람들은
심지어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기도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근본원인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처럼 합리적인 양형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판사의 양형재량이 너무 크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형사재판의 판례를 보면 이른바 '감'에 의해 선고형을 정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정하고 판사가 양형을 정함에 있어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양형을 정한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전관예우가 공공연해진 것이고 당연한 귀결로 전관 변호사를 통한
기업인들의 말도 안되는 승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더불어 한화회장 사건, BBK사건 등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기업총수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쥬'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