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일요일) am 01시 38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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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다가 살짝 선잠이 들었는데,
아버지가 내 방에 들어오시더니 . .
" 원성이 자냐? "
" . . 예 . . "
" 가게 불났다. 다 탔어 . . "
" 예???? "
한 순간에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아버지의 음성이 너무 차분하셔서
제대로 실감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 자라 . . 안 가봐도 돼니까 . . "
허겁지겁 옷을 줏어입고 밖으로 나왔다.
아버지는 먼저 가셨는지, 보이지가 않았고
혼자 가게로 향하는 내내, 심장이 쿵쾅거려서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집에 엄마가 없는 것이 생각났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내일이 주일이라고 늦게까지 가게에서
일 하다가 불을 낸 건지 . . 오 하나님 . . . 제발 . .
시장 입구로 들어서는데 소방차 두대가 싸이렌을
울리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직설적이고 솔직하신
아버지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아 조금의 과장도
없는 말씀이라는 건 이미 짐작을 했지만 . . .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길 양쪽으로 즐비해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잔불 처리를 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모습 . . 기존에 어떤 가게였는지 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타 버린 광경 . . .
한쪽으로 이어진 상가 건물 4채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가게 앞에 서서 '휘청' 하고 한동안 다리에 힘이 풀려있었다.
어제 양파즙 짤려고 아버지가 한 차 실어오셨던, 양파가
불에 그을린채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한 아저씨가, 화재 피해가 없는 삼보 마트
아저씨에게 " 야 김씨~ 느들 3층에 올라가서 물 좀
붓지 뭐했나? " " 안그래도 내가 옥상에 올라 가가꼬
바가지로 계속 물 부었어~ " 하고 킬킬 거리며 농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덩달아 살짝 웃겼다. ㅡ ㅡ;;
엄마를 찾았는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험한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인지, 우리
부모님은 너무 강하시다.
아버지가 엄마 모시고 먼저 집에 가라고 해서 화재 진압
마무리 되는거 보고 집에 왔다. 밤새도록 네이버님에게
화재 피해 보상에 관한 모든 글을 찾아보았는데,
재래시장 안쪽이라 화재보험도 들지 못했고, 발화점이
우리 가게가 아닌 옆 가게라 할 지라도, 고의로 불을
지른것이나 본인의 중과실로 인해서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 지언정 피해보상의
의무는 없단다. ㅡ ㅡ; 짜증나서 그냥 잤다.
일요일 . . 평소와 다름없이 부모님은 교회를 가셨고,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에게 위로 전화가 왔다.
오후에 두현이 부부를 만나서 다시 가게를 가보았다.
밤에 봤을때 하고 또 기분이 달랐다.
3년 전, 엄마가 건강원을 하고 싶다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와 함께 이리저리 가게 자리를 알아보고,
전기 배선이나 영업용 동력 설치 문제로 선배들에게
도움도 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이 가게에서 장사를
시작 하게 되었는데, 기계 하나하나에 어머니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것을 생각하니까 콧잔등이
시큰해져서 더이상 보고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려운 사람들에겐 돈도 안 받고 그냥도 해드리는
천사같은 우리 어머니에게 . . . 왜 이런일이
생기는 건지 . . .
두현이가 드라이브 하러 쌍용 계곡에 가자고 했다.
속내와 달리 너무나도 낙천적인 내 모습이 더욱
안쓰러웠나 보다 ㅡ ㅡ; 아직 물놀이를 하기에는
이른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드문드문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 판국에 여름
휴가를 기대하고 있는 내 정신 상태는 도데체 뭐지?
낯가림도 많이하고 내성적인 두현이 와이프가
자기가 저녁 쏜다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잔다 . . .
왜 자꾸 이런 말 한마디까지 기대가 되는거야 . . .
원성아 정신차려 ㅡ ㅡ;
일부로 승욱이가 구미에서 올라왔는데,
미현이를 재우느라고 이러저리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재홍이한테도 계속 전화가 오는데 받지 않았다.
두현이 부부와 맥주를 한잔 먹고, 12시가 넘어서야,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나 기다리느라고 이 녀석들은
벌써 둘이서 소주 세병을 마셨다. 내가 연락을 피한게,
무척 서운했나보다. 미안하지만, 오늘만큼은 상대방
기분 배려해주고 싶지 않았다. 친구니까 . . . 이런 날
이해해 줄거라 생각했다. 재홍이는 그렇지 않나 보다.
많이 서운했는지 . . 자꾸 지 기분 얘기만 한다.
급기야 나도 언성이 높아졌고, 성질이 나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홍이 녀석이 계속 뒤따라왔다. 이 새키 눈물이 글썽
글썽해서 계속 미안하단다 . . . 나도 마음이 약해져서
홍이랑 둘이 또 맥주를 한잔 하러 갔다.
녀석이 통장을 건네줬다. 내 성격에 뻔히 안 받을거란 건
알지만, 이거 줄려고 계속 나 기다렸는데, 내가 전화를
피하니까 더욱 서운했던 거란다. 돈을 많이 못 모아서
조금밖에 도와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고 했다.
신발놈 . . . 멋있는 척은 지 혼자 다할려고 하는 새끼 . .
지 말마따나 못 배워서 이런식으로 밖에 자기 감정
표현할 줄 모르는 새끼 . .
나도 강한척 좀 하면 안되냐?
눈물이 날 뻔 했는데, 멋있게 참아줬다. ㅋ
나중에 정말 어려울 땐, 그땐 제일 먼저 너한테
손 내밀테니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겨우 설득시켰다.
모르겠다. 내가 아직 철이 없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깊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험한 시련을
너무 많이 겪어서 바위처럼 단단해 진 것인지 . .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법적으로 . . . ㅡㅡ;;
밑 바닥을 두루두루 경험하게 되는구나 . . .
누가 그러던데, 부자 될려고 불이 난거라고 . . ㅋㅋ
여기저기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많고 . . .
역시 세상은 그렇게 어둡고 고독한 것만은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나는 불행 중 행복하다.
힘내겠습니다. 열심히 살아서 오늘의 시련이
제 인생의 디딤돌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걱정해 주신 분들 다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