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립대들이 대입 전형에서 상위 40%에 해당하는 내신 4등급까지 모두 만점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서 논란이 됐었죠. 내신반영률을 높이라는 정부의 말도 안되는
요구에 대한 주요 사립대들의 담합 식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헌데 정부에서는 내신반영률을 축소하는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등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물론 내신실질 반영률을 축소하려는 일부 대학들의 움직이가 2008년도 대입제도의
근간을 훼손해 학교현장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하고, 정부 정책의 신뢰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제재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일견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내신반영률을 높이려는 근본적인 정부 정책의 문제점
입니다.
일단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내신은 형평성이 없습니다.
고교별 학력격차가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강남 8학군과 입시학원화 해버린 외고, 과고, 자사고 등의 특목고로 엘리트들이 몰리는
기이현상, 너도나도 시골을 벗어나 서울로 몰리는 인구집중화 때문에 지역별, 고교별
학력격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는 지방에서 중학교를 다녔고 서울에 있는 외고를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를 봤는데 반에서 30등대를 한적이 있습니다. 울적한 마음에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학교 동창과 통화를 해서 시험 얘기를 했죠.
제가 반에서 30등대 해서 우울하다고,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니 친구가
점수를 물어보더군요. 점수를 말해줬더니 매우 놀라더군요.
친구가 하는 말
"야 그 점수로 우리 학교 오면 전교 1등이야!"
그 친구가 다니던 학교는 지방이긴 하지만 엄연히 시내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였습니다.
입학한 아이들도 연합고사를 봐서 커트를 통과하고 온 학생들이구요.
.. 학력격차가 대충 이정도입니다.
그런데 내신 비중을 높여서 학생을 선발하라고 하니,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은 대학에서는
반발하는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합니다.
대학은 자신들이 원하는, 즉 '입맛에 맞는' 학생을 뽑으면 되는겁니다.
다만 문제는 지금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며 입시요강을 자주 바꿔서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면 안된다는 거죠. 학생들은 가고자 하는 대학에 맞춰 학습 방향을 결정하면
되는겁니다.
그와 함께 학교에서는 포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구요. 편중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이 다 다른만큼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지요.
어차피 대학들이 뽑고싶은 학생은 다 비슷합니다. '우수한 학생'이죠.
우수한 학생을 뽑고싶은 만큼,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은 그네들이 누구보다 골똘히 연구합니다.
그런 흐름에 정부가 역행하게 되면 반발하는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대학에 자율권을 준다고 해도 역시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목표는 같기 때문에
대학간에 지나치게 다름을 걱정할 필요도 없는거구요.
다만 정부에서 해야할 일은 고교별 학력격차가 극심한 것이 분명한 현실에서 대학들에게
지켜지지도 않을 정책들을 강요하기보단,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공교육의 부실에 의한 사교육 열풍, 그에 따른 강남 집값 상승 및 쏠림현상, 특목고의
입시학원화..
결론은 아무도 믿지 못하는 지금의 공교육을 모두가 믿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우리나라의 오랜 풍토도 바꿔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