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31살..
사회생활 12년차..
저.. 나이를 헛먹었습니다..
별명은 박꼴통.. 어리버리..
생긴건 나름 카리스마있다고, 회사에서 내가 제일 무섭다고들 하던데..
전 왜 이리 거절을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회사에서도 사기전화에 속아 내 돈 날린거 전사공지에 떠서 쪽팔려서 그만두고.. (S그룹 이었는데..)
전화로 판매하시는 분들, 거절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또 영어교재니 뭐니 할부로 끊고.. (뭐.. 나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런 분들도 일할 맛 나시겠지만..)
집으로 찾아오시는 분들.. 매번 말씀 들어드리고.. 설문지 작성해 드리고..
지하철에서 '좀 도와주십쇼' 하시는 분들.. 한번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은 예전 버스에서 '좀 도와주십쇼' 장애인분이 아예 제 옆에 앉아서 그날 수금(?)하신 돈봉투를 저에게 내보이시며 계산 좀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아... 그 버스에서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서 그분과 맨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동전 세가며 나름 기입장에 그날 수입도 적어드렸죠..
대미를 장식할 사건.. 얼마전 회사앞에서.. 정말 너무나 남루해 보이는 할머니께서 고무장갑을 팔고 계시더군요.. 회사가 선릉이라 삐까뻔쩍한 빌딩들 사이의 할머니가 더욱 더 안쓰러워 보였죠..
저.. 지갑 열어보니 9천원 있더군요..
5천원짜리 하나 꺼내어 할머니 앞에 쪼그려 앉아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대화내용을 서술로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대화식으로 바꾸겠습니다.)
"할머니.. 이거 얼마 안되는데 점심이라도 좀 사드세요."
"아가씨.. 미안한데 돈 좀 더 줘."
"할머니.. 제가 가진게 얼마 안되서요.. 이거면 점심은 드실 수 있을 꺼에요"
"아가씨.. 복 받을 거야.. 돈 좀 더 줘."
그러시며, 고무장갑 하나를 저에게 안겨 주시더군요..
결국 남은 4천원 더 쥐어 드리고 왔습니다..
왠지 허무하더군요.. 집에 와보니 고무장갑도 성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전, 주위친구들에게 또 꼴통이라는 말을 들어가며 저의 마음약함을 탓할 수 밖에 없었지요..
전 솔직히 동정심이 남들보다 좀 많은 성격이라.. 어렸을때는 저의 이런 성격에 어르신들 짐도 많이 들어다 드리고, 암튼 그런 수고 속에서도 나름 뿌듯함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 각박한 세상을 살다보니.. 저의 순수함이 없어져서 인지.. 아님 세상이 절 이렇게 만든건지 뿌듯함은 커녕 후회스러움만 남게 되네요..
어제.. '도를 믿으십니까' 분들이 어떤 여자분께 접근했다고 엄청 욕 먹으시는 걸 보면서..
와.. 저 여자분 대단하시다란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 올리네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딱 거절할게 있으면 정확하게 의사표시 하는 법 배우고 싶어서요.
마음 약한것도 좀 강하게 하는 법.. 뭐 이런거 없을까요?? ^^;
즐거운 점심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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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근데 또 한편으론 너무너무 죄송해요..
답글까지 달아주시는 수고로움을 보여주셨건만..
결국 어제 지하철에서 또 "도와주십쇼" 분께 약소한 금액이나마 도와드렸답니다..
밑에 분들 말씀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으나, 잘 안되더라구요.. ^^;
음악틀어놓고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절대 외면했을텐데.. 그분은 척추가 완전 휘셔서 잘 걷지도 못하시더라구요.. (왠지 저를 합리화 하는 듯한.. ^^;)
아무쪼록 오늘 하루도 평안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