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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매트릭스는 다시 매트릭스에 불과하다

이지원 |2003.05.31 15:48
조회 1,328 |추천 0

전편 매트릭스는 다시 매트릭스에 불과하다

ⓒ2003 홍성관검은 화면을 줄창 세로 지르는 초록색의 문자들. 검고 타이트한 바바리에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써대는 선글라스. '그'가 돌아왔다.

99년 전세계 영화팬들을 충격과 환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전설의 워쇼스키 형제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재장전(reroaded)'이란 이름을 덧붙인 매트릭스 리로디드를 내놨다.

우선 영화의 포스터를 보라.

네오와 트리니티의 선글라스에는 기계의 시스템에서 독립한 스미스 요원'들'과의 액션 장면, 3.2km의 고속도로를 직접 깔아 찍었다는 추격장면이 비춰지고 있다. 두 명의 전사들이 본 영화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폼을 잡는 씬에 대한 예고편이 아닌가.

영화는 그래픽의 차원에서 보자면, 공기를 가로지르는 총알들을 '허리 뒤로 제끼기' 슬로모션으로 피하는 장면과 360도 회전불릿타임 액션 장면보다 완성도를 높이고(네오의 능력이 출중해져서 더이상 허리 뒤로 제끼기를 안해도 되긴하다), 그 이상을 요구하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버추얼 시네마토그래프를 준비했다.

또 음악에서 보자면, 99년 테크노의 결정판으로 열풍을 일으켰던 후속탄으로 테크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랜스'를 마련해놨다. 이 '트랜스'는 영화 전반에 걸친 정서를 반영하는 장치로 보인다.

징글맞고 더럽게 생겨먹은 기계들과 대비되는 거대 동굴 속 시온의 시민들이 보내는 밤.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 준 불로 어둠을 밝히고 사랑하는 남녀가 반라의 모습으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그들을 주목해 보라. 눈에 초점은 흐릿하고, 반쯤 벌어진 입가에서는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다. 기자는 추하게 생긴 기계들보다 인간이 우위에 있는 것이 이 원초적인 쾌락을 향유할 수 있는데 있다고 보았다.

많은 관객들이 네오가 트리니티를 되살리는 장면에서 피식대기도 했지만, 또 많은 관객들은 예상됐고, 유치하게도 받아들여질 그 장면에서 징한 희열을 맛보았을 것이다. 인간의 사랑, 그것이야말로 원초적 쾌락의 정수가 아닌가.

전편 매트릭스는 하나의 매트릭스였다. 전편의 마지막에 네오가 자신이 '그'임을 깨닫고 승천한 것으로 많은 이들은 네오가 '신'이 되었다고 여겼다. 그러나 워쇼스키 형제는 영화상영 줄곧 네오가 인간임을 주지시켰다. 트리니티와 붉은 빛 도는 조명 속에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나 격투 중 손을 베어 피가 나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또 네오를 이끌었던 모피어스도 신에 유사한 존재가 아닌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던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도 주지되고 있다.

영화는 전편에 이어 종교적 모티브를 동원하는데, 전편에서 죽었다 부활했던, 그리하여 기독교적 메시아를 연상시키던 '그'가 사실은 유일한 '그'가 아니라, 여섯번 째 '그'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자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외에도 여러 기재들 속에서 종교적 색채를 엿볼 수 있었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워쇼스키 형제의 짖궂은 장난끼도 발동한 장면들도 있었는데, 진지하게 키메이커를 구하러 갔더니만, 예상과 다르게 키메이커는 현실의 늘상 볼 수 있는 왜소한 체구의 열쇠공이었다. 마치 '니들은 키메이커가 어떻게 생겼을줄 알았는데?'하고 약간 조롱하는듯도 해보였다.

또 주인공에 대해서도 장난쳤구나 싶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트리니티가 보는 앞에서 네오를 다른 여자와 키스하게 만드는 설정 등이 그러하겠다.(여기서 강한 이미지의 트리니티를 질투를 느끼는 여성으로 격하시킨듯해 이들의 사상이 잠시 의심스럽기도 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공각기동대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드래곤볼, 심지어 수퍼맨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들을 연상시키면서도 '매트릭스'만의 독창적 위치를 구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편보다 확장된 스케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만 기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 네오가 프로그램의 창조자를 만나는 장면에서 -왠지 워쇼스키 형제의 고의적 장난끼가 발동했으리라 추측되건데- 벽의 모니터 속 네오들이 너무 경박하고 산만하게 굴어 진지한 분위기를 엉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점과 현란한 그래픽으로 기대를 모았던 흰색 레게머리의 쌍동이 악당이 너무 허무하게 깨져 별 비중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수십수백 번 영화 장면장면들을 곱씹어봐야할 숙제를 매니아들에게 남겼다고 볼 수 있는 매트릭스 리로리드의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보다 다음 편을 위해 무려 반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홍성관 기자 (haeban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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