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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찍다가 목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정종훈 아빠 |2007.07.01 11:47
조회 25,427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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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더 지나면 2007년도도 하반기로 흘러듭니다.

쉽고 안전한, 내리막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NEWS는 항상,

사건 사고투성이라서 보고 싶지 않지만

어제는 식구들이 모여 앉아 9시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로 여행가던 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들 얘기가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마음속으로라도 저 사람들을 위해 명복을 빌자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KBS 조모 기자란 분은 가슴으로 1살짜리 애기를

꼭 안은 채 숨졌다고 합니다.

 

그때 그 상황들을 상상해 보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또 얼마나 애절하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 왔습니다.

 

어제는 퇴근하니까

집사람이 집에 새끼 참새를 한 마리 데리고 왔다면서 보여줬습니다.

장보고 오는 길에 집 뒤쪽 옹벽 아래에서 울고 있길래

그냥 두면 혹시 고양이에게 잡아 먹힐까봐 안타까워서

데리고 왔다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모이도 주고 물도 먹이고 했다더군요.

 

(집 뒤쪽에 옹벽이 있습니다.

벽에 여기저기 배수구인지 신축이음용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마다 참새 식구들이 여러 집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거기서 합창들을 한다고 아주 난리들입니다.

그 중 어느 한 집에서 떨어진 걸 겁니다)

 

알에서 나온 지 한 달 조금 지난 정도로 보였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 이산 저산 나무에 올라가 새집을 많이 털어(?)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된 새라는 걸 대충은 알 수 있습니다.

 

그때 새끼들이 너무 귀여워 키워보겠다고 집으로 가져와서

파리도 잡아주곤 했지만 잘 안 먹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3일을 넘기지 못했던 편치 않은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땐 어린 철부지라 그랬다고 하더라도

(결국 생명을 못살게 굴고 또 살리지도 못했으므로)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에 엄청난 죄를 짓는 나쁜 행동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사람은 저에게 밥상을 차려주고는

줄곧 새끼 참새에게 으깬 쌀과 물을 먹게 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집사람도 자연처럼 순수한 면이 있는 시골 출신입니다)

 

집사람은 정성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전에도 아들녀석이 학교 앞에서 몇 백원 주고 사온

노랑 병아리 두 마리를 큰 닭이 될 때까지

집에서 키운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파트에서 말입니다.

 

나중엔 다 커서 이놈들이 이리저리 퍼덕이고 날아다니면서

온 집안을 지저분하게 해서 시골 처갓집에 갔다 드렸었는데,

결국 얼마 뒤 (서운하게도) 장인께서 잡아 드셨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근하고 조금 뒤에

집사람이 엄청 격앙된 목소리로 저에게 전화를 해왔습니다.

“여보! 어미 참새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새끼 참새를 데리고 갔어”.

“엥? 말도 안 되는 소리!” 라고 했죠 제가 당연히.

 

새끼 참새에게 모이랑 물을 계속 먹이려 하고 있었는데

창 밖에 다 큰 참새가 발코니 난간대 위를 계속 왔다 갔다 하더랍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발코니 방충망을 열어주고 좀 떨어져 있었는데

큰 참새가 샤시 문틀위에 날아와 앉으니까

새끼 참새가 폴짝폴짝 뛰어 가더랍니다.

 

그러더니 큰 참새가 날아가니까

새끼 참새가 그냥 뛰어 내리더라네요.

날지도 못하는 것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집이 3층인데 다행히 밖에 잔디랑 나무들이 있어서

다치진 않았나 봅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큰 참새가 새끼 참새에게 먹이도 물어주고 그러더랍니다.

아마 새끼 참새의 어미였던가 봅니다.

 

지금은 비도 너무 많이 오고

새끼 참새가 차도로 자꾸 나가고 해서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왔다는데.

 

어미 새는 자기 새끼가 우리 집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새끼를 우리가 아무리 잘 돌보더라도

어미 새는 엄청나게 불안해 하고 안절부절 하겠죠?

그렇다고 어미 새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그냥 밖에다 뒀다가

고양이에게라도 잡아 먹히면 어떻게 합니까?

 

어미 새가 많이 불안해 하더라도 집에서 좀 키워야 할 거 같답니다.

 

조금 전에 집사람과 통화를 하니까

지금은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와서

우리집 안에 있는 새끼에게 먹이고 있답니다.

 

그래서 활짝 열어 놓으면 새끼가 또 떨어질 거 같고 해서

어미 새가 드나들 정도만 방충망과 발코니 샤시를 열어 놓았답니다.

 

이런 일이 믿어 지십니까?

 

 

얼마 전 주말에는 까치에게 공격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보도로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근처에서 까치 두 마리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났더라구요.

왜 저러나 그러면서 나무 옆을 지나치는 데, 갑자기 !

까치가 휘-익!하고 하강을 해서 부리로 쪼을려고 그러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새끼들이 나는 연습을 하다가 지쳐서 그런 건지

보도 옆 나뭇가지에 의지하고들 있었던 거 같은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 새끼들을 해칠까봐

거길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그렇게 위협을 가했던 거였습니다.

 

이제 보니

 

어릴 때 제가 경험했던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제가 나무 위로 올라가서 새끼들을 잡고 그러니까

어미 새들이 저를 공격했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작은 새들이었지만 무지하게 겁났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무서워하던 묘지 사이로도 피해보고

굵은 소나무 뒤로 숨어 보기도 하고 그랬지만

계속 공격을 해와서 어쩔 수 없이

산 아래로 내달려서 도망 올 수 밖에 없었던 기억들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하여간 지금 집사람은

청소 등 집안 일을 할 생각도 않고 새끼 참새에 매달려 있다네요.

 

새와 인간이 다른 점이 있습니까?

같다고 봅니다.

새도 자연, 사람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캄보디아에서 피붙이를 잃은 가족들의 오열과

새끼를 잃을까봐 안절부절 하는 까치들의 울부짖음.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만이 숭고한 것이 아닙니다.

생명있는 모든 것이 숭고합니다.

 

하여간 자신이 낳은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헌신은

사람이나 새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새끼가 어른이 된 후에야 그 희생이 전수되고 반복되겠지만 말입니다.

 

새끼 참새가 잘 커서

어미와 함께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사고를 당한 안타까운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작은 것들 속에서 엄청난 걸 느꼈습니다.

 

단지 보이느냐 마느냐, 느끼느냐 아니냐,

그냥 그 차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틈새 속에도 큰 게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 작은 것들이

보이고 또 가슴으로 느껴지는

경건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2007.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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