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가 다 되어간다..
철없이 집을 나와버렸다..
결혼하고 두달째 접어들면서..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던것 같다..
왠만해서는 화나도 한침대에서 자고 왠만해서는 화나도 집 나오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그 집안에 있으면 정말 손목이라도 그어버릴까 싶어 나와버렸다.
가까운 곳에 친정이 있지만 무슨 잘한 짓이라고 친정에 기어들어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퇴근 후 그냥 겜방에 앉아있다..
남편과는 2년간의 연애기간 끝에 결혼했다.
누구나 그렇듯 결혼전에는 먼저 사과할줄 알고 이해해주고 연애초기부터 결혼하자고 졸랐던 사람..
결혼준비하면서도 드러운게 돈이라고 예민한 문제때문에 많이 다퉜다..
뒤집어 엎을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놈의 사랑이 뭔지..그래도 내 남자다 싶어 결혼했다..
차라리 결혼 하고나니 속이 편했다. 새롭게 시작한것이니 잘 해보자 다짐도 했었다.
그래도 안정된 느낌이였고 적응 안되는 새로운 집이지만, 내 집이려니 하고 정을 붙였다.
남편은 9남매중에 장남이다. 남들이 보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꺼라 했지만
시댁식구들은 나에게 부담될껄 알고 너무 살갑게 대해주시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하긴..시댁 식구들은 정말 좋으신 분들이다. 결혼에 있어서 그 점도 작용했지만..
남편의 직장은 집과 멀다. 어쩔수 없이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
남들은 신혼이면 깨소금 냄새가 난다지만 모르는 소리다.
남 속 모르고 좋겠다 부럽다 하면 정말 속이 썩는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내가 선택한 길인데 누굴 탓할꼬..
그냥 저냥 싸우면서도 배워가고 성격 맞춰가며 사는거 겠지..했다..
남편은 잔소리가 심하다. 첨에는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20년 넘게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인데 생활 방식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맞춰질까..
남편도 내 생활 방식중 맘에 안드는것이 있겠지..했었다..
마트에 가도 전자제품 작은거 하나 사려해도 와트가 어쩌네 전기세가 어쩌네..
집에 있는 전자제품 코드는 전기세 나간다고 다 빼놓고..
심지어는 밥 들어있는 밥솥까지 빼놓으면...뭐..식은 밥 먹으라고?
그렇게 얘기했더니 먹을 만큼만 하고 매번 하라고..남편 그러는 니가 밥 한번 해봤니..?
결혼전에는 맞벌이니까 당연히 집안일은 반반씩 한다고 했으면서..
일주일에 한두번씩 집에 오면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검사하고..
하나라도 안되어있는게 있으면 그거 꼬투리 잡고 얘기 시작하지..
내가 주부 9단은 아니지만 나도 나름대로 노력한단다..
근데 퇴근 후에 시간 많은데 집에서 뭐하냐고..?
남편 너는 직장 멀어서 집안일 하고 싶어도 할수 없으니 집 가까운 사람이 하는게 당연한거 아니냐고?
그럼 평소에 못도와주는걸 더 미안해 해야하는거 아니니...?
기껏해야 밥 먹고 주말에 설거지 몇번 해주면서 왜 그리 궁시렁 말이 많은지..
밥 할때 이리 저리 챙기면서 하면 설거지 하는 사람 안힘들지 않냐고..?
차라리 안도와주는 대신에 아무 말도 하지마 그냥..
결벽증에 가깝게 그렇게 하는데..그래..내가 결혼전에 동생과 둘이 생활하면서
깔끔하게 지내지 못했던거 안다..그래서 결혼후에 그거 가지고 꼬투리 잡을까봐
우리집은 정말 삐까뻔쩍은 아니더라도 깔끔하게는 해놓고 살라고 노력했다..
냉장고 문 쾅쾅 닫지 말라고..미안하다..힘이 넘치나보다..그게 어떻게 쾅쾅이니..
내가 해온 혼수인데 내가 고장내고 싶겠니..?
한두번 지적해도 왜 말을 안듣냐고? 군기가 빠졌나보다..미안타..
남편은 시댁 식구들과 있을때는 마치 나를 엄청 위하듯 대한다..
우리 색시 우리 각시 하면서..
좋을때는 한없이 퍼줄꺼 처럼 대한다..그래 그때는 나도 좋다.
이런게 행복이구나 싶기도 했다..
그치만 자기 기분이 틀어지면 정말 그처럼 냉정하고 비열한 사람이 없더라..
오늘도 기분 안좋다고 틱틱 거리다가 아침 조금 늦게 차려준다고 싸늘하더라.
엊그제부터 휴가면 한번쯤은 니가 차려줄수도 있는거 아니니..?
나는 휴가가 아니잖아..
연애 초창기에 남편 니가 해준 볶음밥 한번 먹어봤다..
그래도 남편 집에 왔다가 새벽일찍 출근하면 안쓰러워서 아침 안먹고 간다고 하는거
샌드위치며 주먹밥이며 싸서 차에서 먹으라고 보냈다..
오늘도 아침 생각 없다기에 몇시간후에 점심 차리러 나왔더니
옷 입고 시댁가더라..그래..볼일 있는건 알겠는데..타이밍 기가 막히데..
밥 먹고 가라고 했더니 너 혼자 먹으라며 자긴 집에 가서 먹겠다고..
나 욕먹게 하는것도 가지가지다..
드럼세탁기에 건조하지 말아라 전기세많이 나온다..
하나티비에 600원 하는 영화한편 보고싶어도 잔소리때문에 못본다. 비디오도 없다.
현관문에 시트지 하나 붙인거..전세집인데 돈 들이고 남의 시선만 신경쓴다고 괴롭혔지..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 흘리면 울지 말라고 하긴 커녕 짜증난다고 울지말라고 소리지르고..
그냥 나가버려서 전화하면 전화기 꺼놓고 무한정 안받고..
결혼하고 바로는 인사드리고 바쁜거 알지만
결혼하고 주말에 딱 한번 집에서 쉬어봤다..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시지만 장인장모님은 아직 시간이 많으니
잘해드리고 싶다고..?자기 부모 누가 안소중하겠어..근데..
우리 부모님은 돌아가실날 정해놓고 살고 계시니..?
2년후에 시댁들어가서 살자고 바득바득 우기고 그러자고 알았다고 했는데..
그때도 직장이 그쪽이면 나혼자 들어가서 살라고..?
왜 효도는 말로만 하는데?
잘해줄때는 한없이 잘해주다가 돌아서면 너무 싸늘한 너.
지겹다..정말 이런게 결혼생활인가 싶다..
퇴근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전화에 미안하다며 문자하는 남편..
미안하면 뭐하니..화해하면 뭐하니..꼭지 돌면 또 그럴텐데..한두번이니..
나도 퇴근하고 피곤해..집에 가서 자고 싶지..나이 먹어서 겜방서 밤새고 싶겠어..
내일도 출근하는데.
한번 뒤집어 엎고 다시 시작해야하는건지..
아니면 헤어짐을 고려해봐야하는건지..
답답한 마음에 주절주절이다...나도 참..바보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