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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신랑(3탄) - 전원일기 주인공되다.-

태풍엄마 |2003.06.05 16:42
조회 3,059 |추천 0

- 3탄 -

나와 나의 신랑은 결혼하여 시댁에 살고있다.

우리 시댁은 우리시(市) 의 번화가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그러니까 우리시에서 제일 촌이다.

요즘같이 도로가 잘 뚫여있고, 자동차가 많은 시대에, 울 시댁에서 읍내(?)로 나올려면 버스를

두번 갈아타야하는 오지이다.

첨에 신랑이 자기집이 00 면(面) 이라고 말했을때, 나는 삼십넘게 살면서 그동네 사람 가까이서

본건 첨이라고 놀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우리시의 가장 번화가 중심지.  꿈과 낭만의 도심에 젖어 살다가, 하루아침에 제일 촌동네로

시집을 간것이다.

 

하여간........

처음으로 시댁에 인사하러 가던날, 나는 몹시 놀랐던 기억뿐이다.

첨엔 시내에서 40분이나 걸리는 거리에 놀래자빠졌고, 두번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날 반기는

가축들의 똥냄새에 호흡곤란 증세로 잠시 정신을 잃을뻔 하였다.

참고로 나는 알아주는 개코이다.

 

나 -  야!  이거 무슨냄새야? 너무 심한거 아니야? 코가 매워.

신랑 -  응~ 이거 돼지똥 냄새야. 자꾸 맡으면 괜찮아져, 걱정마. 안죽어.

나 - (심하게 쏠린다)  욱!!!   욱!!!!

신랑 - 자기야! 괜찮아?   아우 ~  너가 시골서 안살아봐서 그래.

          자~  (심호흡을 하며) 이게 다 자연의 냄새란 거야.

나 -  @@    (속으로) -  자연의 냄새? 똥을 싸고 있네. 

 

집안에는 내가 인사온다고 동네 아줌마들이 벌써와서 진을치고 있었다.

똑같은 디자인에 무늬하고 색만틀린 몸빼바지에, 큰꽃 작은꽃 빤짝이꽃 요란스런

냉장고 티셔츠를 모두 입고 계셔서 방안은 마치 태국의 어느 휴향지에 와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신랑이 잠깐 자리를 비우고, 나는 수줍어서 얼굴도 제대로 못들고 있는데................

 

작은꽃가라 티 아줌마  -   아이구, 이집 며느리하난 잘도 얻었네. 탈렌트 같네. 탈렌트~

나 - (속으로) 내가 하긴 이동네서 살긴 좀 안타까운 인물이긴 하지. 흠흠흠

왕꽃가라 아줌마 - 그려. 이집 아들도 인물이 좀 좋아?

                            왜 있잖아 . 이집아들 전에 만나던 색시도 인물은 좋았잖여.~~~

나 - @@ ))))))   띠요옹

순간, 비상사태임을 직감하신 울 시어머니 아줌마들 무릎을 때리며 자제하기를 요구하지만,

사태 파악이 안된 우리 꽃가라 아주머니들 신이 나셨다.

 

작은꽃가라 아줌마 -  좋았지. 그색시도 참하고 좀 이뻤어? 키도 후리후리 컸지?

빤짝이꽃 아줌마 - 암만. 컸지. 근디 요 며느리는 자그마하구만. 호호호

작은꽃, 큰꽃 아줌마 - 하하하 호호호

 

순간, 벌겋게 달아오른 나의 얼굴과 딱 마주친, 벌겋다 못해 거무티티해진 울 시어머니 얼굴.

근데, 나는 타고난 심성이 참으로 착한가 보다.

어찌보면 충분히 열받고, 삐질수도 있는 일인데 화가나긴 커녕 너무 웃음이 났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어찌 사람을 면전에 앉혀놓고, 전에 사귀던 색시 이야기를 할수 있을까?

하지만, 순진하고 때묻지않은 순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리 화날일도 아니였다.

내가 부모님 선물로 사간 옥매트에 아줌마들은 엉덩이를 붙이고 옹기종기 모두 올라가 앉아 계시다가,

해가 떨어지고 어떤 아저씨가 밥안주냐고 마나님을 찾으러 오시고서야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줌마들이 가시고 내가 신랑한테 그이야기를 해줬더니 , 어떤 아줌마가 그랬냐고 나한테

꼬치꼬치 캐묻는다.

인상착의를 말해 보란다.

근데, 옷도 다 비슷하고 키도 다 고만고만하고, 헤어스타일도 거의 비슷해서 나는, 할수없이

아까 그 아줌마들의 말투를 최대한 비슷하게 성대모사를 했다.

그걸 심각하게 듣고 있는 우리 신랑도 웃기지만, 이 나이에 시킨다고 그걸 하고있는 나도

웃겼다.

강력계 형사반장이  범인의 목소리를 감별하듯  진지하게 듣고 있던 신랑이 무릎을 탁 친다.

 

신랑 -  이장댁 아줌마다 !!!!

갑자기 분위기는 형사25시로 바뀌고, 나는 조금이라도 확실함을 보여주려고, 눈을 실눈으로

뜨고, 입을 오리처럼 쭉 내밀어서 최대한 그 아줌마랑  비슷한 표정을 만든후 다시한번 그 대사

를 해 보았다. 신랑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신랑 - 분명해. 이장댁 아줌마가 맞어!

범인 검거에 일조를 한 나는, 앞으로 신랑이 범인에게 내릴 가혹한 처분이 과연 어떤걸지 몹시

궁금했다.

신랑 - 너 앞으로 이장집 아줌마보면 인사 하지마. 절대로 알았지? 나두 안할꺼니까  씩씩~

 

오~ 이런.   새댁의 맘속에 시퍼런 멍을 들게하신 이장집 아주머니에게 내려진 형벌이

고작 만나면 인사하지 말란것이란 말이냐? 

시골은 시골이였다. 시골서 어른을 보고 인사 안하는건, 있을수도 없는일이고, 있어서도

안될일이라고 했다. 

 

전에 신랑한테 예전에 사귀던 아가씨가 있었다고 들었었다. 간호사였다고 했던것 같다.

그래서 시골에 놀러오면 노인네들 링거도 놓아드리고, 주사도 놓아 드리고 그랬단다.

어쩌면 나보다는 더 이 시골하구 어울리던 사람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어쨌건 이 돼지똥밭에 남겨진 사람은 나이고, 과거는 과거일뿐 아닌가?

요즘도 가끔 난 주사기를 보면 신랑한테 장난을 친다.

나 -    피곤하지?  주사 놔 주까?  일루와봐.

신랑 - 야!  그거갖구 장난치다 다친다. 주사나 놀줄 아냐? 그리구 그거 강아지 예방접종 하는

           주사다.

 

 

이렇게 나의 신혼은 시골 조그만 동네에서 시작이 되었다.

.

.

.

.

"사랑의 향기인가 ~ 꽃바람 여인" 

꿍짝 꿍짝 ~~~ 꿍짜라작작~~~~~~~~~~~~~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 보니 새벽 5시이다.

확성기를 통해 마을 전체로 울려 퍼지는 꽃바람 여인은 너무 이른아침 장단이 아닌가 싶었다.

곧이어

" 00 리 마을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늘은 비료푸대하구, 사료푸대하구 재활용 하기로한  날입니다.

  지금 빨리 마을회관 앞으로 들구들 나오세요. "

 

헉 !!!!

무슨놈의 재활용을 새벽 5시부터 한단 말인가?

난 하도 웃기고 , 시끄럽고 그래서  창을 열고 밖을 보았다.

울 집은 2층이라 마을회관이 보인다.

아저씨 아줌마들이 벌써 회관앞으로 나오신다. 부지런들도 하시지......

그래도 새벽 5시에 꽃바람 여인은 너무했다.

 

그순간,

나의 시선이 한순간 확~~~ 하고 가서 꽂히는  하얀 운동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 볼수 있는 하얀색 스프리스 줄무늬 운동화가 있었으니,

이 동네서 과연 누가 저걸 신고 농사를 짓는단 말인가?

하마터면 나는 입이 벌어진채로 턱이 빠질뻔하였다.

나의 신랑 운동화를 신고 새벽 5시에 마을회관 앞에서 비료푸대를 밟아 끈으로 묶고있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저분은 나의 시아버지가 분명했다.

헉!!!!!

 

나 - "자기야. 일어나봐. 아버지가 너 하얀색 운동화 신구 나가셨어. 왠일이니?"

우리신랑 - " 또?  아부지땜에  미치겠다. 저번엔 푸마 신구나가서 다 버려 왔는데."

 

@@ ))))  깩!! 푸마까지?

하여간 못말리는 우리 시아버지다.

하긴, 새벽 5시에 나가시는분을 누가 잠 안자고 말리랴~~~

설마, 내껀 안신으시겠지?  - 멋부리기용으로 발보다 엄청 크게신는 신이 있다.-

" 뭔 신발이 이리 크냐?" 하시며 내 가죽 신발에 발을 대보시던 그 어느날이 자꾸 맘에 걸린다.

오늘부터 그 신발은 꼭 차에 싣고 다녀야 겠다고 다짐을 했다.

 

- 3탄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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