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학생일때 만났고 만난지 3년 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스물일곱에 신입사원이고, 저는 아직 4학년. 학생이에요.
남자친구가 대기업에 들어가면서 다른 직장들에 비해 월급이며 OT수당이며 조금 넉넉하게
받는 편이다보니, 단 몇개월전만 해도 학생신분으로 서로 매번 쪼들리는 용돈에 맞춰가며 데이트
해오다가 남자친구가 번 월급으로 넉넉하게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밥도 먹으러 다니니 기분
많이 좋았답니다.
남자친구는 매번 "과장되면 돈을 얼마 받고, 수당이 얼마고...(중략) 남자친구 잘 만났지~?"
하면서 농담반, 자랑반 하며 제 앞에 훨씬 당당해지니 보기도 좋고.
돈, 참 좋구나... 하면서 속으로는 '앞으론 학생 못 만나겠다' 하는 맘까지 가졌었죠.
그런데 나흘전부터 남자친구 목소리가 다운되더니 오늘까지 풀릴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회사에서 나쁜일이 있었나- 하고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지친 목소리에 대고 꼬치꼬치 캐묻기가
미안해서 괜히 노래 불러주고 힘내라고.. 만 해왔어요.
그러다 오늘 오후에 입을 열기를,
너무 힘들답니다.
30명쯤 되는 한팀이 4~5개쯤의 PM으로 나눠져 있는데, 지금 남자친구가 발령받아 일하는
PM분위기가 녹록치가 않은가봐요.
정식 발령받기 직전에 약 두달정도 근무했던 PM에서는 꽤 적응을 잘해서 회사 생활에 대한
기대도 컸었는데 지금 일하는 곳 선배들은 살가운 감이 없는 모양입니다.
물론, 정확히 어떤 문제를 느끼는지는 저도 알수가 없어요.
자신이 너무 예민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자기들끼리만 뭉쳐진 느낌이고, 차라리 따로 할일만 시키고
말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하네요.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참 답답하고 내가 사람 대하는것과 사람들이 날
대하는.. 그런 관계가 너무 힘들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왜 자꾸 이런 기분이 깊어져만
가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던데,
뭔가 모를 벽, 거리를 느끼는 것 같아요.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는건, 상대 입장에선 자신들도 모를 거리를 두고 아직은 친분없는 신입사원
대하 듯 했던게 없지 않아 있었겠지 싶긴 합니다.
오늘은 선배가 회의자료를 이것저것 챙겨라 시키는 바람에 욕심껏 바리바리 챙겨서 회의에 들어
갔더니 2분쯤 늦었더래요.
그랬더니 부장님께서 "000씨는 아직도 회의 시간이 몇시인지 몰라요?" 했다더군요.
늦었으니 당연히 한소리 들을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참.. 말이라는게 묘한 뉘앙스 라는게 있잖아요?
상대는 무심결에 던진 말이지만 자기만 느끼는 그런 묘한..
그 '아직도' 라는 말, 2,3년차 이상이거나 대리급 들에게는 쓰지 않을거 아녜요.
신입사원이고, 그래서 여태 회사 생리에 적응 못하냐- 라는 느낌으로 들리던데 일일히 기분을
말하진 않았지만 남자친구는 오죽했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남자친구를 좋아한다, 예뻐한다 하던데 그래도 2년 이상 같이 일한 사람들 대하듯
대하진 않는 모양인지 회사 생활을 참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해결책도 줄수가 없네요.
그저,
"많이 힘들지? 오늘 회의때 일도 있고, 자꾸 사람 힘들게 만드는 생활이네.
그래도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오빠한테 대고 다른 사람들 흉도 보고 욕도 하는거 보면 그 사람들은
오빠가 생각하는 것 처럼 오빨 멀게 생각하는건 아닌것 같아.
지난번 피엠에선 오빠챙겨주는 나이많은 여선배도 있었기라도 하지, 이번 사람들은 내가 느끼기
에도 살갑거나 진심으로 정겨운 사람이 아직 안 보이는것 같던데 항상 마주하는 오빠는 더 하게
느꼈겠지.
어쩌면, 새로운 사람을 살뜰히 못챙기는건 그 사람들 개인적인 성격이나 성향 탓일지도 몰라.
힘들면 참지만 말고 기숙사 친구든 학교때 친구든 조금이라도 마음 맞는 사람들한테 오빠가
술 사서라도 만나면서 속풀이라도 하고 그래.
그래도 이렇게 힘들어하다보면 어느순간 빛이 들거야.
진심으로 열심히 일하고 사람을 대하면 꼭 보답이 오더라.
남은 시간 힘내고, 사랑해."
라고 밖엔 말을 못하겠던데.
경험에서 오는 조언이 없으니 참 미안하더라구요.
에버랜드 표며, 캐리비안베이 티켓등등 남자친구 앞으로 저렴하게 나오는 티켓들로
놀러다니면서 좋다 좋다 하기만 했는데 실은 수개월간 맘고생 하면서 힘들게 번 돈으로
나한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니 맘이 참 안 좋습니다.
서로 만나는 자체가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남자친구가 힘들어 하고, 이런 상황에 도움 못 주고 힘을 못 줘서 마음이 좋지않고 너무
미안하다.. 고 했더니 그냥 이렇게 속얘기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돼줘서 고맙다고만 하네요.
직장생활이라는게 처음엔 다 그렇지... 라고 함부로 말 못 해주겠습니다.
직장생활 이라는거 겪어본 적도 없을 뿐더러 그런 가벼운 말로 마음 더 심난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
혹시나 사회생활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어보고 잘 해쳐가신 분들께, 이런때에는 어떤 말이
가장 위안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도 남자친구 마음속에 어떤 특정한 말을 들으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만한, 그런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도통 알 수 가 없네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