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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서 밥 사달라는 넘

ㅍㅎㅎ |2007.07.20 18:03
조회 580 |추천 0

지난 주 소개팅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직장에 인턴 사원이 있었는데 갑자기 야근을 해야 되서 소개팅을 못나가게 되었다고 저보고 땜빵을 해달라는 겁니다. 저랑 나이도 같고 킹카래나 뭐래나. 마침 남친과 헤어지고 심심하던 차여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던 차에 지네 언니가 백화점서 일한다고 할인 쿠폰까지 듬뿍 안겨주는 통에... 대신 나가게 되었습니다.

 

나가보니 그 넘도 대신 나왔다는거 있죠. ㅋ 길거리에서도 마주치기 힘든 오크남이었습니다. 게다가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 학생이었다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나도 대신 나와서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으니 밥만 먹고 나가자고 얘기했습니다. 가식을 떠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죠. 그랬더니 또 비싼 걸 먹으러 가자는 겁니다. 학생한테 얻어먹을 맘이 조금도 없었던 저는 그냥 빨리 먹을 수 있는데로 가자고 해서 보통 식당을 가게 되었습니다. 내가 감정을 잘 숨기는 탓인지 듣던 것보다 미인이시라는 등 계속 아첨을 하길래 어떻게 하면 맘에 안든다는 걸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침묵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묻는 것에만 단답형으로 대답했지요. 마지막 식당을 나가기 전에 누나니까 누나가 낼꺼지? 이러는 겁니다. 그 때, 얘가 내가 말을 안해서 기분이 나빴나보다 하면서 그래도 눈치는 챘으니 다행이다 하는 마음에 제가 냈습니다. 제가 받은 쿠폰이 한 오만원은 됬으니 딱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데다가.

 

개인적으론 연상이나 연하보다 또래남이 좋지만 제 친구 중에 연하남을 만나는 애가 있어 그 애의 남친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애교있고 싹싹한데다 얼굴까지 귀엽더군요. 밥도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지가 사더군요. 그 때 연하도 크게 나쁘지 않겠다 하는 마음은 잠깐 들었었는데. 이건 뭐 받쳐주는 거 하나 없는 넘이 나와서 나이 하나 땜에 밥을 사달라니 기가 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또 안 볼거 불우 이웃 돕기 한다 치자 하면서 기분 봏게 자리를 뜬 저. 보통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성격인데.

 

그 날 밤, 그 넘한테 전화가 온겁니다. 다음엔 언제 만나냐구요. 그 때 솔직히 너같은 넘을 또 만나면 그 여자가 제 정신이냐 하고 외치고 싶었죠. 외모를 떠나 처음 소개팅 만나서 제일 비싼거 먹자더니 상대편보고 사라고 하질 않나. 대화 내용도 웃긴게 하나 없고. 거의 졸다 나왔는데. 만약 이런 여자가 있다면 내가 남자라도 치가 딸릴 거 같습니다. 조낸 뚱뚱한 게 나와서 비싼거 먹자 그러고 2인분 먹더니 오빠가 낼꺼지?하면 접시 엎어버리고 싶지 않겠습니까? 예의바른 당신, 그 돈까지 내고 집에 와서 기분좋게 잊어버리려 했더니 전화질해서 언제 또 만나냐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돌려 말하기의 명수인 저, 니가 싫은건 아닌데 그냥 이성으로선 안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진심은,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거지야 였습니다. 지금껏 남친과도 데이트 비용을 반반씩 내왔던 내가 무슨 업보를 져서 이런 넘을? 다행히 알아들었는지 몇 번 문자를 보내더니 굿바이였습니다. 그 후, 그 인턴은 저한테 밥 몇 번 샀습니다. 이 황당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시간을 때우는데 도움이 됬기를 바라며 악플도 상관없답니다. 다시 들어올거 같진 않아서요. 이상 '남의 소개팅 대신 나가지 않기' 켐페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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