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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독서실(9)

선도과장 |2007.07.20 18:34
조회 1,296 |추천 0

독서실(9)

 

그는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뿜어내고는 내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믿을수 없는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 독서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3개월 전이었소.

그때는 내가 이런 일을 겪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었소.

제기랄!

당신도 그랬겠지만 이 독서실 총무자리는 이상할 정도로 조건이 좋았소.

고시원을 전전하던 나는 좀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고, 짭짤한 수입을 얻을수있는

총무자리를 찾다가 이 독서실에 오게 되었소.


그때도 내 전임 총무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대고 그만두었다는 얘기만 들었소.

아, 그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여하튼 나는 이 독서실에서 근무하기로 하고, 주인에게 여기서 숙식을

하겠다고 했소. 그런데,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건 주인아저씨도 독서실에서

자겠다는 말에는 펄쩍 뛰는 것이었소. 이유를 묻는 내게 몇 달 전

여기서 자던 총무가 강도가 들어오는 바람에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밤에 사람을 둘 수 없다고 대답했소.


빈 독서실에 웬 강도가 들었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주인이 그것만은

허락할수 없다고 해서, 새벽 2시까지 여기 있기로 했소.

사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독서실을 찾았지만, 월급이라든지 다른 조건이

너무 좋아 이 독서실을 선택한 거요. 그 이외는 별 특별한 조건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이 총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소.

처음에는 평범한 독서실로 생각되었소. 독서실에 책가방만 던져놓고 나가 노는

애들. 공부 대신 휴게실에서 몇 시간동안 잡담만 하고 있는 애들.

독서실을 데이트 장소로 생각하는 애들. 보충 수업 끝나고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독서실로 들어오는 애들... 여느 독서실과 다를 바 없었소. 그런데,

당신도 이제는 알겠지만, 애들이 12시 되기전에 모두 가방을 싸고 독서실을

나가는 것이었소.

좀 이상했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나로서는 조용히 공부할 시간이 두 시간이나 생기니 좋은 일이었으니까.


첫날부터 12시 되기 전에 애들이 모두 독서실을 나갔소.

나는 잘 됐다는 생각에 이어폰을 끼고 공부에 집중했소.

원래 나는 공부할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소. 그러니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한 거요. 한 20분을 공부했을까...


집중이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되는 거요. 자꾸 이어폰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몇 번을 이어폰을 벗어들고 귀를 기울여 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소. 음악에서 나오는 반주 소리를 잘못

들었으려니 하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 했소.


그런데 이번에는 누가 뒤에서 나를 바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소.

다시 이어폰을 벗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생각이 들어 이어폰을

끼고 다시 책을 들여다봤소.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자꾸

느껴지는 거요. 나는 애써 그 느낌을 지우고 책에 집중 하려 했지만.

그 느낌은 점점 강해지는 거요.


마치 뒤에서 나를 보고 있는 그 무엇이 한 걸음 한 걸음 내 등뒤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 확 뒤돌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소.

나는 내 엉뚱한 행동이 웃겨서 혼자서 피식거리며 책으로 눈을 돌렸소.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내 머리 위에서 나를 강렬하게 내려보는 듯한 시선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소. 어찌나 그 느낌이 생생한지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았소. 천장을 올려다보기가 두려웠소. 이번에는 정말 뭔가가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오,

그 느낌을 무시하고서는 도저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소.

잠시후, 심호흡을 하고 천장을 올려다봤소.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달랐소.

뭔가가 있다가 내가 올려다보니 싹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소.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소. 그런 기괴한 느낌이 드니, 공부가 제대로

될리가 없었소. 꺼림직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기지개를 한번 켜고,

이번에는 이어폰을 빼고 공부를 시작했소. 사방은 정말 죽음과 같은 적막

그 자체 였소. 조무 조용하니까,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거요..

그래도 책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거요.

처음에는 무시했소.

그런데 그 소리는 점점 커지는 것 같았소. 아무런 의미 없는 잡음으로

생각했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자, 마치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처럼 들렸소.

아마 당신도 들었던 그 소름끼치는 소리였을 거요.

공부를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소. 그 소리는 여자방 쪽에서 들렸소.


아무도 없는 방에서 사람 소리 같은 것이 난다고 생각 하니 무섭기 시작하는

거요. 무시하려 했지만, 점점 또렷해진 그 소리는 바로 벽 너머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요. 책을 들여다 봤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그 기분 나쁜 소리만 자꾸 나를 괴롭혔소. 어쩔수 없이

마음을 다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소. 그 여자방에 가서 무슨 소리인지 확인을

해야 했소.


솔직히 그때는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소.

좀 꺼림칙할 뿐이었소.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열쇠를 들고 그 방문 앞에 섰소.

뒤를 돌아보니 괜히 불 꺼진 반대편 복도 끝 어둠 속에서 뭔가가 서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소. 나도 모르게 온 몸이 부르르 떨렸소. 문을 열자마자

느낀 것은 기분 나쁠 정도의 한기였소.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를 노려보는 듯한 반짝거리는 여러개의 눈동자들이

보이는 것 같았소. 난 분명히 그 눈동자들을 본 것 같았소.

그 순간 얼마나 무섭던지...


생각해봐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에서 반짝거리는 눈동자들만 보이는 광경을..

"누구냐!"

나는 소리를 치며 그 방 불을 켰어요.

그런데, 이게 왠일이야. 아무도 없는 거요. 덩그러니 빈 책상과 의자들만 보이고

어안이 벙벙했소. 하지만 가슴을 쓸어 내렸소.

뭔가가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이 든 거지.

피곤해서 헛소리를 본 것으로 생각하고, 문을 닫고 나왔소.

솔직히 그 방안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소. 등이 땀에 흥건히 젖은 것을

느끼고,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소.


그래서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에 가서 커피를 뽑았소.

총무실에서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불빛이 희미하게 휴게실을 밝히고 있는

상태에서 자판기에서 커피 나오는 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음침하게 들렸소.

커피를 꺼내려는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소.

바로 등 뒤에서 기분 나쁜 시선이 또 느껴진 거요. 이번에는 진짜 같이

느껴졌소. 커피를 들고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 소름끼치는 시선이 느껴지던

휴게실 쪽을 봤소. 심장 박동이 격렬해지는 것이 느껴졌소.


내 눈에 그것이 보이는 순간, 나는 두려움으로 가슴이 옥죄어오는 것 같았고,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소.


휴게실에는 창백한 얼굴을 한 여자애가 의자에 앚은 채, 소름끼치는 눈빛을 하고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는 것이었소. 나는 그 애의 생기 없는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소. 커피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며, 커피잔을

떨어뜨렸지, 순간 뜨거운 커피가 튀고, 본능적으로 발을 움칫 거렸어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내 눈앞에 분명히 있었던 그 애가 감쪽 같이

사라져 버렸소.


내 눈을 믿을 수 없더라고.....

분명히 있었는데... 그래도 없어진 것도 사실이니, 애써 나는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해도 기분 나쁘고

무섭긴 마찬가지 였지만, 그날 밤은 공부고 뭐고 더 이상 독서실에 남아있기가

싫어졌소. 대충 흘린 커피를 치우고, 짐을 챙겨 독서실을 나섰소.


봉고를 타고 독서실 건물을 떠나려는데, 뒷덜미가 서늘한 느낌이 드느 거였소.

혹시나 하고 백미러를 보니, 제기랄.. 그 여자애가 독서실 창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소. 무서워서 미칠 것 같더라고, 정말....


천천히 가명 그 애가 또 쫓아 내려올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미친 듯이 속도를 내고 골목을 빠져 나왔지. 다시 백미러를 보니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소. 내가 겪은 일이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우연히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휘황찬란하게 떠 있었소. 그때는 보름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소.

다음 날부터는 애들이 다 가버린 독서실에 남아서 공부하기가 꺼림칙했소,

하지만, 헛것을 한번 봤다고 공부를 포기할 수 없는 셈이지 않소.


무서움을 꼭 참고, 공부를 했소.

이어폰도 빼버렸소. 혹시 무슨 소리가 들릴까 해서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음 날부터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상한 느낌도

들지 않는 것이었소.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공부도 잘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첫날 내가 본것은 헛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소.


한 나흘 동안 아무런 이상 없이 밤2시까지 공부할 수 있게 되자,

나는 다시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기 시작했소. 그리고 뭔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몰래 쇠파이프를 가져와 책상옆에 숨겨둔 내 자신이

웃기기 까지 했소. 그렇게 안심하고 며칠이 더 지나갔지.


일 주일쯤 되니까 독서실 생활에 익숙해 지기시작했소.

12시가 되기 전에는 어김없이 독서실을 나가는 애들의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시험이 며칠 안 남은 상태에서 그런것까지 신경쓰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해서, 애들과는 사무적인 대화 이외에는 아무 얘기를 나누지 않았소.

그게 실수라면 실수였지.

여하튼 총무 생활은 금방 익숙해지고, 공부도 잘 되었소.

한 시쯤 되었을까. 그날은 참 공부가 잘 되던 날이었소. 그런데,

총무실 전등이 깜빡깜빡 하더니 "퍽" 하고 나가는 거였소.

순식간에 암흑이 되었소. 무섭더라고, 하지만, 옆에 있던 플래시를 켜고

살펴보니, 정전이 된 것이 아니라 총무실 형광등만 맛이 간 거였소.

운이 없었던지, 아니면 내 운명이었는지. 그날따라 독서실이라면 항상

구비하고 있는 여분 형광등이 하나도 없었소. 그냥 집에 돌아갈까 했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며칠만에 공부가 잘 되는 날이었소. 좀 생각하다가.

열람실에 들어가 보던 책은 다 보고 갈 생각을 했소. 멍청한 짓이었지...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들고 총무실과 가까운 여자 독서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소.

당신도 알지도 모르겠지만, 괴기스러울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었소.

좀 이상했지만, 시원하니 졸지는 않겠다 하는 생각으로 구석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소. 그때는 별로 불안함도 못 느꼈기때문에

이어폰도 끼고 공부했소. 몇 분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기분

나쁜 뭔가가 스멀스멀 나타나는 것 같았소.


기분이 좀 이상했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소.

그런데, 며칠 전에 총무실에 있었던 일처럼 자꾸 뭔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요. 독서실 사방에 눈이 있어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설마하고 이어폰을 벗으니까, 독서실 안에 또 그 기분나쁜 아이들의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소.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더 이상 거기 앉아 있을수 없었소. 대충 책을 챙겨서 나오려고 했소.


그런데, 갑자기 그 독서실 불이 꺼지는 것이었소.

암흑이 되어버린 거요. 칠흑 같은 어둠이었기 때문에, 어디가 나가는

문 쪽인지도 모르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그 기분나쁜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거였소.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기분 나쁜 소리가 점점 내게

가까이 오는 것 같았어요. 빨리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소.


책상을 더듬더듬거리며, 문 쪽으로 걸어 나갔어요.

소리뿐만 아니라, 그 음침한 시선마저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나는 필사적으로 움직였어요. 의자에 부딪쳐 다리가 아팠지만 그걸 느낄 새도

없었소.

간신히 문에 다가갔어요.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누가 뒤에서 내 뒷덜미를 채가는 것 같았소.

나도 모르게 뒤로 손을 휘둘렀소. 그런데, 뭔가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것이

만져졌소. 촉감으로는 사람의 얼굴 같았소.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졌어요.

"으흑!"


나는 신음을 내뱉으며 있는 힘을 다해 문 손잡이를 돌려서 나왔소.

간신히 복도에 나온 나는 문을 등 뒤에 기대고 헉헉댔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문을 닫으니까 그 소리가 그쳤다는 거요. 그리고 형광등이 맛이 갔던

총무실에도 불이 켜져 있는 것이었소.


사방을 둘러보고, 정신을 추스르니 그 독서실 안은 지극히 정상처럼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또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들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소.

하지만, 그날 밤은 다시 그 방문을 열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았소.

너무 신경 써서 그런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 였소. 대충 짐을 챙겨서

독서실을 나왔소. 또 그 여자애가 보일것 같아서, 이번에는 백미러도 보지 않고

달렸소. 그때 독서실을 그만 두기만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다음날.

나는 내가 본 것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기로 결심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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