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피플에 대한 관심이 큰 편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 이다.
수많은 패션 피플을 보고 지나가지만
여배우도 모델도 아니고 그 유명한 미국과 파리 편집장 들도 아닌데
그녀를 기억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이유.
그녀의 독특한 모자들 때문이다.
'미쳤다'
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으로 짐작할 수 있는
그녀의 독특한 모자 사랑 덕분에
어쩌면 이제는 그녀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사람들과
고인을 추억하는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지난 5월.
'W 코리아'를 뒤적이며 뭐부터 읽을까 고민하다가
반쪽짜리 그녀의 사망기사를 접하고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필립 트레이시 와 같은 런웨이용 모자 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독특한 모자를 현실에서 쓰고 다니는 괴짜 패션 피플 이면서,
유명한 영국의 스타일리스트 이고, 유수의 패션 저널에서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알렉산더 맥퀸 이나 스텔라 테넌트, 필립 트레이시 등 과 같은
재능있는 있는 패션계 인물들을 발굴해 낸
패션계의 공로자 이기도 한 이사벨라 블로우.
그랬던 그녀가
48세 라는 젊은 나이에 난소암 과 우울증 이라는
동맹군에 맞서 싸우다 결국 자살 이라는 백기를 들었다는 것 이었다.
괴짜였지만 현명하고 똑똑한 저널리스트였고
심미안이 뛰어났던 그녀.
'패션 피플' 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참 정의하기 어려운 신분이다.
패션 저널리스트 나 디자이너 정도 된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진정 패션 산업을 위해 몸으로 뛰고
트렌드와 보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개성을 고수한 스타일링을 고집하며 살아온 이사벨라 블로우는
그야말로 '패션 피플'을 정의하기 위한
해석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 막강한 패션 후원자는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애통해 하고 그녀를 만나지 못한 사실에 수많은 새내기 디자이너들이
가슴을 쳐도 말이다.
그녀가 없는 패션계는 문이 좁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그녀가 예전에 패션계에 있었기에 얻은 것이 참 많으므로
떠난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겠다.
때론 정신검진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독특한 모자의 당신을 보는 것도 정말 즐거웠고
당신이 키워낸 뛰어난 디자이너들 덕분에
당신이 없어도 조금은 덜 적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