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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2권 - 6. 과로사

LoveHolic |2007.07.28 00:28
조회 2,435 |추천 0

과로사

요즘은 성취감을 위해선지, 돈을 위해선지
아니면 단지 생활을 위해선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일 때문에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는 거예요.
찬경이의 회사 이야기 중에서

“어이, 직장인. 오랜만이다. 그래 일은 어때?”
나는 자리에 앉으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
는 찬경에게 물었다.
“오빠, 남의 돈 벌기가 쉬운 줄 아세요? 장
난이 아니라니까.”
찬경이 피곤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내가 찬경을 만나게 된 건 순전히 찬경의
친구 지연이 때문이었다. 찬경은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최고의 반도체 회사에
취직했는데, 요즘 고민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더러 가서 고민이
무언지 듣고, 도와 줄 수 있는 일이면 도와 주
라는 주문이었다.
대학 다닐 때 가깝게 지내던 터라 보고 싶기도
해서 지연의 부탁을 흔쾌히 승락했다. 찬경
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
던 참이었다며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압구정
동에 있는 로바다야끼에서 거의 일 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었다.
“지연이 말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던데...”
“예, 좀 바빠요. 마케팅 부서의 해외홍부 전
시팀에 근무하고 있거든요. 거긴 밤낮이 없어
요. 부서 사람들 모두 정신 없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거든요. 우리 부서 과장님은 툭하면
회사에서 밤새워요. 정말 학생 때가 최고 좋
은 거 같아요.
집에서 논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지......”
찬경은 말은 쾌활하게 했지만 얼굴은 무척
어두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끔씩 얼굴을
돌려 허공을 한동안 바라보곤 했다.
“직장은 다닐 만해?”
그녀는 내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않고
술잔을 만지며 뜸을 들였다. 그녀는
노인네처럼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힘없이
말했다.
“아무래도 회사 그만둬야겠어요.”
“아니, 왜? 힘들지만 일은 그런 대로 재밌
다며?”
“힘들어서 그런 건 아녜요. 저 요즘 이상한
일을 겪고 있어요. 겁나서 도저히 못 다니겠어
요.”
찬경은 레몬 소주를 단숨에 들이킨 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긴 이야기를 할 눈치였
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찬경의 입이 열
리기를 기다렸다.
제가 이런 이야기 한다고 해도 오빠는 절 이
상한 눈으로 보지 않겠죠?
이번에 이상한 일을 겪고 나서 사실 오빠
생각 많이 했어요. 다른 사람은 말해도 믿어
줄 것 같지 않고...... 오빠라면 부담없이 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한 두 달 전쯤이었어요. 그 날도 일이 무척
많았어요. 점심을 뭘 먹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일에 많은 신경을 쏟아야 했으니
까요.
일하다 보니 금세 여섯시가 됐지만 퇴근하
는 직원은 하나도 없었어요. 회사가 불경기라
서 전직원들이 지난 달부터 한 시간 앞당겨 출
근하고, 일이 많은 날은 늦게까지 남아서 일
을 해 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시 출퇴근이라
는 개념이 없어진 거죠.
일 더한다고 해서 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
었지만 회사를 살리자는 몇몇 간부와 사원들
에 의해서 모두들 끌려가고 있었던 거죠. 회
사가 몸 안 사리고 일하는 분위기다 보니 월차
나 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었어요. 일요일도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평일날 월차
를 타 먹으면 비교되잖아요.
단기간도 아니고 장기간 동안 이렇게 살벌
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하다 보니 모두들 피로
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 졸음을 쫓기 위
해 커피를 몇 잔씩 마시게 되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마신 술이 도리어 몸을 무겁게 했죠.
대다수가 불만이 많았지만 직장을 잃고 싶지
는 않아 묵묵히 회사의 방침에 따라갔죠.
저는 그날 해외홍보에 쓸 설문지를 만들고
있었는데, 한참 일하다가 주위가 조용해 사방
을 둘러보니 선배 한 명 외에는 모두들 퇴근
하고 없는 거예요. 시계를 보니 여덟시밖에
안 됐더라고요.
강 선배와 나가서 저녁을 먹었죠. 다시 올
라와서 일을 하다 보니 강 선배가 약속이 있
다며 먼저 퇴근하더라고요.
전 넓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일을 했죠. 사
무실에 불이 환히 켜져 있는 데다 워낙 바빠
서 무섭다거나, 외롭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할
겨를이 없었죠.
한 열시 반쯤 되었을까?
대충 일을 마무리 지어서 퇴근 준비를 하
고 있었어요. 컴퓨터를 켜 놓은 채... 빗질
을 하고 나서 손거울을 보며 립스틱으로 입
술을 그려 넣고 있는데 갑자기 사무실 불이
나갔어요.
요즘은 예전같지 않아서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는 예고없이 정전이 되지 않거든
요. 전 그래서 건물 경비원이 퇴근한 줄 알고
불을 끈 거라고 생각했어요. 깜깜해서 조금 무
섭긴 했지만 어차피 퇴근하려던 참이어서 크
게 개의치 않았죠.
어둠이 눈에 익으면 나갈 생각으로 화장품
을 더듬어 핸드백에 넣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옆 책상에서 뭔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
니‘딸칵’하는 소리가 이어서 들려 왔어요.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저는‘딸칵’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그건 분명 인기척이었거든요.
소리가 들려 온 쪽은 배 부장님 책상이었어
요. 저는 용기를 내서 살며시 다가가 봤죠. 전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 기밀을 빼내려는 도둑
인 줄 알았거든요.
웬 사내가 등을 돌린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게 보였어요. ‘딸칵’하는 소리는 컴퓨터
스위치를 켜는 소리였나 봐요.
모니터에 반사된 사내의 모습이 보였어요.
나이는 사십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흐트러진
넥타이와 셔츠를 보니 도둑 같지는 않았어요.
옷차림이나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 같은 것이
눈에 익었어요.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
에게서 느꼈던 어떤 공통점 같은 것이 그에게
도 있었던 거죠.
저는 다른 부서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여전히 의심은 풀지 않았어요. 자기
컴퓨터가 아닌 다른 사람, 그것도 회사 간부의
컴퓨터를 허락도 없이 만진다는 것은 분명 위
법이었으니까요.
전 숨어서 모니터에 비친 그의 얼굴을 유
심히 보았어요. 파르스름한 모니터 불빛 때문
이지 사내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파리하게
보였어요. 아주 차가운 표정이었죠.
사내는 뭔가 일이 잘 안 되는지 연신 인상
을 쓰며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어요.
뭘하나 봤더니 비밀번호를 대라는 컴퓨터의
명령어에 똑같은 숫자와 영문자를 두드리며
화를 내고 있는 거였어요.
전 그 순간, 사내가 술에 취해 배 부장님의
컴퓨터를 자신의 컴퓨터로 착각하고 있다고
짐작했어요. 만약 배 부장님의 컴퓨터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면, 먹혀 들어가지도 않는
숫자와 영문자를 끝없이 반복해서 칠 리는 없
을 테니까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연필꽂이에서 칼을 꺼내들고 사내에
게 다갔어요.
“댁은 누구시죠?”
손을 등 뒤로 해서 칼날을 슬그머니 밀어내
며 물었죠. 사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해서 자판을 두드리다가 저를 슬쩍 돌아다봤
어요.
“어? 못 보던 얼굴이네. 자네, 새로 들어왔
나?”
사내의 말투가 너무도 천연덕스러워 사내
에 대한 의심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어요.
“네, 올 삼월에 입사했습니다.”
“그래? 자네 컴퓨터에 대해서 잘 아나?”
“조금 압니다.”
“그럼, 이 컴퓨터 좀 만져 보게. 이 멍텅
구리가 비밀번호를 제대로 읽어내질 못하네.”
“이 컴퓨터는 배 부장님 컴퓨터입니다. 자
리를 잘못 찾아 앉으신 것 같네요. 어느 부서
에 계시죠?”
“그런가? 여기가 해외홍보 전시팀 아닌가?”
“맞습니다만......”
“그럼 맞구만. 나, 해외홍보 전시팀 손기형
부장이야. 그래 자네는 어느 부서에 근무하
나.”
“해외홍보...... 전시팀에 근무하는데요.”
“이 사람아, 아무리 신입사원이라 하지만
자기 직속 상사도 못 알아 보면 어떡하나? 그
리고 도대체 내 컴퓨터를 누가 만진 거야!”
“그 컴퓨터는 분명, 배 부장님 컴퓨터인
데...”
“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자
기 컴퓨터도 하나 못 알아볼 사람 같나? 자네
날 어떻게 보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손 부장이란 사내는 다시 신경질을 부리며
자판을 두드려 댔어요. 저는 한동안 보고 있
다가 슬그머니 돌아섰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사 발령이 났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전 칼을 연필꽂이통에
꽂아놓고 퇴근하려고 핸드백을 들었어요.
그러다 무심코 내 컴퓨터를 보았죠.
한순간, 전신에 전율이 일었어요. 불이 나가
기 전까지 분명 컴퓨터를 켜놓았었다는 생각
이 뒤늦게 든 거죠. 혹시나 해서 전원 스위를
눌러 보았지만 컴퓨터는 역시 켜지지 않는 거
였어요.
재빨리 배 부장님 책상으로 가 보았어요.
사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모니
터도 꺼져 있고...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몹시 어지러워 잠시
칸막이를 잡고 서 있었어요. 그때 전등이 깜박
거리더니 사무실에 불이 들어왔어요.
다시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손 부장이라는
사내가 어딘가에 앉아 있을 것만 같았어요. 하
지만 그 어디에도 손 부장은 보이지 않았죠.
저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섰어요.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왜 이렇게 심
장이 뛰는지...
건물 밖으로 나와서 걸어다니는 사람들과
차량을 보니까 비로소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다음날, 저는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사람들
에게 전날 만났던 손기형 부장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물어 보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
이 너무도 이상했어요.
항상 후배들 잘 챙겨주는 강선배와 매사에
열심히 하는 김선배의 반응도 뜻밖이었어요...
“손 부장님? 응, 그래... 참, 내가 거리처에
전화해 주기로 해 놓고 깜빡 잊고 있었네.”
“손기형 부장님이요? 일이나 하지 왜 손
부장님 이야기는 꺼내고 그래요. 나 바쁘니까
말시키지 마요.”
직원들은 손 부장을 알고 있는 눈치인데 한
결같이 대답을 회피하는 거였어요. 하물며 여
사원들에게 최고로 인기많은 홍 과장님마저도
제 질문에 부리나케 내뺐어요.
전 뭔가 있구나, 하고 감을 잡았죠. 퇴근 무
렵에 저보다 사 개월 먼저 입사한 지원 씨와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었어요. 저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제가 먼저 어젯밤에 있었던 이
상한 일을 털어놓았죠.
평상시에는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였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더
군요.
“찬경 씨, 정말 무서웠겠다. 저도 여기 입사
한 지 얼마 안 되서 우연히 탈의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밤이면 아무도 없는데도 11층 복도에서 발자
국 소리가 난다든지, 부장님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는 모두가 퇴근한 후에도 저절로 켜진
다든지, 혼자 탄 엘리베이터에서 말 소리가
들린다든지, 정전이 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사무실에 불이 나가다든지 하는...
그게 모두 유령의 짓이래요. 그래서 퇴근을
한꺼번에 같이 하는 거래요. 빌딩 경비원들도
한밤중에는 11층으로 올라오는 법이었대요.
전에 점검 돌다가 귀신을 발견하고 혼비백산
해서 회사를 그만둔 경비원도 있대요.
나도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첨단
과학시대를 열어 가는 반도체 회사에서 무슨
유령이 나온다고 난리법석인가 했어요. 그런
데 아까 찬경 씨의 질문을 받은 선배들의 안
색이 변하는 걸 보니 뭔가 있긴 있나 봐요.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찬경 씨가
유령을 본 건지도 몰라요. 괜히 으시시해지네.
나도 오늘부터는 가능한한 일찍 퇴근해야겠어
요.”
지원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로 내가
만난 손 부장이라는 사람이 유령같이 느껴졌
어요.
파리한 얼굴하며, 음산한 분위기하며, 소
리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하며... 유령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좀 이상했어요. 유령
소문이라면 사람들이 표정까지 바꾸어 가면서
비밀로 할 필요가 뭐 있겠어요.
전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서 손기형이라
는 사람이 실제로 회사에 근무했었다고 판단
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회사를 그만뒀거나
죽었다고... 그래서 그가 직접 장난을 치거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유령 흉내를 내면서
장난을 치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죠.
그러자 제 특유의 못 말리는 호기심이 발동
했어요. 전 원래 무서운 건 질색이지만 작은
궁금증도 밝혀내지 못하면 못 자는 체질이거
든요.
그래서 숨겨진 사실을 한번 파헤쳐 보기로
결심했어요. 모두들 손기형이라는 사람의 이
름만 나오면 쉬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캐보
기 위해, 회사의 도서관 격인 문서 보관실로
갔어요.
전에 부장으로 있었을 정도면 사보에도 몇
번은 실렸겠다 싶어 사보를 살펴보기 시작했
죠. 제 예상이 맞았어요. 사보에서 손기형이라
는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
요. 그는 무척 촉망받는 인재였나 봐요.
경력이 참으로 화려했죠. 직장인이라면 누
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최연소 과장, 최연소 부
장으로 승진한 데다, 웬만한 상은 한 차례씩
모조리 받았더라고요.
사진도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 부지런
히 뒤져 보니 정말로 있더군요. 이 년 전 회사
체육대회때 찍은 사진이었어요. 우리 부장과
함께 나란히 서서 찍었는데 전날 본 모습과 너
무도 흡사하더라고. 물론 분위기는 달랐지
만...
저는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작
년 6월 사보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아니 놀란 정도가 아니라 까무라칠 뻔했죠.
글쎄 사내 동정란에 아주 작게 부고(訃告)
라며 손기형 부장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어요. 사인은 나와 있지 않고요.
제가 본 사람이 정말로 그 사람의 유령이었
던 이야기인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
겠어요. 전 그래서 그 사람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었어요.
회사 직원이 아닌 타인이 회사에 들락거리
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싶더라고요. 전 도
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 판단하고 사보를
빌려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왔어요.
그리곤 굳은 표정으로 배 부장님에게 다가
갔죠. 컴퓨터를 켜놓고 뭔가를 열심히 치고
계시던 부장님이 모니터에 비친 저를 발견했
는지 고개를 돌리더군요.
제가 시간 좀 내달라고 하자 부장님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커피나 한잔 하자고 일어
서는 거였어요. 우리 부장님은 부하 직원들의
고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해결해 주시는
자상하신 분이시라, 모두들 잘 따르는 분이시
거든요...
저는 부장님을 따라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카페로 갔어요. 저는 곧바로 부장님께 사보에
실린 사진을 보여 줬어요. 부장님은 체육대회
때 찍은 사진을 유심히 보시더군요.
저는 먼저 전날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그리곤 돌아가신 손 부장님에
게 쌍둥이 동생이 있는 건지, 아니면 소문대
로 손 부장님의 유령인지 납득할 수 있도록
말씀해 달라고 했죠.
“찬경 씨가 그런 일을 겪었군. 손 부장에게
는 동생이 없어. 직장 동료이기도 했지만 대
학교 친구이기도 해서 그건 내가 잘 알지.”
“그럼... 유령이라는...”
나는 깜짝 놀라 물었어요. 배 부장님은 굳
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물었죠.
“정말 아까우신 사람이 죽었지. 아주 유능
한 사람이었어. 그만큼 일을 사랑했지만...
휴가는 물론이고 일요일도 반납한 채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지. 그에 대한 대가로 회사에서
는 항상 승진때마다 그를 일 순위로 올려놓고
했지만.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몸이 견뎌 내
지 못한 거야.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한 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자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라갔
지만 본인은 조금의 개의치 않았어. 보다 못
해 내가 쉬어 가면서 일하라고 하면, 승진이
나 돈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고 했
지. 바로 자기에게 주어진 자신의 일이기 때
문에 하는 거라면서...
그러더니 어느날 갑자기 11층에서 투신자살
을 했어. 난 그가 투신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 가슴속에 그토록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자살할 수
가 없는 법이거든.
경찰이 와서 사인 규명에 들어갔지. 그런데
목격자가 나섰어. 청소부였는데 빨아서 널어
놓은 장갑을 걷으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우
연히 죽음을 목격했대. 손 부장이 밑을 내려다
보며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밑으로 뛰어내
렸다는 거야.
또한 회사 경영자들은 손 부장이 이사 승진
대열에서 자신이 빠진 것을 미리 알았던 모양
이라고 증언했지.
결국 손 부장의 죽음은 청소부와 회사 경영
진들의 증언에 의해 자살로 처리됐어.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 직원들은 코웃음을 쳤지. 손
부장이 이사 승진따위에 떨어졌다고 해서 자
살할, 속 좁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고 나서 보름쯤 지나자 유령 소문이 나
돌기 시작했어. 손 부장의 유령을 봤다는 거
야. 손 부장이 자살한 게 아니라는 소문과 함
께...
회사가 유령 소동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자
살 증언을 했던 청소부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었지. 풍문에 의하면 청소부가 송별회 때 술
이 취해서 그랬다더군.
손 부장이 억울한지 매일 나타나 괴롭힌다
면서, 돈에 넘어가 거짓 증언한 게 마음에 걸
린다고...
그 뒤에도 종종 손 부장을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나곤 했지. 그러다 보니 결국 손 부장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들 하기를 꺼려했어.
그래서 찬경 씨의 이야기에 다들 그런 반응
을 보인 거고. 자,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됐겠
지? 그럼 올라가서 일하자고. 난 지금 여기
앉아서 일한 시간만큼 저녁에 더 일해야 하
지. 찬경 씨도 마찬가지겠지만...”
부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회사에 대
한 정내미가 뚝 떨어졌죠. 회사에서 유령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영 찜찜한 거예요.
저는 회사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화
장실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물론이고 복도
를 걸어가다가도 자주 음산한 기운을 느끼고
부르르 떨어야 했으니까요.
먼저 회사를 먼저 그만뒀다가는 언제 다시
취직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어 직장은 계속 나
가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봤어요. 생각처럼 쉽
게 직장이 잡히지 않더라고요.
유령을 만난 지 열흘쯤 지났을까? 저는 다
시 이상한 일을 겪어야 했어요. 그때도 밤이
었어요.
저는 가급적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지
않으려고 했지만 워낙 바쁘다 보니 어쩔 수 없
었죠. 우리팀 전 사원이 저녁을 시켜먹으며
일하는데 제일 막내인 제가 퇴근하겠다고 사
무실을 나서면 어떻게 되겠어요?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고 있었죠. 아홉시가 갓 넘었을까?
갑자기 컴퓨터가 다운이 되더니 모니터에 이
상한 영문자가 계속해서 나타나는 거였어요.
제 것뿐만아니라 우리 팀 컴퓨터 전부에 이상
한 글이 떠올랐죠.
sksm wktkfgks rjtdl dksi !
sksm wktkfgks rjtdl dksi !
sksm wktkfgks rjtdl dksi !
sksm wktkfgks rjtdl dksi !
.....................................
독일어 같기도 하고 영어 같기도 했지만
도무지 뜻을 해석할 수 없었어요.
소리나는 대로 발음하려 해도 잘 되지 않았죠.
모두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고 여겼어요. 자칭 컴퓨터 박사라는 선배들
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서 벼라별 수단
을 다써 봤지만 허사였죠. 급기야는 프린터에
도 그 글이 프린터되어 나오기 시작했어요.
컴퓨터를 껐다 켜 보았지만 이상한 문자는
사라지지 않았죠. 모두들 지금까지 일한 것이
날아가 버리면 어떡하나 속을 태우고 있었죠.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니까 글자
들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
군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 글자들
이 무슨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
는 것처럼 느껴졌죠. 저는 글자를 보며 키보
드를 몇 차례 눌러 보고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어요. 영문자를 한글키로 바꾸어 보니 이
렇게 나왔죠.
sksms wktkfgks rjtdl dksi!
나는 자살한 것이 아냐!
제가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르자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사람들은 제가 풀어놓은 글들을
보더니 모두 충격을 받았는지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어요.
모두들 넋을 놓고 화면만 주시하고 있는데
화면의 글자들이 사라지고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했어요. 제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
죠. 그리곤 다시 일을 하는 거였어요. 마치
악몽을 꾼 사람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에 몰두하려고 했지만 그게 잘 안 됐어
요. 책상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 뒤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죠.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나서였을 거예요. 여
사원 휴게실에서, 부사장 비서로 있는 언니와
다른 부서의 사원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엿
듣게 되었어요.
“글쎄, 어제따라 무슨 할 일이 있다며 퇴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야. 나더러 퇴근하라는
말도 하지 않고서... 난 가고 싶은 충동을 누
르고 앉아 있었지.
한 아홉시쯤 되었을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퇴근해도 되겠냐고 물어 보려고 부사
장실로 다가갔어. 그런데 갑자기 부사장실에
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거야. 난 처음에는 전
화로 누구와 싸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
라고.
손 부장,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회사를 위
해서 그런 거니 제발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애원을 하는 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잠잠해졌지.
난 호기심에 살짝 문을 열어보았어. 제비족
같이 말쑥하던 부사장이 완전히 넋이 나가 있
는 거더라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잔뜩 공포
에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거야.
내가 용기를 내서 퇴근하겠다고 하자 깜짝
놀라더니, 함께 퇴근하자며 부리나케 일어났
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요즘 몸이 안 좋다고
하더니 오늘 글쎄 출근을 안 했지 뭐니?
소문으로만 들었던 손 부장님의 유령이 부
사장실까지 나타난다고 생각하니 오늘은 하루
종일 냉장고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으시시
하더라. 하지만, 나 오늘 모처럼 만에 아무 일
도 안 하고 지냈다. 너희들, 부럽지?”
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하루 빨리 직장
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직장이 아
니라 무슨 유령의 성에 들어와 있는 기분마저
들더라고요.
그로부터 사나흘이 지나서 우리팀 회식이
있었어요. 모두들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어 버
리기 위해 정신없이 떠들며 마셔 댔죠.
술을 한참 마시다 생각해 보니 내가 컴퓨터
에다 디스켓을 꽂아 놓은 채 퇴근했다는 생각
이 들더라고요.
저희 회사는 보안 검열이 철저하거든요. 만
약 회사 업무 내용이 담긴 디스켓을 아무렇게
나 방치해 두었다 적발되면 감봉 조치는 물론
이고 제 위의 상사들까지 문책을 받게 되어 있
어요.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려 하니 난감했어요.
혼자서는 도저히 못 올라갈 것 같아 평소에
담력이 세다고 자랑하는 술고래 백 대리님에
게 보디가드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죠.
백 대리님이 흔쾌히 수락해 둘이서 11층 사
무실로 올라갔어요. 제가 무섭다고 하자 백
대리님은 자기만 믿으라며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갔어요.
사무실로 들어서면서 제가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올렸는데 불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겁이 났지만 그래도 백 대리님이 있어 다소
마음이 놓였죠.
다행히도 디스켓은 컴퓨터에 그대로 꽂혀
있었어요. 책상서랍을 열고 디스켓을 넣은 뒤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뒤에서‘억!’하는 외마
디 비명과 함께‘쿵’하는 소리가 들려 왔어요.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거구의 백 대리님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거였어요. 저
는 얼떨결에 백 대리님에게 다가가다가 우뚝
멈춰 섰죠.
싸늘한 한기를 느끼고 무심코 배 부장님 책
상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손 부장이 거기 서
있는 거였어요. 손에 사진을 한 장 든 채
로......
어둠 속에서도 그의 얼굴은 파르스름하게
보였어요.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려 왔죠. 너
무도 무서워 기절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되더군요.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지난번의 그 신입
사원이군. 걱정할 것 없어, 이 친구는 잠시 기
절한 것뿐이니까. 이제 그만 소지품을 챙겨
떠나려고 들렀는데 자네들이 들어오더군.
그 동안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해서 미안하
네. 내가 여기 남아 있었던 것은 회사 때문이
었어. 회사 측이 내 죽음을 조작해서 억울해
서 영계에 들어갈 수가 없었지. 그래서 여태
이승에 남아 있었던 거야.
나는 자살로 죽은 것이 아니네. 과로사였지.
내가 죽던 날은 너무도 피곤해 바람이나 쐴 겸
해서 커피를 뽑아 가지고 옥상에 올라갔던 거
야.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지더군. 그러니까 옥상에서 떨어지기
전에 나는 이미 죽어 있었던 거지.
그걸 본 청소부는 부사장에게 그 사실을 말
했고, 부사장은 회사 이미지를 생각해서 자살
로 몰고 갔던 거야. 청소부를 매수해서 말야.
나는 내 죽음이 그런 식으로 매도당하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지. 영계로 가야 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 그래서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
하지만 이제는 다 끝났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모든 게 잘 풀렸어. 조만간 좋은 소식
이 있을 걸세.
자네는 사회 초년생 같은데 내가 자네에게
직장 선배 아니, 아니 인생을 먼저 살다간 선
배로서 한마디 충고해 주겠네.
일은 열심히 하게. 거기서 보람을 찾도록 노
력하고... 하지만, 자신을 상하게 하면서까
지 일하려 들지 말게. 회사는 자네가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결코 자네를 말리려 들지 않
네. 더욱 더 많은 일을 안겨 줄 뿐이라네.
내 말 명심해 훌륭한 직장인이 되어 주길
바라네. 이제 나는 이만 이 회사를 떠나려네.
나의 목숨까지 바친 이 회사를...”
유령은 말을 마치고 연기처럼 사라졌어요.
정말 모든 것이 꿈만 같았어요.
백 대리님은 한참 뒤에 깨어났죠. 술에 취
해 헛것을 본 것 같다고 변명을 하시더군요.
저는 백 대리님에게도 다른 사원들에게도 손
부장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손 부장의 말을 듣고 나니 더 이상 유령이
회사에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
요. 그러니 괜한 공포심만 안겨 줄 필요가 없
었죠.
나의 예감은 맞았어요. 손 부장님은 그 뒤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죠.
손 부장님의 유령은 충고뿐만 아니라 우리
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고 떠났죠...
이틀 뒤에 호랑이 김이사님이 모두를 모아
놓고 중대 발표를 했어요.
“그 동안 부당한 회사 방침에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따라 준 임직원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 회사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가능하면 내일부터는 정시에 출근하
고 정시에 퇴근하도록 각부서에 권하는 바입
니다.
어쩔 수 없이 퇴근 후에도 일을 해야 할 경
우에는 별도로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불하겠으
니, 일하고서도 수당을 못 받아가는 일이 없
도록 임진원 여러분들께서는 각별히 신경써
주십시오.
이러한 방침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 온 우
리 회사의 기본 정신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회사 업무는 가급적 짧은
시간 안에 능률적으로 처리하고, 가급적이면
많은 여가 시간과 휴식 시간을 갖자는 것이
회사 방침이니 모두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
십시오.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되었던 월차 휴가나
정기 휴가도 날짜를 정산하여 타먹을 수 있도
록 하겠사오니 인사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故) 손기형 부장에 대한 불미스런
소문이 사내에 나도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
해 회사 차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손
부장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유가족에게 위
로금을 전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창사
기념일에 별도로 기념식을 갖고 고인의 넋을
위로할 예정입니다.
회사에서는 여러분들이 근무하는데 조금의
애로사항도 없도록 각별히 신경쓰겠사오니 언
제든지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지적하여 주시
고 바로잡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모든 조치는 부사장님의 특별 지시에 의
한 것입니다.”
이사님의 말이 끝나자 모두들 환호성을 올
렸지요. 그리고 나서 정말로 회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배
부장님 책상에 있던 손 부장님과 배 부장님이
함께 찍은 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예요. 아
마도 손 부장님이 가져가셨나 봐요. 어딘가
로...
믿기지 않는 긴 이야기를 끝낸 찬경은 잠시
고개를 떨구고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어려운
일을 많이 겪은 때문인지 전에 비해 많이 성숙
해 보였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거잖아? 어렵게 잡은
직장인데 그만둘 필요가 어디 있어?”
나는 술을 마시며 찬경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했다. 찬경은 한사코 고개를 젓다가 집에
가는 길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는 오빠의 말도 일
리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이런 회사
에서 일하기 싫어졌어요. 자기 실현과 회사의
이익이 일치되는 직장을 찾아 일하고 싶어요.
직원을 한낱 소모품으로 간주하는 회사가 아
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는... 그
런 직장을 찾아 제 정열을 태워 보고 싶어요.
나중에 제가 직장 옮기면 제대로 한턱 낼게
요.”
찬경의 이야기는 설득력을 지니고 졸업반인
나의 가슴속으로 날아들었다.
내가 다시 찬경의 소식을 들은 것은 그로부
터 한 달이 지난 뒤였다. 지연이와 통화를 하다
가 찬경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한이 오빠, 찬경이 소식 알아요? 개 얼
마 전에 직장을 새로 옮겼는데 집에 드러누워
있어요. 자신이 꿈꾸었던 직장이라고 좋아하
더니... 찬경이가 갑자기 앓아누운 이유가
뭔지 아세요?
글쎄,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 첫날이었는데,
찬경이가 들어간 부서의 과장이 바로 코앞에
서 쓰러져 죽었대요. 술자리도 아닌 사무실 안
에서...... 그 과장의 사인이 뭘 것 같아요? 그
래요, 그 사람도 과로사래지 뭐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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