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지로 섬이 끌린다면 북적이는 일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여유를 찾고 싶거나
혹은 인공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즐기고 싶은 마음, 둘 중 하나일 공산이 크다.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정서적 보습제가 되어줄 서해 최북단 백령도로 발길을 옮겨보자.
이곳에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욕구를 한꺼번에 채워줄 비경과 만나게 된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속살...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과거 인천 연안부두에서 백령도까지 통통배로 12시간이나 걸리던 길을
지금은 쾌속선을 타고 4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날씨가 조금만 궂어도 다시 뱃머리를 돌리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백령도를 `마음대로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섬`이라고 불렀다.
백령도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아직도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지역이 태반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문명의 손길을 타지 않은 채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백령도의 자랑거리 중 첫째로 꼽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두무진이다.
수천 년 비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진 기암절벽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모습이
마치 투구를 쓴 장군들이 회의하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제2의 해금강`이라는 별명도 모자라 금강산의 총석정을 옮겨 놓았다는 극찬을 들을 만큼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한다.
고깃배를 얻어 타고 바위 사이를 누비며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신선바위, 촛대바위,
병풍바위 등을 감상해 보자. 두무진 주변 선대바위와 코끼리바위를 지날 때,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물범이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규암이 만들어낸 신비...
백령도는 규암이 만들어 낸 명소들이 많다. 규암은 모래가 쌓여서 굳어진 사암이
오랜 세월 압력이나 열 등에 의해 성분 변화를 일으켜 차돌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암석이다.
그 대표적인 명소가 바로 콩돌해안이다.
콩돌해안은 폭 50m가량의 해변이 바다 쪽을 향해 기우뚱 급경사를 이루며 1.5㎞ 길이의
활처럼 휘어져 있다. 이 해안은 규암이 수천 수만 년에 걸쳐 파도에 부서지고 마모되면서 만들어진
콩알처럼 작고 동글동글한 돌멩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콩돌해안 못지않게 신비한 매력을 지닌 곳이 사곶해수욕장이다.
3㎞ 정도 쭉 뻗은 해변에 규암가루가 두껍게 쌓여있다.
규암가루는 크기가 매우 작고 사이사이의 틈이 좁아 콘크리트 바닥만큼이나 단단한 층을 형성하고 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은 물론 비행기가 뜨고 내려도 문제없다.
썰물 때가 되면 길이 2㎞, 폭 200m에 달하는 천연활주로가 펼쳐지는데,
6ㆍ25전쟁 당시 유엔군 비행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연비행장은 이탈리아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에서 단 2곳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