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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1주년

푼수 |2003.06.13 14:21
조회 36,689 |추천 0

우리 만난 지 2년.

같이 산 지 1년.

함께 살기 전엔 크게 싸운 적이 몇번 있다.

그 때마다 둘다 동갑이니까 지기 싫어하는 자존심 때매 술집에서 대판 싸우기도 했고.

여자가 남자랑 똑같이 큰소리 치고 덤비는 게 못마땅했던 울 하늘.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자라고 여자한테 무조건 큰소리 치고 주입식으로 하는 게 존심 상했던 나.

어쩌다 코가 꽤어서 같이 살게 됐다.

같이 살면서 싸운 일 별로 없다.

기분 좋게 둘이서 한잔 하다가 술되서 싸운 적은 많다. 우린 서로 주사를 부린다.

티비 프로그램 가지고 싸운적도 없다. 우린 서로가 좋아하는 거 조금씩 본다.

"니는 그게 재밌나? 취향 특이하네." 이러면서 그냥 봐준다.

반찬 투정 할 때마다 기분 나쁘긴 하다. 난 반찬을 잘 못한다.

"일류 요리사 그럼 니가 저녁에 닭도리 해죠" 이러면서 반찬은 하늘이 나는 밥만 한다.

매일 신는 구두가 낡아서 머리핀이 부러져서 우울해 한다.

"그냥 대충 신고 댕기라. 신발도 멀쩡하고 머리핀도 다른거 하면 되지."

신발가게 하는 외삼촌 가게 가서 한켤레. 술 먹고 들어오는 길에 머리고무줄 하나.

머리 한 지 5달 넘어서 머리가 참 부시시. "나 머리 해야 되는데... 돈이 아깝네."

"미용실 엊그제 갔잖아. 괜찮구만." 가게 출근하면서 미용실 앞에 내려준다.

같이 살다보면 솔직히 싸울라치면 싸울일이 너무 많다.

사실 울하늘은 사랑에 대한 표현이 없는데 울하늘은 '적어도 남자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사는 거 같다. 

여자들은 다 그럴것이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에 대해 아쉽고 불안하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유도해서 하게 한다.

"나한테 세글자 말해봐"

"바보야"

"그거말고"

"푼수야"

"그거말고"

"빙시야(빙신아)"

"그래 알겠다. 나한테 고작 하는 말들이 그거가?"

"사랑행"

"성의가 없다"

"사랑해"

"니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 걸 증명해봐. 물떠와봐"

쪼르륵 물 떠온다.

하루종일 붙어 있으면 왜 싸울일이 없을까?

몇번 싸우긴 했다. 너무 화가 난채 30분 이상을 넘기면 우리는 돌이킬수 없게 된다.

그걸 아니까 열번 싸울거리 중에 아홉번은 "열받으니까 니가 하나도 안귀여워"하고 웃는다.

내가 울하늘 잡고 있는 것 두가지 비밀이 있다.

다음글에 말해 줄께용 너무 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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