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는 창가에 몸을 기댔다
찌는듯한 초 더위가 소나기로 한풀 꺾인 느즈막한 오후 였다
네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 아이들의 카랑 카랑한 고함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경희의 시선은 결코 낯설지 않은 꼬맹이 들로 이어 졌다
아직 고여 잇는 웅덩이를 꼬쟁이로 후며 파기도 하고 첨벙 거리며 물을 튀기도 했다
경희의 기억은 자꾸만 넘어 갓다
과거로 과거로...
그녀가 이미 기억 할수 없는 시대인데도 기억은 자꾸만 넘는다
그리고는 어느 꼬맹이들이 노닐는 시대를 주목 하고 있었다
한 여인이 보였다
경희 또래의 젊고 예쁜 아가씨 였다
그 여인이 아이를 부르자 "누나"라고 하면서 달려온다
모락 모락 초가집들의 연기 피어 나는 모습도 보였다
넓은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갑짜기 싸이렌이 울렸다
여기 저기서 연기들이 피어 오른다
경희는 귀를 막고 몸 서리 쳤다
아니 방 바닥에 나 뒹굴기 시작 했다
1920년 일본은 중국을 침범하여 도시 하나를 통째로 불 사르고 모든 주민들을 학살한 일본 특유의 잔인성을 보였다
그 유명한 대 학살인 것이다
일본 정부 조차도 이 사실에 놀라 그후 위안부란 제도를 만든 것이다
살육은 끊이질 않았다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살육의 대상 이었다
차라리 벌레만큼도 못한 생명을...
죽임 조차도 잔인하기 이를데 없었다
마을앞 넓은 광장엔 일본군들이 집결해 있엇다
대장인듯한 지휘봉을 가진 사내를 중심으로 네명의 사내들이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이들은 부대를 책임지고 있는 장교 인듯이 보였다
그들앞 30m 지점엔 작은 시체들이 10여구 나 뒹굴고 있었는데 모두들 머리에서 가슴 일부가 반으로 토막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또 끌려 왔고 그중 한 아이가 시체들 앞에 세워 졌다
아이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도 않은채 그대로 서 있었다
" 이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대장 사내가 일어 섰다
"어이 나가무라"
한 사내가 벌떡 일어 섰다
"하이"
사내의 허리가 직각으로 굽혀졌다
"이번에는 실수 없도록"
"핫. 기필코 반으로 갈라 보이겠습니다"
사내는 일본도를 뽑아 들고 아이에게로 다가 갔다
칼을 쳐 들었지만 아이는 그저 쳐다만 볼뿐 눈만 멀뚱이고 있었다
"햣"
일본도가 섬광을 그리며 아이의 몸 속으로 파고 들었다
하지만 칼은 아이의 가슴 부분에서 튀어져 나왔다
잠시 서 있던 아이는 나무토막이 쓰려지듯 그대로 넘어 졌다
곧 피가 사방으로 번지기 시작 했다
사내는 무릎을 꿇고 포복 자세를 취했다
"일어서라"
대장 사내가 명령 했다
"정녕 불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사내는 고개를 까우뚱 거렸다
또 한 아이가 세워졌다
이번 아이는 심하게 울어 댔다
이때 저 어디서 말발꿈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말을 탄 사내가 허리에 뭔가를 감싸고 나타났다
"촌장의 딸입니다"
사내는 허리에 감싸진것을 내던졌다
여인이었다
손발이 짐승처럼 꽁꽁 묶인채 입이 재갈로 틀어 막혀져 있었다
경희의 첫 영상에 나타난 여인 이었다
아이의 울음 소리가 여인의 귓전을 때린다
여인은 사방을 두리번 거리다가 이내 세워진 아이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동생인 것이다
여인은 온 몸을 휘젓으며 아이에게로 다가 갈려구 애를 썼다
하지만 꿈틀대는 몸 동작만 있었을뿐 어깨가 피가 나도록 몸 부림 쳐도 몸은 마음을 따르지 못했다
"시행하라"
대장 사내의 목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칼이 허공을 치 닫는다
여인은 고개를 돌렸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더 이상 아이의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인은 "억 억" 소리를 내며 눈물을 쏟아 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일본군들은 여인을 대장 사내 앞으로 끌고 갔다
장교들 옆에는 노인과 젊은 여인이 포박 되어져 꿇려져 있었는데 노인은 마을 촌장인 여인의 할아버지이며 젊은 여인은 중국군 장교 남편을 둔 부인 이었다
부인은 이미 양귀와 코가 메이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대장 사내가 지휘봉을 치켜들자 일본군들이 여인에게로 달려 왔다
여인의 포박이 풀려지나 싶더니 이내 발가 벗겨져 버렸다
여인은 반항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대로 몸을 줘 버린채 시선은 대장 사내를 뚫어지게 쪼아리고 있었다
몇 십분이 지나도 여인의 눈은 깜박임 조차 없었다
"그만"대장 사내가 지휘봉을 쳐 든다
"년 놈을 처형 하고 여자를 데려오라"
촌장과 젊은 여인의 목이 날아갔다
하지만 여인의 시선은 말뚝처럼 고정 되어 움직일줄을 몰랐다
여인은 끌려져 대장 사내앞에 세워 졌다
사내는 지휘봉으로 여인의 가슴을 꾹 찔러 보더니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보냈다
여인은 사내에게로 다가 갔다
이번엔 사내는 손으로 여인의 가슴을 꾹 쥐었다
순간
여인의 손이 사내의 뺨을 할키었다
"악"
사내는 뺨을 감사 쥐었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여인의 손톰엔 살점이 묻혀 있었다
"샤-"
장교들이 칼을 빼 들고 일어섰으나 대장 사내가 손을 들어 말렸다
사내는 여인의 가슴팎을 걷어 찼다
여인은 나 뒹었졌다
사내가 칼을 뽑아 들었다
병사 둘이 달려와 여인을 일으켜 세웠다
"캬"
사내의 칼이 여인의 가슴을 끄었다
얼만큼 지났을까 피가 선을 따라 흐르기 시작 했다
하지만 여인은 사내를 응시한채 미간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캬"
이번엔 등 뒤에서 여인의 살을 갈랐다
배 다리 어덩이 허벅지...
절도 있게 고기를 자르듯 여인의 살은 갈리어졌다
여인의 온 몸은 피옷으로 갈아 입었다
"햐"
드디어 칼날은 여인의 목을 파고 들었고
여인의 목은 그렇게 떨어졌다
"우-"
천지를 진동하는 혼백들의 울부짖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수만의 영혼들 속에서 여인은 자신의 육신이 싣려져 나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칼의 피를 닦고 있는 대장 사내의 웃음도 보였다
"우---우---"
여인은 무섭게 몸 부림 쳤다
하늘의 섬광이 혼백들을 빨아 들이고 있었지만 여인의 혼백은 자꾸만 아래로 떨어졌다
"우...우"
넘실거리는 지옥의 모습도 보였다
여인의 울부짖음은 점점 고조 되고 있었다
하늘로 오르던 혼백들도 갈길을 멈추고 여인을 따라 울부짖기 시작 햇다
"우---우"
천지는 혼백들의 울부짖음으로 요동치기 시작 했다
하늘은 문을 닫아 버렸다
영혼들의 광란
그렇게 울부짖던 혼백들은 드디어 여인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 했다
질서 정연하던 저승의 공간이 혼백들의 광란으로 혼미해져 사방이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여인은
자꾸만 추락 되어 이승의 공간을 떠 도는가 싶더니
바로 경희가 쓰러진 시내가의 어린 나무 가지에 걸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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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경희는 정신이 들었다
한 중년 사내가 방으로 들어 와 불을 켰다
경희의 의붓 아버지 였다
"너 요즘 행실이 아주 맘에 안 들어"
사내는 선채로 경희의 뒤를 쏘아 보았다
경흰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어젠 옷을 다 찢어 먹도록 같이 있었던 놈이 누구야"
사내의 다구침에 경희는 사내가 들리도록 비소를 내 뺃었다
"너 이젯껏 키워 났더니..."
사내는 약이 올랐다
"몸도 뺏어 가며 말이죠"
"너"
사내는 손을 쳐 들었으나 이내 표정이 누그러졌다
"빨리 자거라"
사내는 몸을 돌려 문 손잡이를 잡앗다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이 어둠으로 변했다
등이 깨져 버린 것이다
사내는 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더이상 움직일수가 없었다
한기가 목털미에서 온 몸으로 번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사내는 머리가 쭈밋 서는 것을 느꼈다
겨우 돌린 곁 눈질으로 파란 결정체의 눈빛을 볼수 있었다
곧 이어 가느다란 높이가 전혀 없는 여인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 왔다
"넌 아직도 내가 경희로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