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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괴물

태클양 |2007.08.16 00:17
조회 762 |추천 0

 

 

  2. 녹색괴물

 

 

    악마의 집

  내가 지금부터 얘기하는 것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어떤 것에 대한 것이 다.
그것은 '부오베르 관의 악마'라고 불렸다.
  사람들이 흔히 "부오베르 관의 악마한테나 가버려!"라고 말하는 것도 이것에서 유래된 것 이다.
  그건 "저 세상에 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와!" 라는 뜻이다.
  원래 '부오베르의 악마'는 파리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는데, 역사가들이 말하는 걸 그대로  믿는
다면 그는 수백년 전부터 파리에서 살아왔다.
  처음부터 악마는 부오베르의 관에서 살았다고 한다.
  원래 그 관은 뤽상부르 공원 구석에 있는 천문대와 가로수 사이에 있는 지옥 거리에 있었다.
  관이 있던 그 건물은 별로 좋지 않은 소문 때문에 반정도 철거되었다.
  그리고 대신 지금 그곳엔 즐거운 댄스바 사르트르즈가 서 있다.
  그 폐허는 사르트르 수도원 소속이었다.
  그 수도원에는 1414년  교황과 대립했던  장 드륜느가 묻혀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어떤 악마와 친구처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 악마가 아마 부오
베르 관의 오래된 악령을 말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런 낡은 건물에는 악령들이 사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단 하나도 기록해 놓지 않았다.
  '부오베르 관의 악마'에 관한 이야기는 루이 13세 시대에 다시 소문이 떠돌았다.
  옛날 사르트로 수도원을 부순 잔해를 모아 만든 집에서 매일 밤 이상한 소리가 들려 온다는 것
이었다.
  그 집 부인은 몇 년 전부터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집 주변사람들은 늘 불안에 떨었다.
  누군가가 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관 5,6명이 그 집으로 수사를 나아갔다.
  밤이 깊자 그 빈집에서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와 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처음에 경찰관들은 갑자기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위조 지폐범  등이 크게 파티라도 버리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응원군을 요청해 불렀다.
  소리 크기로 봐선 1개 분대(9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떤 경찰관도 그 속으로 부하들을 데리고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인원들이 떠들고 있는 것처럼 큰 소리들이 들려 왔기 때문이었다.
  날이 밝자 들어가도 충분할 만큼  기동부대가 도착해 집안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태양이 망령들을 쫓아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경찰들은 조사를 하루종일 계속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들은 이 지역 바로 밑에 있는 지하 묘지에서 그 소리가 들려 왔다고 추측했다.
  그리고 다시 밤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커다란 소음은 이제까지 들어  본적도 없을 만큼 큰 소리로 변했다.
  이번에야말로 그 누구도 밑으로 내려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틀림없이 지하실엔 술병밖에 없었는데…….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히 악마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도로 주변을 전부 봉쇄하고 성직자들이 기도를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 하였
다.
  성직자들은 계속 기도하며 지하실 환풍구부터 성수를 분무기로 뿌렸지만 그 거대한  소음은 멈
추지 않았다.

 

 

    경찰 반장

  거의 매일 파리 시민들이 무리를 지어 외진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악마를 두려워하면서도 이 이상한 사태를 구경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관할 지역 경찰 반장이 저주받은 지하실에 들어가겠다고 자진했다.
  그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뚱뚱하고 허풍스러운 사내였다.
  뚱보는 자기가 지하실에 죽으면 마르고란 여자에게 연금을 지급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것은 그 남자가  지하실에 들어가겠다고 한 것은 용기보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란 걸 알려
주었다.
  그는 그 여자를 대단히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굉장한 구두쇠였다.
  그녀에게 뚱보 반장은 돈과는 거리가 먼 경찰이란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므로 결혼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뚱보 반장에게 연금은 마지막 카드였다.
  그가 연금을 받게 되면 그녀의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아 지원했던 것이다.
  뚱보 반장이 양손에 총을 쥐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 땅에  발이 닿았을 때 그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술병이란 술병들이 모두 열광적인 사라반드춤(3박자 스페인 춤)을 추고 있었다.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인지 반장은 넋을 잃었다.
  녹색 종이가 붙은 병은 남자, 빨간 종이가 붙은 병은 여자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선반엔 술병 오케스트라까지 있었다.
  빈 병들이 관악기  소리를, 깨진 병들은 심벌즈나 트라이앵글 같은  타악기 소리를, 또 금 이간
병들은 바이올린과 비슷한 하모니를 내고 있었다.
  지하실로 내려오기 전 반장은 두려움을 잊기 위해  술을 몇 잔 마셨기 때문에 머리 속이  맑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악당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단지 술병들만 웅성거리고 있는 걸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자기도 술병들은 흉내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매혹적인 광경과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길고 가는 목을 자긴 예쁜 병 하나를 손에
쥐었다.
  그 병은 엷은 색을 띤  보르도 산 포도주 병이었는데,  배 부분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빨간딱지
가  붙어 있었다.
  뚱보 반장은 애정 어린 마음으로 병을 가슴에 안았다.
  그러자 갑자기  사방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터뜨리는  것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깜 짝 놀란 반장이 안고 있던 병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춤은 중단되었고 지하실 구석구석에선 공포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반장은 깨진 병에서 흘러나오는 포도주가 피처럼 느껴져 머리카락이 모두 곤두섰다.
  그리고 금발 머리를 흐트러뜨린 채 피를 쏟는 젊은 여자가  엎드려 있는 걸 보았다.
  차라리 악마라면 무섭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런 광경은 견딜 수 없었다.
  반장은 몸 전체가 후들후들 떨릴 만큼 무서웠지만 용기를 쥐어짰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녹색 봉인이 된 술병 하나를 재빨리 집어들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어쨌든 한 병 마셔야겠지!"
  그러자 큰 웃음소리들이 대답하듯 한꺼번에 울려 왔다.
  허겁기겁  그는 지하실 밖으로 뛰어나왔다.
  "이것 봐. 장난꾸러기 새끼 악마를 하나 잡았어.
  자네들은 정말 겁쟁이들이야. 저런  곳에 갈 용기도 없지?" 뚱보의 야유를  들은 다른 경찰들도
서둘러 지하실로 돌진했다.
  지하실엔 깨진 술병 하나 외에는 아무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술병들은 모두  제자리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경찰들은 바닥에 떨어진 병조각을 짓밟고 모두 한 병씩 들고 다시 위로 올라왔다.
  반장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 술은 결혼식 날을 위해 남겨 둬야겠어."
  그리고 그 사건은 그대로 일단락 되었다.
  뚱보 반장은 연금을  받게 되어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였다.
  그리고 슬하에 자식도 하나 두었다.

 

 

   그 후에 생긴 일

  결혼 파트는 라 라페(세느 강변의 번화가)에서 했다.
  그날 뚱보 반장은 녹색 따지가 붙은 그 술병을 자신과 신부 사이에 두고 둘만 그맛있는 포도주
를 마셨다.
  그 병은 채소처럼 진한 녹색 빛이었고 포도주는 피처럼 붉었다.
  9개월 후 부인은 전신이 짙은 초록색인 작은 괴물을 낳았다.
  괴물머리에는 빨간 뿔이 나 있었다.
  하지만 정신은 정상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자랐다.
  아이 때문에 부모들은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피부가 초록색인 점과  머리에 뿔처럼 돋아난 그것이 그들  부부에겐 정말 큰 고민이었다.
  뿔은 처음엔 작은 혹처럼 보였지만 점점 완벽하게 뿔 모양으로 자랐다.
  의사들에게 데리고 가봤지만 아이 생명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제거 수술 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은 굉장히 드문 경우지만 헤로도토스(그리스의 역사가)나 소르리니우스(로마의 문학가)의
저서에 그런 예가 몇 가지 있다고 했다.
  또 피부색을 고치기 위해 여러 가지 치료법을 고안해 냈다.
  일단 눈에 거슬리는 진한 초록색을 약하게  하기 위해 연구한 결과 담즙 조직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특수 로션을 바르고 매일 피부 마사지를 시켰다.
  그 덕분인지 유리병 같은 황록색으로 엷어지더니 또 나중엔 엷은 푸른색으로 그리곤 더 엷어져
서 드디어 완전히 하얀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처음처럼 초록색으로 변해 버렸다.
  뚱보 반장과 부인은 이 괴물 자식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다.
  괴물은 자라면서 점점 난푹해지고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변했다.
  또 장난도 아주 심해졌다.
  부부는 너무 괴로워 매일 술에 취해 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반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붉은 색 딱지를 단 포도주만 마셨고 그 부인은 초
록색 딱지를 단 포도주만 마셨다.
  남편은 술에 완전히 곯아 떨어져 잠들면 늘 꿈속에서 피투성이 여자를 보았다.
  그것은 지하실에서 병을 떨어뜨린 후 나타났던 그 무서운 기억 속 여자였다.
  그 여자는 늘 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왜 당신은 나를 가슴에 안았다가 죽였나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왜? 왜죠?"
  한편 부인도 녹색 딱지 포도주에 취해 곯아떨어질  때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큰 초록색   악
마를 만나곤 했다.
  악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째서 나를 보고 그렇게 놀라는 거야?
  너는 그 병에 든 술을 마셨잖아.
네 아들 아버지가 내가 아니란 말야?"
  부부는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그 괴물 아들은 열 세 살이 되던 해 어디론가 행방을 감추어 버렸다.
  부부는 또 비탄에 감겨 다시 술에 취해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두 사람을 괴롭히던 그 꿈속의 끔찍한 모습들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녹색  괴물을 다시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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