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스텝 업
태양 따윈 뜨던지 말든지!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죽을 것 같이 괴로운 날의 다음 날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양은 떠오른다. 날라 갈 것 같이 뜨거운 환호의 날 태양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양은 떠 내린다.
꿈 해몽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의 한 호텔에서 꿈을 꾸었을 때였다. 꿈속에서 라푼젤의 마녀 역할을 했던 용호는 유리의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싹둑 잘라 버린 머리에 유리의 긴 긴 머리를 타고 성 위를 오르던 왕자님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고 그 바람에 유리는 왕자님과 영영 이별을 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클럽 파티 프렌즈에서 폭죽을 뒤집어 쓴 용호는 유리의 사랑을 찾아주었다.
한 5초 동안이었는지도 모른다. 유리가 처음으로 해 본 넉 다운 키스는 한 5초 동안의 키스는 유리에게 사랑이라는 환상을 가져다주었다.
“나를 어떻게 하고 싶었어요? 날 잡아 한번 혼내주려다 계획이 바뀌었다면서요?”
“으음, 글쎄요!”
제이슨은 근육이 세련된 그의 길쭉한 팔로 유리에게 어깨를 둘렀다. 팔위로 둘러진 쉐타의 느낌이 따뜻했다.
“잊어버렸나? 잘 생각이 안나요.”
제이슨은 몸을 구부려 유리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맞다! 이유리씨를 따라다니며 일년 365일 괴롭힐 작정이었어요.”
“제이슨! 그런 괴롭힘이라면 언제든지 대 환영이에요.”
진짜 기분 짱이었다. 유리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던 제이슨은 그대로 내려 유리의 입술에 약간은 짙은 키스를 내렸다. 짙은 키스 동안에는 태어나서 어느 순간보다도 수많은 사진이 찍혔다.
클럽 파티 프렌즈에서 뛰쳐나온 후 유리와 제이슨은 점심도 잊은 채 10시간 동안 함께 마냥 돌아다녔다. 유리의 사무실 책상 위 흐트러진 서류들도 컴퓨터에 착착 올려진 일거리도 모조리 내팽개친 채였다. 어디서 진을 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짙은 키스동안, 파파라치 비슷한 사진 기자들은 거리의 신년인사 조명 못지 않게 눈부신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리며 도로를 튀어나왔다. 지나치던 센스 있는 오너들은 자동차 카도어를 오르락 내리며 모든 광경들을 관람했다.
그리고 키스보다 서로를 매혹시킨 것은 포옹이었다.
“제이슨, 한 번 더 연출해주세요!”
바람이 스치듯 영화의 씬들처럼 키스로 포개진 얼굴과 남자의 외투 안으로 맞다은 몸은 하늘 높이 둥둥 떠다니던 위성카메라에 잡혔다.
유리와 함께 제이슨은 손으로 밤하늘의 조명을 가린 채 하늘을 보았다.
“정말, 멋지군요.”
연예가 중계 코믹 MC 김재동이었다. 제이슨은 시내 한복판의 빌딩에 걸린 대형 모니터안의 김재동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제이슨 영화 홍보보다 자신의 로맨스에 더 열중이군요. 축하해요. 우리 스텝들이 무색하네요. 영화 찍을 때 크리스와 돈내기 했다면서요?”
“돈 내기 했죠?”
“내가 그랑프리로 갈 때 마다 100불 씩 내는? 크리스 엄청 혼났을 거에 요. 전 하다 요령이 생겼거든요. 일단 나는 사이버 상에서 충분히 연습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세트에서 모든 관문을 스턴트 없이 통과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모니터에 영화 장면 중 제이슨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었다.
‘참 인터뷰가 있었지?’
“제이슨, 인터뷰를 놓친 것 같아요?”
클로즈업에 유리는 연예가 중계 스태프들과 약속한 생방 인터뷰가 생각나 제이슨에게 속삭였다.
“지금 하잖아요!”
제이슨은 유리의 동그란 콧날에 마이크 핀을 두들겼다. 그러자 유리는 깜짝 놀랐다. 콧날에 마이크 핀이 오른 자신의 생뚱맞은 얼굴이 대형 모니터에 직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맞다!’
제이슨의 음성이 김재동의 음성만큼 하늘에 메아리 친 현실을 직감한 유리는 조그마한 마이크 핀으로 생방을 하고 있었음을 겨우 깨달았다. 키스와 포옹에 취해 잠깐 맹했었던 것이 창피했다.
“두 분 다 너무 귀여워요.”
“콱 깨물어주고 싶네요.”
화면의 김재동은 행복하면서도 뻥 뚫린 웃음을 지으며 어이없어 했다. 또 깜짝 출연자 여성중견 탈렌트 한 명은 진짜 화면을 깨물어 버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화면을 가득 매웠다. 그것은 당연하다. 사랑을 찾아 여자와 거리를 활보하는 섹시 가이의 모습이 신선할 정도로 다소 개구쟁이 같았기 때문이다.
지글지글한 모양으로 빌딩위에 우뚝 선 대형 모니터가 광고화면으로 찌리릭 바뀌었다.
“인터뷰가 환상이네요. 제이슨! 나, 혹시. 스타와 사귀는 법 그런 것 배워야하는 것 아니에요? 아까 김재동이랑 인터뷰할 때, 창피했어요. 위성용 핀 마이크 같은 것도 모르고. 톱스타와 사귀기엔 내가 너무 촌스러운 것 같단 말이에요.”
“그런 것 없네요. 나야말로 똑똑해지는 법을 배워야할 것 같아요.”
“제이슨이 똑똑해지는 법을 요?”
“아까, 그 친구가 그랬잖아요?”
제이슨은 오후에 다소 짧으면서 좀 생긴 얼굴의 용호를 기억하며 말했다.
“잘생긴 남자치구 똑똑한 남자 없다고?”
“아! 용호요? 본인이야말로 똑똑해지라고 그래요.”
유리는 제이슨의 투명한 눈동자에서 쓸데없이 방방 뛰던 용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괜히 그러는 거에 요. 용호 걔는 본인이 굉장히 잘생긴 줄 안단 말이에요? 키만 크면! 제이슨 같이 완벽한 남자를 보면 질투가 나서 말도 안 되는 안티 비슷한 거라도 해보는 거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우, “ semi-dry, 리틀 카푸치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