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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녀~~

heaven |2003.06.21 12:06
조회 2,114 |추천 0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씩 머리속이 하얗게


비어버릴 정도의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예전에 학교에서 M.T를 간적이 있었다.

그 때 교수님 한 분도 오셨었다.

비교적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으신 젊은 분이셨다.

첫 날, 늘 그렇듯 술판을 벌이다

쓰러진 인간들을 수습하고 나니 시간은 새벽으로 가고 있었다.

그 때까지 살아남은 인간은 7~8명.

교수님도 계셨다.

그래서 작은 방에 모여 조용히 술 잔을 기울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학생들이 첫사랑 얘길 해 달라고

교수님을 졸랐다.

이어, "아내가 첫사랑 이다." 고 얘기하고

"아우~ 거짓말!" 하는 상투적인 얘기가 잠시 오가다

사실은 대학 때 어쩌구 저쩌구 하며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갔을 때였다.

갑자기

 

"뿌우우~~"

 

하고 나팔을 부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어 마무리로

 

"뽁, 뽁, 뽁"

 

하고 짧은 파열음이 들렸다.

"...............!!!"

교수님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에게서 나온 소리 였다....


그 아이의 자세는 무릎을 세우고 두 팔로 무릎을 감싸안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힘조절 하기에는 적절치 못하고

또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기습적인 가스누출에도 취약한 자세였다.

아주 짧은 순간.....

 

 어색한 적막이 우릴 후려쳤다.

1초 내지는 2초가 안되는 순간이었지만

뿌~~ 소리가 나는 순간부터, 내 머리는 그 어떤 슈퍼 컴퓨터 보다도

빠른 연산을 하고 있었다.

우선, 내가 왜 이번 M.T를 따라왔을까 부터 시작해서

아까 잘 걸 왜 이 자리에 끼어 들었을까.

쟤는 저땠구나....

 

평소 공주인척 하더니 꼴좋다.

그리고 저 아이의 앞으로의 학교생활까지.

그러나 가장 시급한 것은 당장의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웃어 버릴까.

 

그럼 너무 상처 받겠지...

아님 맞불 작전으로 나는 트림을 해 버릴까......

그러나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교수님이 침착했다.

"어~ 그래서 말이지. 내가 한참을 쫓아 다녔거든.."

 

하면서

잠시 끊겼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잠시 후 교수님이 마치 풍 맞은 사람처럼

코와 입을 씰룩 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문제는 냄새였다......!!!

곧 나에게도 소리없이 밀려 들었다.

갑자기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암울했던 가스실에서의 고된 훈련을 여기 와서 다시 받다니....




그 방은 정말 작은 방이었다.....

큰 방 두개 잡았더니 그냥 끼워준 쪽방 이었다.....

점점 사고가 마비되어 가면서

저녁 때 채 익지도 않은 삼겹살을 마구 입 안에 우겨넣던

그애의 모습이 떠올랐다...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저, 선생님, 저 밖에서 담배 한 대만 피고 오겠습니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섰다.

분위기를 반전 시키고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 전법이었다.

교수님의 얼굴에 고마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아니 왜? 그냥 여기서 피우지."

그렇게 얘기 하면서도 눈으로는

"빨리 문을 열란 말야 이 새끼야!!!"

 

라고 외치고 있었다.

"아닙니다."

 

하며 돌아서 문을 열고 나왔다.

상큼한 새벽 공기가 어색함과 가스를 동시에

날려 주었다.....

근데 문을 살짝 열어 두려 했는데

그만 철컥 하고 닫혀 버렸다......

안에서 절규하고 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다시 문을 열어둘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무책임하게 그냥 자 버리기로 했다....

더 이상 그 곳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다음 날...........

역시 예상대로 그 애는 동이 트기전 집으로 가버렸다......


그 후......... 그 아이는 뽕녀로 불리워졌다

 

 

 

---written by 구영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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