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형제들이 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다른 형제들 아무도 할머니 모시고 싶은 생각 꺼내지도 않는데
유독 남친은 결혼하면 할머니 모시고 살거라고.. 꼭 모실거라고.
안모신다고 하는 여자는 X가지 없는 여자니 만날 가치도 없다고 그러더군요.
저희집도 어머니가 시할머니까지 모시며 살아오셨었고, 저도 그 밑에서 자랐기에
어른들께 참 잘하고 모실 자신도 있었어요.
그래서 남친이 나중에 결혼하고 모실거라는 말 꺼냈을때 당당히 난 모실 자신있다고 했었고요.
헌데, 요즘들어 잘 생각해보니.. 어른 모신다는게 정말 쉬운일이 아닌거에요..
몸고생은 그렇다치고, 마음고생 말로 못하지요. 저희 어머니만 보아도 아는데....
(어른 한분 계시면 거의 집에 붙어있어야하고 음식 장만에, 손님들도 더욱 자주 올테고
마음편히 옷한번 벗어제끼고 있지를 못할테고 혹시나 아주 나중에 편찮으시기라도 한다면 그 병원비 감당, 조금이라도 무슨일이 생기면 시누들이나 고모님, 작은아버님들께 얘기들을 것들..등등
곰곰히 생각해보니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어머니와 똑같은 길을 걷고 싶진 않아요.
남친과 제가 결혼해서 안모셔도 할머니께는 자식들도 많은데 왜 꼭 우리가 모셔야하나요.
남친은 결혼하고 자기가 좀 더 자리잡고 애도 어느정도 크고, 할머니가 혼자 살기 어려우실때
그때 모셔온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럼 저더러 온갖 궂은일 다 시키겠다는거 아닌가요.
'나 기저귀 갈고 이런건 절대 못해' 라고 말하니, '나도 너 그런거하는건 싫어 그땐 어떻게 되겠지'
...... (더 자세히 생각해보자면, 요양병원. 모신다해도 병원비 보태줄 분들 없을 거고, 보태줘봤자 우리 부부가 부담 제일 클 것이고... 지금 저희집도 그런 상황이거든요)
명절때 고모님 만나면 고모님이 항상 물으십니다.
'XX이랑 결혼하면 할머니 너네가 모실꺼지? 그치? 할머니한테 잘해야된다~'
남친한테 말하니까.. 그런거 귀에 담지 말라는데 점점 부담은 커져가고..
저희 어머니도
'자식들 번듯히 다있는데 왜 손자가 할머니를 모셔? 너 어른 모시는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러니? 시할머니만 모시는게 다가 아니잖아. 시부모님들도 나중엔 모셔야할텐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어머니 말씀이 백번 옳다는걸 결혼할 사람이란 확신히 서면서 깨닫게 되네요.
남친이 시부모님, 시할머님까지 전부 홀로 모실만큼 생활이 넉넉한것도 아니고
시할머니 저희가 모셔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요 정말....
고모님은 벌써부터 가끔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마다 가시가 있는 것 같고. ..후우....
올해 안으로 저희집에 인사오는데 얼른 해결을 봐야할 것 같은데..
도대체 뭐라 말해야될까요, 제 사랑이 변했다고 생각하면 어쩌죠..
잘못 말하면 큰 상처에, 큰 싸움 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