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약을 먹고 길을 걷고 있엇지요.
김영구라는 사람은 나와 처음 대면하고서 얼마안 있다가 밤에 연락을 했다.(이때까지 연락처를 준 기억이 없는데 연락이 저절로 왔다. 약을 먹고도 연락처를 저절로? 가르쳐준 건지 아님 김영구가 연락처를 묻고 전화하는 걸 깜박 빼먹은 모양이다. 저런.....)
밤에 오더니 사람들이 많은 장소로 약속장소를 정한다.
대학 근처였기 때문에 내가 쉽게 노출되는 곳이다.
(내가 걸을 수는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걸로 위안이 됐을까)
주로 같이 있을 때도 말은 거의 없다. 우리는 거의 얘기가 없고 걷기만 하거나 주로 그가 얘기한다.나는 이미 내가 사귀는 사람이 있음을 말했다.
김영구라는 사람, 나, 전부 왜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둘이 왜 이렇게 남의 각본에 따라 충실히 움직이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가끔씩 그 상황에서도 그도 애처럽게 보일 때가 있었다.)
술을 마시잔다.
갑자기 술이 먹고 싶단다. 그러더니 그답지 않게 아주 지저분한 곳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동네의 아주 나이든 사람들이나 갈 것같은 호프집도 살피고 한 30-40분정도 그렇게 술이 고프다면서 찾아다녔다.
성당앞의 작은 치킨 호프집으로 가잔다. 에이급 호텔을 난발하던 그가 술이 많이 고프긴 고픈가보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따라나선다.
나는 나를 버렸다. 그가 맥주를 마시라면 마시는 시늉이라도 한다.
좋아서도 아니고 화가 났던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남이 끄는 대로 갔다.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당시에는 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진공상태로 있었다.
술을 마신 횟수가 3년동안 4번에 불과한 내게(원래 좀 못한다.)맥주를 마시게는 못하겠나보다. 영구는 뚫어지게 나를 본다.
자꾸만 마시라고 권한다. 결국 나는 몇모금마시지도 않고 나와버렸다.
내가 길에 앉아 있었다. 그냥 멍하니 먼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김영구가 몸을 굽혀서 내 무릎을 잡고 내 집으로 가잔다.
나는 아무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냥 생각없이 그렇게 있었다.
집으로 왔다.
그는 침대에 누워있고 나는 방바닥에 앉아있다.
나는 텔레비전만 응시하고 있다.
계속해서 김영구는 안절부절 못하고 침대에서 뒤척거린다.
나는 무서움을 느끼거나 불안하지 않고 그저 진공상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가 나를 잡아당겼다. 무거운 내 몸이 가볍게 들리긴 만무다.
그가 나를 들어서 침대위에 놓고 원하는 걸 얻어간다.
나는 저항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나를 내버려두었다.
나는 그때 한가지를 생각하며 울었다.
-내가 왜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야하나?-
쉴새없이 울고 있는 나한테 김영구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내 몸은 그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소리내서 울고 있다. 김영구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계속해서 내몸에 상처를 낸다.그 사람 가슴을 두손으로 밀었다.
나를 더욱 세게 두손으로 움켜잡더니 그가 말한다.
-잊어?...... 잊어?- 그의 얼굴이 험상굳게 일그러졌다.
나를 더욱 거칠게 다루기 시작했다.
무섭다.나는 거의 소리를 내면서 울고 있다.
그가 주는 충격에 따라 내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매를 맞는 것 같다. 누가 내 몸을 때리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세워놓고 학대하는 것 같다.
나는 빠져나가기 위해 손을 허우적 대면서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시체처럼 널부러져서 있기도 했다가 다시 그한테서 벚어나려고 손을 허우적 거리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렇게 나를 버려뒀다.
그가 내몸을 떠나서도 나는 그렇게 널부러져 있었다.
그는 내게 자신의 성기에 무언가 이상한 피부병이 있다고 했다.
자꾸 뭔가가 난다고 내게 말을 했다.
그가 그런 자신의 결점을 얘기한 것도 처음이었다. 왠지 이상했다.
그가 내게 여태 사귀었던 남자에 대해서 물었다.
나는 둘이라고 대답을 했고, 순간 그가 화난 얼굴이 된다.
질투를 할 사람 같진 않았는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화가 나있는지 얼굴을 돌리고 분노로 가득해서 한순간 참을 수 없어한다.
자기가 그 둘과 같은 부류가 된것이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여태 내가 겪은 일에 화가 난것이지 잘 모르겠다.
잠이 들기전에 그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했다.
약을 먹고 난후 잠이들면 너무나 불안해지고 무서워지기 때문이다.
다시 그때처럼 몸이 들릴 까봐 두려웠다.
나를 그처럼 이용했지만 나는 너무 무서웠다.
울면서 다시 붙들었다.
너무 무서우니까 가지말라고 붙들었다.
제발 내가 잠들때 까지만 옆에 있어달라고 애웡하면서 그의 옷을 잡았다.
그가 내가 누워 눈을 감자 자리를 뜬다.
혼자된 나는 나가는 그를 멀거니 지켜보다가 그 이후로 한참동안 아무생각없이 불이 꺼진 방안에 있었다. 큰 무언가가 와서 나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내동댕이 친다. 머리를 정신없이 만들어 놓고 한 순간에 사라진 느낌이었다.
며칠 뜬눈으로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
몸이 안좋아지기 시작한다.
김영구에게 전화를 해서 말을 했다. 몸이 안좋아졌다고 했다.
다시 몸이 추워지기도 하고 자다가 눈을 뜨면 시야가 어떤 한부분에서 마치 영사기처럼 한동안 계속 깜박이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임신이 됏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엄습해왔다.
내가 병원에 간다고 하자 김영구가 자기가 병원을 소개해준단다.
사창사거리에 있는 김비뇨기과였다.
그가 앞장서서 걷더니 이쪽으로 들어가 보란다. 그는 다른 곳으로 갔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 동물이 된 것 같았다. 진찰대는 너무 차가웠다.
두렵기까지 했다.
의사가 단순히 자궁이 차서란다.
하지만 왠지 이상했다. 너무나 허술했고 의사가 너무 적대적이였다.
성의가 너무 없는 것 같았다.
왠지 무언가 안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고 며칠이 지났다. 차도가 없다.
영구에게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니까.-그것보라고 자기가 더러워서가 아니라고-했다.
그런데 차도가 없다.
다른 병원엘 갔다. 민00산부인과였다.
의사가 살펴보더니 전후사정을 듣고 먼저 갂던 병원이 어디냐고 묻는다.
바로 앞의 비뇨기과라고 했더니, 알았다며 옷을 갈아 입으란다.
그러더니 전화거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고함소리가 들린다.
-그냥 이렇게 방치해두고 보내면 어떻게!...............
........그래도 그렇지..... 그렇다고 그냥 보내!.....-
바로 전화를 걸어서 그 병원의사에게 따지고 있는 것 같았다.
김영구라는 사람이 인도할 때 부터 믿으면 안되는 일이였다.
수술을 하던 날 수술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그때 - 그전에 버스에서 내게 비난을 하던 바로 그 선배 어머니 목소리가 아주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아주 잘 해놨어!-
그때 모든게 분명해졌다.
김영구와 그 병원과 그리고 지금 이 여자가 하는 말......
하루는 영구가 밥을 사겠단다.
김영구라는 사람을 본지 얼마 안됐을 때 였다.
전혀 달가울리가 없다. 나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는 나갔다.
이제는 내가 더이상 잃을 게 없었다. 이제 내가 원하는 건 그 삶들한테 들을 사과의 말뿐이였다.
고민끝에 나갔다. 이제는 어떻게 하나 볼 심산이 솔직히 더 컸다.
막 가고 있는 그들의 행동양식을 보면서 그래 어디까지 이런 짓들을 하나보자는 생각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갑자기 길을 건넌다. 보통 그는 왠만해서 가던 길에 길을 건너가거나 어디를 정해놓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가는 편인데.
그날 따라 길을 건너잔다.
건너서 몇걸음도 채 띠지 못했는데 철조망이 있는 어두운곳에 다다랐을 때
그 선배가 바로 몇미터근방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성빈아!~-
쳐다보았지만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때서야 김영구라는 사람과 성모라는 사람이 연관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확인하게 될줄은 몰랐다.
옷을 갈아입고 내앞에서 거짓행위를 한것이나, 지금처럼 김영구라는 사람과 미리 얘기를 해놓고 이런 상황을 인위적으로 연출한것을 보면 아마도 내가 자살을 시도했던 그 날 계단으로 달음질치던 그를 내가 못보았다고 생각했는 줄 안 모양이었나보다. (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