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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산다는 것...

애기엄마 |2007.09.06 10:39
조회 319 |추천 0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소리를 하며 부모님께 대든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엄마가(혹은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평범한 성격에 평범한 가정에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온 나지만, 나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 나이 30살에 애기 둘을 가진 아줌마의(엄마의) 삶을 살면서,

나중에 내 자식이 커서 저런 소리를 한다면...분노에!!!..당장 발모가지를 분질러버릴 것 같다..-.-

'해준게 뭐냐고? 네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정성이 필요했는 줄 알기나 해!'

 

내 부모님들이 나에게 해주셨던,

무수한 희생, 정성, 노력..그저 묵묵히 주시기만 하셨던 것들을 이제는 내가 베풀때가 되었으나,

내 자식들에게 절대 아무렇지않게, 당연하듯이, 주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막연히...'네가 자식 낳고 키워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겠지...'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나도 자식 키우는 게 진행중이라 내가 겪은 것보다 더 힘든 상황도 분명 올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범위 내에서(4살) 자식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었는 지를

간략하게나마 적어볼란다.

 

결혼 전에 167센치에 48키로 몸매였다.

효리같은 완벽한 몸매는 아니지만, 그래도 옷 살때 창피당해 본 적없다.

얼굴도 동안인 편이라 사람들 만나면 지금도 20대 중반으로 봐주신다.

 

하지만, 애기 갖고부턴 그런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이 희생의 시작이 된다.

임신 중에는 뱃속 태아에게 영향 있을까봐 음주, 흡연이 금해지는 것은 물론이요,

먹는 음식도 가리게 되고(맵고 짠 자극성 피해야),

가는 장소도 정해져야 하고(혹여나 호흡기로 나쁜 영향 있을까봐)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몸에 베어있어야 한다.

 

애기 낳고 나서도 음식 가리는 건 여전하고(모유땜시), 가는 장소는...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생후 100일이 되기 전까진 2시간에 한번씩 모유든 분유든 먹어야하는데, 그건 밤에도 예외없다.

2시간에 한 번씩 먹이고, 2시간 동안 쉬면 되지 않냐고?

애는 1분만에 밥먹냐? 보통 30~40분가량 물고 있는다.

먹고 나면 기저귀 갈아야지, 옷 갈아입혀야지, 맛사지 해줘야지, 목욕시켜야지..

그러면서 기저귀 빨아야지, 집안 청소해야지, 내 밥 챙겨먹어야지, 분유면 젖병 소독해야지...

 

그런 거 하는 동안 애는 가만있냐? 끊임없이 안아달라고 울지, 재워달라고 울지, 밥 달라고 울지..

일단 울면 지금 하고있던 일을 중단해야 하니까..

잠을 자고 있든, 밥을 먹고 있든, 빨래를 하고 있든...

당연히 잠은 쪽잠이요...밥은 항상 불어터진 거요...빨래는 미룰 수가 없으니 잠을 더 줄여야지..

처음 한 달간은 항상 머리가 멍~해 있더라. 잠은 항상 부족하고 만성피로에 몸 가누기가 힘들다.

 

26살에, 친구들은 한창 꽃단장하고 소개팅이니 여행이니 계획짜고 있을 때,

잠 못자 부운 눈에, 씻지도 못해 푸석푸석한 모습에, 축 쳐져있는 가슴과 뱃살을 지니고 있지...

그럼 직장 다녀온 남편이 한 소리 한다. 관리 좀 하라고..-.-

아..놔 진짜...우울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내가 게을러서 그런거냐!! 상황이 상황같아야지~!!

아무튼 남편의 불만도 겸허히 받아드려야 한다...난 이것도 희생이라 생각한다.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뭐라도 주워먹으려는 습성때문에, 뭐하나 제대로 둘 수가 없다.

서랍장은 테이프로 다 붙여두어야 하고, 선반이며 책상에도 물건 둘 수 없다.

이불도 더 자주 빨아야하고, 먼지 하나도 눈에 보이는 족족 치워야 한다.

하루종인 애가 무슨 짓을 하는 지 계속 감시해야 한다.

 

생후 1년 넘어, 젖병 떼고(난 분유 먹였다) 생후 2년 넘어 기저귀 떼면, 한시름 놓긴 한다.

뭐...남들 하는 것 만큼 해준다는 욕심에 백일잔치, 돌잔치..이런 것도 쉽지는 않으나 이런 이벤트는

옵션이라 따로 적지 않으련다.

 

어디 잠시 나들이라도 가려고하면 옷보따리며, 밥보따리며..주렁주렁 들고 다녀야 한다.

애가 좀 산만한 가..주변 살피지 않고 막 들이대면...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동차..

이런거 신경쓰느냐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니다.

10키로가 넘어버리면 안고 다니는 것도 부담이 된다. 하지만 애가 그런거 알아주냐 어디..

안아줘..업어줘...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팔목이 짓눌려도 하던건 계속 해야 한다.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짐보따리까지 들고...-.-

 

아프기라도 해봐...잠 못자고 끙끙거리는 모습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무력함이 느껴지면..

아..놔...진짜 내가 대신 아픈게 낫다는 생각 절로 든다.

왜들 그렇게 소아과 진료 안하는 저녁 때 아파서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지...

갑자기 토한다는가, 갑자기 온 몸에서 발진이 일어난다던가, 갑자기 열이 확 올라버린다던가...

그럼, 또 직장 다녀온 남편이 한 소리 하지..

'애가 이지경이 되도록 뭐한 거야~!!'

나도 원인을 알고 싶다고~!! 그리고 내가 놀았냐? 애에 대한 미안함에, 내 자신에 대한 나약함에

눈물이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다...

 

거기에 동생이라도 생기면...어찌나 샘을 내는지...

누워있는 동생 눈을 찔러본다든가, 볼을 물어버린다든가, 볼펜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든가..

걸음마하는 동생을 옆에서 확 밀쳐낸다든가, 툭툭 때리고 지나간다든가, 발을 밟고 간다든가..

하는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 역시나 계속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 내 생활은? 애 둘 낳는동안 몸매는 이미 망가질 때로 망가지고..(뱃살...안없어져...-.-)

혹여나 애들 살에 생채기 낼까봐 귀금속 착용은 금지에,

항상 어느 순간에서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준비상태 유지를 위해 편한 츄리링 착용..

화장은 할 시간이 없어서 맨얼굴이고...

머리는 항상 쫑끗하게 묶어올린 스타일~

 

싸이에 츄리링입고 애들 돌보고 있는 사진 올렸더니, 친구녀석 하나가 댓글로,

아줌마 다 됐구나~하는데...정말 울컥 하더라!!!

나이 29살에...나도 꾸미고 싶다고~!! 여자로써 삶은 이대로 끝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휴일이나 연휴다 하면 애들 짐보따리 싸고, 징징 거리는 애들 다독여가며, 맘대로 하려는 행동

제재해가며...항상 스텐바이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밥은 항상 애들이 먹고 남은거...

영화라도 한 편 볼라치면, 시어머니한테 갖은 눈치 받아가며 딱 영화만 볼 시간 할애받아야 하고..

친구들이 생일 챙겨주려고 해도, 공짜 티켓이 생겨도, 정중히 사양할 수밖에 없지...-.-

 

결혼 전과 비교하면 이건 거의 감옥신세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맘대로 어딜 나가겠어, 뭘 먹겠어, 뭐 하나를 해보겠어....

그렇게 나의 소중한 시간을 짧게는 7년, 길게는 19년 간 애들에게만 할애하며 지내야하겠지...

 

좀 있으면 남들 하는 것 만큼은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치맛바람도 날려야하겠고,

친구들 간의 싸움도 말려야 하겠고,(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되는 것도 경험하겠지)

점점 말도 안듣고 지멋대로 하려고도 하겠고, 공부 때문에 속도 썩이겠지....

 

아무튼...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가 혹은 아빠가 나한테 해준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태어나서 이만큼 자라있는 것 만으로도 수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부모님께 잘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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