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워에 대해서 냉정하고 예리한 평가를 내린 평론가(?) 진중권씨는
디-워가 미국에서 개봉되는 9월 14일을 '디거(휴거의 응용-확실치않음ㅋㅋ)'라고 칭하며
그날이 오면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논쟁의 최종적 승리자가 자신임을 확신했다.
진중권씨가 그렇게 확신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영화의 완성도가 형편없음을 지적했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억지'라는 판단.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 전략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노골적인 비판.
그러나 그의 비판의 핵심은 디-워를 평가하는 평론가들을 욕하는 네티즌들을 향하고 있다.
그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네티즌들은 논리가 없다고 말하며
싸움 자체가 재미가 없다고 호소하는 진중권씨..
고등학교때 진중권의 "네 무덤의 침을 뱉으라"를 보고 나는 지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지성의 칼날을 예리하게 다듬고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그는 당시 나의 우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앞서 나에게 영웅으로 나타난 존재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아닌 우뢰매의 영구다..
그때는 영화의 스토리나 완성도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바보 영구가 세계를 구출하는 것을 조마조마 지켜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날이면 설레여서 밤을 설치고,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친척들과 함께 영화관을 가던 그 길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설레임으로 남아있다.
영화는 그 자체로 축제였고, 어린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글쎄, 고등학교때의 영웅 진중권씨보다 초딩시절의 영구에게 더 정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디워는 진중권씨의 비판처럼 완성도가 턱없이 부족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평론가 진중권씨를 괴롭히는 악플러들 역시 논점이 없음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아니 우리는 진중권씨보다 영구에게 더 끌리는 것일까?
진중권씨는 평론과 엠비쒸 100분토론에서 '논리'를 잣대삼아 이야기 했다. 그 논리는 합리적이었고, 사실이었으며, 무엇보다 분명했다. 소크라테스까지 등장한 그의 논리적 날카로움 앞에 나는 살기를 느꼈다.
디-워에 열광하는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비-논리적인 존재가 분명하다. 한 때, 논리와 합리의 시대를 살아온 서구의 여러 위인(?)들은 동양사람을 보고 "비합리적, 비논리적, 미개한, 이해할수없는"등의 단어를 들이댔다. 이것이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이다.
"합리적이라고 해서 꼭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참이 아님이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논리적 대립각을 내세워 온 세상을 쑥대밭을 만들어 온 서구의 이데올로기는 경우에 따라서 참혹하기까지 하다.
디-워는 "메이드 인 코리아"다. 때문에 논리적인 구조속에서 보면 형편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서구의 논리의 눈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다.
바로 "정"과 "한"이다. 어린시절 꿈과 희망을 주었던..설레임을 안겨 주었던 영구에 대한 '정'이고, 서구의 컴퓨터그래픽에 유린당해온 한국영화시장에 대한 그 '한'이..우리가 디워에 열광하는 이유인 것이다. (물론 진중권씨는 영화 그 자체로 판단해야 한다며 영화 외적인 '정'과 '한'을 무시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적 잣대로 설명되어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동양의 정서는 따로 떨어뜨림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짐의 정서다. text보다는 context를 중요시하는 정서로 추억과 기억, 의미 등이 '영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논리적 잣대를 깨뜨리는 한국적 정서가 디-워를 '축제의 영화'로 만들었다.
진중권씨는 디-워가 미국에서 개봉되어 쪽박을 차는 9월14일이 자신이 최종적 승리자임을 알리는 '휴거'의 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말이 옳다. 미국인들에게는 영구에 대한 소중한 추억들과 기억이 없으니까. 외래 그래픽에 유린당한 기억이 없으니까..
그러나 어머니 손을 붙잡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영화를 기다려온 미국의 어린아이들에게 디-워는 또다른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영화를 논리적 구조보다는 하나의 축제로 생각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한국적 정서인 '정'과 '한'이 전달될 거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꿈일까?
디-워. 그것은 우리의 축제였다. 정과 한이라는 메이드인 코리아의 승리였고, 먼 옛날 영구의 축제이자, 그를 기억하는 모든이들의 축제였다. 하나의 영화를 '축제'라고 평가하는 것 만큼 최고의 찬사가 있을까?
논리적 구조...그것은 우리의 축제 안에서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