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같이 사는 남자는 32살이다.
나는 28살이다.
알고 지낸 지는 6년이 넘었다.
하지만, 난 부산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온 지 3년 째다.
고로 본격적으로 친하게 된 지는 3년 정도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우리가 사귀게 된 건 거의 1년이 채 안된다.
서울에 와서부턴 자주 만났지만, 난 쭌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아니 있는 건 알았는데, 헤어진 걸로 알고 잇었다.
근데 헤어진 건 아니었고 완전히 헤어진 건 작년 가을 쯤 인가보다.
이유는 물론... 나 때문이다.
담에 기회가 되면 서서히 얘기하기로 하고...
내가 올린 게시물에 다들 부럽다고들... 행복해보인다고... 리플을 많이 달아주셨당.
고맙게시리.. ㅎㅎㅎ (좋아서 어쩔 줄 모름)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도 시련은 있었다는 걸...
쭌은 3형제 중의 막내이다.
위의 두 형들은 나이는 많지만 두 분다 아직 미혼이시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두 분다 연로하시다.
아버님은 군인이셨는데... 엄청나게 무뚝뚝하시고, 엄격하시고...
음... 뭐라고 해야할까... 집안에서는 엄청난 독재자이신가보다.
쭌의 큰 형은 독립해서 혼자 산다.
결혼도 하지 않고...
쭌의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아서... 집을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명절에도 부모님 생신에도 집에 오지 않는다 한다.
쭌의 작은 형은 부모님과 함께 산다.
나이는 35살인데.. 이 형님 역시 미혼이다.
정신지체 장애자이다.
그래서 내 맘이 안좋다.
쭌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작은 형님을 우리가 모시고 살아야한다고 했다.
첨에는 많이 망설였다.... 우찌해야하는지...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2~3년 정도 후에는 시댁에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
쭌의 부모님이 연로하신 관계로...
그리고 쭌의 형들이 아직 모두 미혼인 관계로 쭌과 내가 모실 수 밖에 없는 상황...
작은 형은 누군가가 부양을 해야할 처지이니...
그래서 쭌은 누군가와 결혼을 한다는 것에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우리집에 인사갔을 때 쭌이 우리 부모님께 그런 사실을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듣기 전 우리 부모님은 쭌을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도 딸자식 고생하는 건 싫으셨던지...
나중에 나에게 세상에 남자는 많으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신다.
사람 하나는 맘에 들더만... 참 안타까워하셨고...
부모님까지 그러시니... 2~3일을 혼자서 많이 고민했다.
그런 내 속맘을 모르는 쭌은 내가 혼자 끙끙~ 거리고 있으니... 어디 아픈 지 걱정하고...
그리고 고민 고민하다가...
그래도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 싶고, 모자라기만 한 날 많이 아껴주고...
그냥 아무 생각 안하기로 했다.
그뒤 몇일 후 쭌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어머님은 날 무척이나 이뻐하셨는데, 아버님은 내가 쩜 뚱뚱해서 그닥 이뻐하시진 않으셨당...흑흑~
그리곤 웨딩드레스 입으려면 살 빼야하니까 수영이라도 다니라고 용돈을 주셨다.
물론 그 돈은 쭌 옷 사입혔다... 운동 안하공... 들키면 아버님한테 죽음.
한가지 다행인 것은.
쭌의 작은 형은 나와 우리 부모님이 걱정했던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약수터에서 물도 떠오고, 아무도 없을 때 집도 지키고...
그리고 가구 같은 거 간단한 거 아버님 도와서 수리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세탁기도 돌릴 줄 알고...
혼자 있을 땐 방에서 음악 들으면서 책 보는 게 취미란다. ^^
그리고 어쩌다 한번씩 구청이나 동사무소 같은데서 하는 공공근로 같은 거도 하고 그러나보다.
월급은 얼마 안되지만.... 그렇게 공공근로한 돈을 어머님이 다 모아놓았는데 그 액수가 지금
몇 백만원이라고 한다.
돈을 벌고 안벌고를 떠나서 쭌의 작은 형이... 그냥 초등학생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 같아서
적잖이 안심이 된다.
그러나 참 맘이 아팠던 건.
내가 첨 인사하러 간 날...
쭌의 작은 형은 내가 불편할까봐...또는 어색해서 방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서 점심이랑 저녁을 먹고 왔는데...
식사도 같이 못했다는...
나와서 같이 드시자고 해도 '지금은 배 안고프다'며 안나오시길래...
군것질이라도 하셨나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말 맘이 넘 안좋았다.
그리고 집을 나설 때
어머님이 김치며 밑반찬을 싸주셨는데, 그거 무거울까봐 지하철 역까지 들어다주겠다고...
지난주 일요일날 또 쭌의 본가에 놀러갔었다.
그때는 쭌의 작은 형이 안면이 있어서 그런지 같은 밥상에서 밥도 먹고 농담도 하고 그런다.
말하는 게 좀 어눌해서 난 못알아듣는 말이 있긴 했지만...
담에 또 갈 땐 쭌이 내게 책 사보라고 준 도서상품권을 다시 작은 형님에게 선물해야징.
작은 형님이 도서상품권을 갖고 있길래 뺏어서 나한테 준건데...(원래는 쭌 꺼였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