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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후기... (사슴의 눈을 닮은 사람들... 1 부)

바이올렛 |2003.06.26 20:43
조회 464 |추천 0

 

 

 

 

 

 

후기를 올리면서...

예전에 올렸던 제 글을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그 곳... 소록도에 계시는 분들의 호칭을 어머니,아버지로 부르고 있음을 미리 밝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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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디냐?"

"어찌 여즉도 거기밖에 못 왔을 까나..."

"빗길에 조심해서 와라이~~"

 

아직 "진영"도 채 벗어나지 않을 즈음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걱정이 그렇게 수시로 넘나들었다.

 

교회 청년부 몇 명을 일정에 더 포함시켜 소록도로 나서던 아침은

장마가 몰고온 궂은 비로...

시력이 좋지않은 내겐 최대의 난코스이자... 목적지까지 다 가도록 쉼없이 몰려드는 근심거리를 안은 그런 여정이 되었다.

 

소록도 방문이 처음인 청년 두어 명은 작년에 한차례 다녀온 이에게 내내 질문이 끊이지 않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건장한 청년들을 끼워서 참여하는 요번의 방문에는 왠지 까닭모를 든든함이 앞서는게...

룸미러로 흘끔흘끔 훔쳐보는 아름다운 그 얼굴들이 어찌나 사랑스럽기만 하던지... 첫사랑을 다시 만나러 가는 그런 묘한 설레임이 다 찾아드는 기분이었다. ^^


아! 역시~~

젊음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세상사는 섭리중에서도 제일로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절절히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집사님! 근데 어떤 인연으로 집사님은 그 분들을 아시게 되셨는데요?"

 

아까부터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보조석의 유일한 홍일점이 정말로 궁금함을 담은 진지한 눈빛을 반짝이며 슬그머니 질문을 던져왔다.

 

"글쎄..."

"뭐라고 할까?"

"운명적인 어떤 인연의 어울림이라고나 해야 할까..."

..........................


문득 입가에 얌전히 머금어보는 미소처럼... 옛기억의 아스라한 추억들이 씨줄 날줄로 얽히며 차창에 와 부딪히는 빗방울의 파편처럼 그렇게 스러져간다.

..........................


처음 소록도를 찾았던 꼭 13년 전의 기억이 어제의 일처럼...

아니 그 보다는... '한 하운' 시인의 질곡의 삶을 쫓아 그 소록도를 찾아 집을 나섰던 당돌한 여고생의 20년이 더 넘은 그런 추억이... (이 부분은 예전 글에 나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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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굵어지는 빗줄기 만큼이나 빗물을 걷어내는 와이퍼의 부지런함도 더욱  빨라져 간다.


완전히 몸을 추스리지 못하고 길을 나설 때... 걱정을하며 남편이 손에 쥐어주던 얇은 가디건을 두고왔다는 생각이 퍼뜩 들 즈음에는...

계속되는 에어컨의 냉기로 인해 으슬으슬함과 함께 긴장을 놓지못한 어깨로는 가벼운 통증까지 조금씩 몰려들었다.

 

"지금은 어디냐?"


빗길운전을 노심초사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전화가 굳이 아니었어도...

간절히 떠오르는 뜨거운 커피를 그리는 맘으로...

나는 "남강휴게소" 쪽으로 급하게 우측 깜박이를 넣어 보았다.

 

 

 

 


                                                                         2.

 

 

고흥반도의 진입지인 "벌교'를 지날 무렵에는 그 건장한 청년들도 조금씩 몸살을 해댄다.

섬진강 휴게소를 지나고 부터는 조금 빗줄기가 가늘어지긴 했지만... (대신 바람이 분다)

뻥 뚫린 순천 외곽도로를 지나고부터 만나는 녹동으로 가는 편도길은 특히나 빗길에서는 속도라도 내면 ... 그 위험함이란...

 

그래서도 이제부터는 서서히 마음을 비워야 할 순간이다.

뒤에서 아무리 급한 일로 쌍라이터를 비추거나 말거나...

우측 깜박이를 태연히 넣으며 입안 웅얼거림으로 대신해본다.


"급하시면 댁이 알아서 질러 가셔유~~"


ㅎㅎㅎ


그것도 이제는 세월이 주는 너긋함이자 그 동안에 경험으로 터득한 통뼈(?)의 한 방법이기도 한 것을...

 

"나 여그 선착장에 와 있다. 시방..."


"이제 거진 다 안 왔냐?"

 

아침내 빗길에 대한 조바심을 치시던 어머니는 그렇게 말려도 기어이 선착장까지 마중을 나오셨다고 한다.


마지막 고갯길을 돌아 마악 눈에 펼쳐지는 낯익은 풍경의 "녹동"이 모습을 보이자 청년들의 환호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쉬지않고 터져 나왔다.


특히 이제껏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홍일점이 젤로 그 부산함이 심하다.^^

 

"집사님은 ... 힘드신데... 아까 휴게소에서 운전대를 제게 달라고 해두요..."

 

숨겨진 내면의 못된(?)성격을 알 리 없는 윤 군의 배려가 내심 고맙기도 했지만

자동차에 얽힌 울 남편의 자잘한 사고(?)에 노이로제가 걸린 나로서는... 글쎄...


"자동차 키는 절대로 남에게는 못 맡기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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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째야 쓰까?"


"빗길에 오니라고 엄청 고상 많았다~~"

 


선착장 앞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계셨던지...

입술이 새파래진 어머니가 차문을 미처 열기도 전에 운전석 유리창을 반갑게 두들기신다.

그 눈에 보이는 기다림이 고마워서일까?

순간적으로 울컥 뜨거운 기운이 가슴을 한차례 말없이 스치고 지났다.

 


"밥은 묵었냐?"


"근디 어째 얼굴이 전보담도 못하다~~"


"맨날 가이나처럼 그 나이 모르겠더만... 요번에는 이전보다 쪼까 얼굴이 축이 났구만..."


"워디가 아픈 것이다냐?"

 


미처 동행한 청년들 인사 시켜드릴 여가도 주지않으신 채...

어머니의 반가움은 빗속에서의 지루한 기다림 만큼이나 그렇게 한참을 이어져갔다.

 

세상속의 나쁜 이야기와 욕심을 모르고 사는 순박한 생활이라 그러한지...

벌써 10여 년을 이어온 많은 만남속에서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인정과 세월을 감추는 당신의 나이인거 같다.

 

" 어머닌 더 이뻐지셨네요?"

 

ㅎㅎㅎ

 

그 엄마 최고로 흡족하게 만드는 테크닉도 이제는 몸에 배었다. 여우같이도...

 

유일하게도 직접적인 한센병(이전의 나병... 이제는 그런 표현을 안 씀) 환자가 아니신데도

아버지를 그 곳에서 만나 가정을 꾸리신 터라... 이제는 그 곳이 당신의 삶이 되어버리신 분...

(부연의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조금의 증세는 있어 치료를 받았지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완치후 얼마든지 사회로 나올수도 있었던 그런...)


일흔이 넘은 나이로 보기엔 그 건강함이 항상 보석처럼 빛나보여...

그 얼굴 뵐 때 마다 육십일곱을 채 못 채우고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슬픈 기억이 내겐 언제나 그렇게 서럽다. 

 

 

 


                                                                        4.

 

 

출발에 앞서 대충 필요한 찬거리나 음식은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도... 당신의 고집이 결국은 나를 이겼다.

장바닥이 질척하니 빗물에 젖은 녹동의 골목시장으로 자꾸만 손을 잡아 이끄신다.


"혹시 모르니까 수박은 하나 더 살까요?"


무얼 찾으시는지...

물음에는 대충 건성인 얼굴로...

과일가게 앞에 홀로 세워두고는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신다...

 

대충은 눈에익은 시장통이건만... 그래도 번잡한 곳에서는 나는 아직도 헤매고 다닐때가 더 많다. ^^

여담이지만 이 곳의 사람들은 시장가서 꼬막을 안 사면 큰일나는줄 아는거 같아 보인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제사상에도 올릴 정도라 하니...

정말로 10년이 넘도록... 올때마다 밥상에서 그 꼬막을 못봤던 기억이 내겐 별로 없다.

 

ㅎㅎㅎ

가끔씩 따라나서는 어머니와의 장구경은 참으로 그 재미가 쏠쏠하다.

어머니...

수박을 사도, 생선을 사도... 심지어 오이를 몇 개 사는데도 항상 그러신다.


" 아따!! 그 놈말고 쪼까 더 싱싱한 저놈으로 주랑께~~"


"이 놈은 얼마고, 저 놈은 얼마냥게?"


" 움~마!! 비싸버려~~ 뭐씨 그리 비싸다냐?"

 

ㅎㅎㅎ

하기는 이 곳 사람들은 40을 넘긴 사람에게도 "우리 아그" 라고 하긴 하더라만...

 

무엇을 그리 비밀스럽게도 준비를 하시는지...

추적한 빗줄기가 흥건히 장바닥을 적셔가는 녹동 시장통 한가운데에 서서 살가운 풍경의 넉넉함으로 10여 분을 더 우산 아래서 한기를 느껴야 했다.

 

 

 

 

 

                                                                        5.

 

 

집을 나서면서 최고로 걱정이 되었던 부분...

선착장에서 운반선에 차를 싣는 일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요번에는 청년부 미남의 도움으로 그 고민은 깡그리 잊을수가 있었으니... (참고로 승용차 운임은 미리 왕복요금을 받는다)

 

드디어 운반선의 뱃머리가 우리의 목적지인 소록도로 향했다.

 

사슴을 닮은 순박한 눈길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아름다운 둥지.

녹동항에서 마주보면 채 5분도 안 걸리는 그 짧은 거리를...

그러나...

그들의 마음을 얻고... 나누고... 진정한 사랑을 전하기에는 10년이 더 넘는 시간의 지루함을 참고 견뎌내야 했으니...

 

빗길의 여정이라 그런지 예전 어느때보다도 마음 한 자락이 촉촉하게 젖어드는 기분을 숨길수가 없었다.

 

소록도의 선착장의 입구인 구라탑 아래 차를 세워놓고 어머니 모르게 나는 다시 한번 동행했던 청년들에게 나름대로의 당부를 해보았다.


첫째: 자신의 감정으로 그이들 앞에서 동정의 얼굴빛이나 값싼 눈물을 삼가할 것.

 

둘째: 사는 환경이나 살아가는 방법에서는 보통의 사람들과 조금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  다만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지 않은 상처의 후유증을 몸에 지니고 있는 차이가 있다는 정도...

 

셋째: 요즈음은 대부분의 봉사지인 교회에서 봉사자들의 손으로 숙식을 해결하지만... 혹여 젊은이들을 아끼는 마음에 별식으로 음식을 주시는분 앞에서는 절대로 웃으면서 감사한 표정으로 그분들의 마음을 받을 것. 등 등...

 

 

병동과 마을의 초입지인 사무실에가서 방문 목적과 방문지를 밝히고는 신분증을 건네고 방문증을 교부 받았다.

소록도의 방문이 난생처음이라는 윤 군과 홍일점의 얼굴이 룸미러로 지켜봐도 차츰 조심스러워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긴장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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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까지 태운 정원초과인 상태로 마을로 오르는 가파른 언덕길로 조심스러운 출발을 했다.

여전히 내리는 빗줄기를 부지런히 닦아내리는 와이퍼의 움직임이 이전보다는 조금 둔해지긴 했지만...

 

 

고갯길만 올라서면 이제는 눈을 감고도 찾아가는 낯익은 솔숲의 가르마같은 그 길을 따라서...

물기묻은 솔향의 그윽함이 예전에 없이 짙으디 진하게 날아드는 숲길속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렇게 엑셀의 페달을 조심스레 밟아보았다.

 

 

 

 

이상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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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아직 여독이 남아있는 관계로 이어지는 글은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급한 마음에 글을 제대로 정리도 못하고 올림을 용서바라며...

거듭 부탁 드리지만 이 글은 무슨 습작도 아니고... 저를 내세우는 자랑은 더더욱 아닙니다.

특별한 곳에서의 소중한 제 경험담이라 여기시고...

이젠 제발 좀... 이쁘게 봐 주이소~~~ ^*^ 

*호환 마마보다도 더 무서운 쪽지말입니더~~ *


ㅎㅎㅎ

 

 

*바이올렛*

 

 

 

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기에 삶이 힘들어 지칠 때면 나는 얼른 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 냅니다. 그러면 새 힘이 생기고 삶의 짐이 가벼워집니다. 슬픔과 아픔이 나를 휩쌀 때면 나는 얼른..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 냅니다. 그러면 슬픔이 옅어지고 아픔이 치료됩니다. 좌절하고 낙심될 때면 나는 얼른..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 냅니다. 그러면 좌절의 늪에서 빠져 나와 새로운 소망의 언덕에 서게 됩니다. 일이 잘 되지 않고 실수하여 야단 맞을 때면 나는 얼른..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 냅니다. 그러면 나의 부족함이 깨우쳐지고 겸손한 자세로 새로운 다짐과 노력을 하게 됩니다.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면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냅니다. 그러면 외로움과 쓸쓸함이 썰물처럼 밀려가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정다운 모습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미움이 일어날 때면 나는 얼른..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 냅니다. 그러면 미움이 사라지고 다시 사람을 신뢰하게 됩니다. 불평이 가득하고 웃음이 사라질 때면 나는 얼른..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기억해 냅니다. 그러면 불평이 떠나고 미소가 피어 오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나의 가장 큰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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