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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빗속의 홀랑~

은하철도 |2003.06.27 13:59
조회 194 |추천 0

꽤 오래전의 일이다. 강원도 평창으로 해서 정선 쪽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지금은 턴널이 뚫여서 험한 고개를 안 넘어가지만, 옛날에는 비행기재라는 무척 험한 비포장 고갯길을 넘었어야 했다.

장대비가 퍼붓는 고개를 넘어 가는데...... 사방에는 인적도 없고 또한 자동차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백년노송이 곁에서 지나간다. 퍼붓는 장마비는 다정하다.
이럴 때에는 그럴듯한 애인이나 옆에 태우고 가면 금상첨화일텐데...
쬐끔은 삐딱한 생각이지만, 인생이란 가끔은 그런 맛도 있어야.....ㅋㅋ

머리속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며 가는데 차가 기웃뚱했다.
핸들이 한쪽으로 쏠리는게 좀 이상했다.

가만히 있자.....붕붕~~~
얼래?
바퀴가 빵꾸 났잖아........?

실로 난감했다. 스페아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 하는데, 억수로 퍼붓는 장대비를 꼼짝없이 맞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우산도 없었다.

캬~~~ 이런 때에는 제천에 있는 모 다방의 김마담이 옆에 있어야 되는데.....힝~

싹싹하게 남자를 잘 챙겨주던 여자인데, 언젠가는 나를 보고 눈웃음 치면서 이러지 않았는가....
혹시....... 어디 가시면 저를 데려가 주세용~ 바람도 쐬고 싶넹~~

별안간 눈 앞으로 마누라의 얼굴이 김마담을 덮치면서 눈을 부릅뜬다.
익크~~~~~
알면 모가지당~

차에 앉아서 한참을 고민했다. 옷이 몽땅 젓으면 그대로 하루를 지내야 하는 형편이었다.

흠..... 두리번~ 두리번~~
사람도 없고.... 지나는 자동차도 없고..... 한번 쑈를 해봐?

주섬주섬 홀라당 옷을 벗었다. 팬티도 몽땅 벗었다.
차 밖을 나서면서 장대비를 맞으니 너무도 상쾌한 기분이 싹 스친다.

트렁크에서 스페아타이어를 꺼냈다. 도구를 손에 쥐고는 뒷바퀴에 붙었다.

원시의 몸놀림..... 호모사피언스라는 인류의 첫 조상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닌가...... 너무도 시원한 것이 정말로 살 맛 난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정선 아리랑이나 흥얼거려 볼까....

맨발로 질퍽거리며 홍홍 거린다.
머리를 때리는 빗줄기..... 등짝을 두드리는 장대비..... 맨 땅에 오리지널 엉덩이를 착 깔고는 볼트를 조인다.

완전 홀라당으로 빗속의 생쑈를 하는데, 고개 모퉁이를 쓱 돌아서면서 모습을 드러낸 자동차가 눈에 퍼뜩 띄었다.

이긍~
망신살이다. 누가 보면 정신병자라고 하지 않겠는가.....

후다닥~~~ 앞 문으로 들어갈 틈도 없는 졸지의 일이라 뒷문을 열고 차안으로 뛰어 들었다.

뒷좌석에 찰싹 업드려 눈치를 보는데.... 하필이면 높은 운전석의 타이탄 트럭일게 뭐람~~

그것도 운전수 옆에는 젊은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이다.
몸을 의자 밑으로 스르르 굴려 떨어 뜨리면서 뿌연 창문 때문에 내 모습이 안 보이기를 기도했다.

부르릉~~~ 부르릉~~~

끙끙 거리며 올라오던 차는 내 곁을 스치는가 싶더니만 딱 서는 것이 아닌가....

얼래....?
저 차가 왜 서지?

머리만 뿌연 창에 대고는 빼꼼 내밀었다.
타이탄 트럭의 창문이 살짝 내려지더니 사십대 정도 보이는 운전수가 소리를 질렀다.

"차가 빵구 났어요? 제가 좀 도와 드려도 될까요?"
이긍~
그냥 가라~~ 안 보이는게 도와주는 것이다.....

손을 들어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적진을 노려보는 병사의 눈으로 상대방을 응시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의 얼굴이 운전수의 뒷통수에 포개지면서 나를 빤히 내려다 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그 젊은 여자는 손가락을 하나 펴서는 자기 옆통수에 대고 빙글빙글 돌린다.
운전수의 귀에대고 뭐라고 도란도란 거린다.

잉.........
좀 맛이 간 사람이라고 말하겠지.

나도 히쭉 웃었다.

운전수는 히쭉 웃는 내 모습을 보더니 그 여자에게 뭐라고 한다.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붕붕거리면서 출발하였다.

힝~
비오는 날에 홀라당 벗고는 산속에서 병정놀이 하는 정신병자 쯤으로 취급하겠지....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저...사람이 맛이 가도 많이 간 모양이야...
쯧...생긴건 멀쩡해 가지고... 참 안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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