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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우스의여자(8)

써니 |2007.10.02 00:31
조회 759 |추천 0

 


#8. 우주는 나의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날 푸른 바다에는 차가운 파도가 쳤다

그리고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우린 하늘과 맞닿아 있는 그 곳에서 만났다


“한기자님 잘 들으세요 여기에 있는 강민한씨는 1년동안 한국에 있지 않고 외국을 떠돌며

여행을 다니고 1주일전에 귀국을 했습니다 그러니 한지유 니가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잖아”


여행...?

내 머릿속으로 지나간 영상이 있었다

난 조심 스럽게 강민한이라는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 괌 여행 간 적 있으세요?”


순간 정적이 흘렸다

아마도 그 남자 머릿속에서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같은 영상이 지나 가버린 모양이다

한달 전 쯤 괌에서 만난 인정머리 없는 남자와 팬더가 되어버린 여자

그들이 다시 한국 땅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당황스러워 하는 두 사람의 표정을 읽은 신은준이 말하였다

“이 분위기는 뭐야 .. 설마 진짜 아는 사이야?”

“뭐 ..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는 사이”

강민한이 대답하였다


“그런 대답이 어디있어 한지유 니가 말해봐 형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좋은 사이는 아니야”

나는 단호히 말하였다

분명히 그도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지유씨라고 했나? 그땐 미안하게 됐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렇게 나를 몰아세우며 내 눈물에서 콧물까지 만들게 한 남자가 나에게 사과를 하였다

“뭐가요”

“물론 내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지유씨 말대로 남에 연애사에 참견 한 것 같아서

찝찝하더라고요 본의 아니게 참견하게 된 건 미안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놀라기도 했지만 사과를 하는 그의 태도에 한번 더 놀래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있었다


우리를 잠잠코 지켜보던 신은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줌마 나도 여기에 있거든요 좀 알아 들을 수 있게 말 합시다 아님 설명이나 좀

해주시던가요”


“나 가봐야겠어”

“엥? 왜 벌써가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났어 나 갈게”

 

난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나를 부르는 신은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뒤 돌아 보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분명히 이인우와 함께 했던 일들이 생각나서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난 이유도 모르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11시가 넘어서 귀가한 딸을 보며 엄마는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물었다


“언니 나 진짜 옷 빌려주면 안돼?”

“입어 입어”

“진짜? 난중에 딴 소리 하면 안돼 ”

 

 


술 기운이 조금 돌아서인지 잠이 왔다

오늘 같이 이유도 모르게 슬퍼지는 날엔 소주로도 나를 위로 할 수가 없다

그냥 아침이 오길 기다리며 조용히 잠 드는게 최고의 방법이다

 

 


오늘은 루팜에 들리지 않고 바로 프리준으로 가기로 하였다

어젯밤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뛰쳐 나가버린 것을 생각하니 조금 있다가 만날

신은준에게 민망한 노릇이었다

 

 


“한기자 언니 제가 어제 실수라도 한건 없어요..?”

“응 전혀”

실수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에 비해 은혜씨의 주정은 양반 이었다

난 왜 술만 마시면 이렇게 실수를 하지 한지유 제발 작작 좀 마셔라

 

 


“좋은아침”

“네 좋은 아침이예요”


신은준이 밝은 인사로 출근하였고 직원들 역시 회사의 대표에게 밝게 인사 해주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일보다 더 힘든 것이 사람과 사람의 사이이다

마음에 맞지 않는 직장동료, 직장상사 등 사람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사람 때문에 힘이 든다면 얼마나 힘들지 그건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난 다행히 나를 괴롭히는 상사도 없고 운 좋게 마음에 맞는 직장동료도 만났다

제3자의 눈으로 봤을때 프리준 식구들 역시 모두들 사이가 좋은 듯 하였다

이건 정말 축복받은 일 중에 하나이다

오늘도 힘든 사회생활에 그리고 힘든 인간관계에 지친 그대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

 

 


“왜 이렇게 일찍왔어”

아침 일찍 등장한 나의 모습에 신은준이 말하였다

“몸이 피곤해서 일찍 일하고 집에 가서 좀 쉬려고 .. 감기인가 목이 따갑네”

“이것봐 이렇게 옷을 얇게 입고 나니니깐 감기나 걸리지”

 


10월이 넘어서고 있는 날씨에 비해 얇은 나의 옷을 지적하였다


“왜 이르셩 신경끄시죠 신대표님”

“좋다”

“뭐.. ?”

갑작스러운 신은준의 표현에 나는 당황해져 얼굴이 붉어졌다

“좀 비켜봐 너 때문에 김태희 CF 보고 있는거 가리잖아”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김태희에게 열광하는가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붉어졌냐 토마토같다”

그럼 그렇치 사람 창피하게 만드는 데는 타고난 놈이야

더 이상 말을 이어가면 내가 불리해 질거라는 생각에 자리를 슬쩍 뜨려고 일어섰다


“좋다”

“이번엔 또 뭐 누구 CF인데”

“한지유 너 말이야”

“뭐야 .. 갑자기 또 왜 이래”

“그렇게 반말 쓰니깐 좋다고 계속 그렇게 편하게 말하세요 한기자님”

“실없기는 그럼 다음에는 욕도 해줄게”

“욕? 너 진짜 웃긴애다 그래도 욕은 내가 너 보다 조금 더 자신있어”

 

 


우린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존칭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다

마음이 열릴 때 그때 진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지금 난 이 녀석과 친구가 된 것같다

 


“좋다”

“너 지금 나랑 장난쳐?”

“한씨 아줌마 그렇게 웃어라고 넌 무표정이면 홍콩할머니 보다 더 무서워 안예뻐

그러니깐 지금처럼 그렇게 웃어 내 말 잘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

 

 


신은준은 큰 손으로 나의 머리를 가볍게 누른 뒤 내 옆을 지나갔다

나의 머리를 가볍게 누르는 그 순간 힘내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 같았다

일을 마치고 오랜만에 집에 일찍 귀가를 하였다

신은준은 내게 어제 회식자리에 있었 던 일은 아무것도 말하지도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았었다

 

 


“엄마? 뭐야 아무도 없는거야 ”

일찍 집에 들어오면 뭐하나 날 반겨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네

그때 마침 집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지유니?”

“이모야?”

“니가 이 시간에 집에는 왠일이야”

“일찍 퇴근했어 이모는 왠일로 전화하셨수”

“너 말고 집에 다른 식구들은 없어?”

“응 아무도 없어”

“큰일이네”

“왜 무슨일이야”

“중요한 자료를 두고 왔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거라서”

“내가 가져다 줄까?”

“니가..? 아니야 괜찮아”

“당장 필요하다며 괜찮아 내가 회사로갈게”

“괜찮겠어?”

“내가 무슨 죄 지었는가 이모 회사에 심부름 간다는데 뭐가 문제야 지금 출발할게”

 

 


이인우와 같은 회사에 근무 중인 이모는 내가 회사에 갔다가 우연이라도 이인우와 마주칠까봐

그게 걱정인거다

나 또한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만약 마주친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야겠다

 

 


이모는 I.O라는 청바지회사에서 근무 중 이다

난 이모에게 자료를 무사히 넘겨 준 뒤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계속 나에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I.O회사에 있는 커피 자판기였다

내 평생 먹어 본 자판기 커피중에서 제일 으뜸의 맛을 자랑 하고 있는 커피가 바로 이곳에 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지나간다고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감동이 되어버린 300원의 감미로운

 자판기 커피를 버리지 못하여 결국 커피 한잔을 뽑고 말았다

 

 


“바로 이 맛이야 대기업이라서 그런가 커피 맛이 예술이네”

다음달에 회사에 건의 할 내용 기재할 때 커피 자판기를 바꾸자고 적어야겠다

 

 


“한 ..지유?”

이런 젠장 .. 결국 만나고 말았다

머릿속으로는 그를 무시하고 내 갈길 가는 거였는데 발이 움직이질 않았다

 

“너 아직까지 나 못잊어서 회사로 찾아온거니?”

“참나 .. 기가막혀서”

“얼마전에 계속 전화하다가 끊은 것도 너였지”

“이봐요 그만하시죠”

“그것 때문에 내 와이프랑 얼마나 싸운 줄 알아 이제 속이 시원해?”

그것 참 쌤통이다

“ 이쯤되면 병입니다 이인우씨”

“그래 끝까지 말 안할줄 알았어 너 원래 그렇게 독한 구석이 있잖아 그래도 회사까지 찾아온건

 좀 오바한거 아니야?”

“너 보러 온거 아니야”

“그럼 누구 보러 온건데 설마 이모 보러왔어 이런 말은 안하겠지”

“너 정말 .. 이런 인간이었니”

“봐.. 말 못하잖아 진짜 너야 말로 왜 이러는데 구질구질하다 한지유”

 

 


2년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마음 아파하는 나에게 그는 말했다

구질구질하다 한지유..

 

 


“구질한건 그쪽 인 것 같은데요”


내가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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