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나면 가끔 톡을 보며 사람들 사는 모습보고 시름이나 잊곤하는 평범한 33세직장남 입니다.
별볼일없는 놈인데 하늘과 여친마마가 어여삐여겨 1년 조금 넘은 여친이 있습니다(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친도 나이가 제법되고(저보다 한살 어리니 모 동갑이지요. 전 성격이 괴이해서 서너살만 어려도 여자로 절대로 안보입니다 얼라로 보이지요. 5살 넘어가면 이거뭐 대화도 싫습니다.. )그러니
여친집에서 슬슬 압박이 있었습니다. 보자보자하는데 제가 이리 째고 저리 째고 그랬지요.
저도 제몸이 하루가 다르게 삭아가는걸 온 피부로 느끼는데, 왜 빨리 여친부모님께 인정받고
정식으로 사귀다가 결혼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다만 제가 졸업하고 나서 남들처럼 취직하지않고, 똥오줌못가리고 사업한다고 5년을 허송세월(?)
했답니다. 집에서 돈끌어쓴것도 없고, 남들은 빚없는게 어디냐고 하지만 일단 사업을 접었을때는
31살이라는 나이와 빈통장, 경력0년 뿐이더군요. 직원분들 급여+각보험료 안밀린다고 혼이 허공에
떠서 지내다보니 훌러덩 지나간 5년. 30대아저씨가된 나. 운동못해서 나온 똥배. 조금만 차가우면 무릎이 시립니다. - _-;
그래서 늦었지만 정신을 수습하고 취직을 하려하니 30대무경력자를 누가 쓰겠습니까..
다행히 따논 자격증도 꽤되고 영어는 즐이지만(꼬부랑말 갓뎀입니다)..
이대로 가면 쏘주한잔 먹을 돈없겠다 싶어서 취직좀 해보겠다고 발악을 할때,
지금 여친을 만났죠. 똑똑하고 야무지고 돈잘벌고(- _-) 어쩌다
저 같은 물건이 눈에 찼는지 우둔한 제 머리론 이해가 가지 않는...
제 이상형입니다. 제가 무식해서 똑똑하고 야무지고 시원시원 터프한분 좋아합니다.
막 여성스러워서 애교떨고 아양부리고 이러면 정신이 허공에 붕 뜨면서 정신이 분열하기 시작하죠.
암튼, 미래도 희망도 없는 구직자생활에 한 줄기 서광과도 같은 여친, 고맙고 사랑스럽고 존경하고
결혼까지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이력서 약간 개조하고, 꾸미고(본인을 주변에선 엑셀의王이라고들..)해서 모중견기업에
바로 대리로 들어가서 일하다 한번 옮겨 지금 직장에서 견마지로를 다하고 있습니다.
이리 빼고 저리 빼고 그러기를 몇차례, 아예 식당예약을 해놓고 일방적 통보를 하더군요.
다행히 일주일전에 통보를 받아, 아침저녁 운동도 하고, 싸우나가서 땀도 빼고, 잊고 살았던 새옷도
사고, 머리좀 정돈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야 확신이 드시게끔 해드릴 자신이 있었으나 무식이
드러나면 곤란하니 틈나는 대로 교양잡지(서적은 오래걸리니;)도 보고 세상돌아가는 것좀 보고
나름대로 준비하고 똥배보일까봐 배에 힘팍주고 나갔습니다.
이런저런 뻔한 이야기가 오고간 후, 키도 크고 등치도 남자답다고 초반엔 분위기 좋았습니다.
여친부모님 : 그래 대학은 어디나왔지요?
본인 : 한X대 공대 나왔습니다.(잉 이 아이가 이런 야근 안했나? 하면서 한줄기 식은땀이 삐질)
여친부모님 : 캠퍼스는 아니겠지?
본인 : 본교입니다.
여친언니 : 바보는 아니네;
여친부모님 : 석사?
본인 : 학사입니다.
여친부모님: 영어는 좀 하지? 요즘은 영어가 어쩌고...
본인 : 영어 못합니다.(전 거짓말을 전혀 아예 완전 못합니다. 일반 대졸자수준어쩌고하려다가 그냥 못한다고 했네요)
분위기 약간 싸해짐..
여친부모님 : 집이나 주택관련은 준비한게 있나요?
본인: 없습니다(사실 부모님이 저 결혼할때 주신다고 15여년 전부터 사두신 아파트가 잠실에 한채 있긴 합니다..원래 저희 가족이 4년정도 살던집이죠.주상복합으로 3단변신해 있더군요, 제 명의긴해도 아직 부모님 재산이고 사람일이 어찌될지 모르니 확실하지도 않은것 발설하는게 마땅치가 않습니다. 이건 여친도 모릅니다)
완전 싸해짐..
여친부모님 : 돈은 얼마나 모아뒀어요? 연봉은?
본인 : 세합3700받고 5000모아뒀습니다(직장생활 2년해서 나름 아껴 모은돈입니다)
하지만 하려고하는 목표도 있고 열심히 정진하면...어쩌고...나름대로 잘 진행....저쩌고..
여친언니 : 하~
이 뒤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가 않군요.
몇마디 말이 더 오간 후 가족들끼리 이야기할것이 있으니 먼저 일어나라고 하더군요.
화가 났지만 저나 여친이나 낳아준 근본이 있는건데 끝까지 정중하게 인사는 드렸습니다.
똑똑하고 야무지던 여친 따라 오려다 부모님 손짓한번에 주저앉더군요.
이 순간에 이 여자분하고는 잘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주저앉아서 그런거 같지는 않고 - _-)
그거보니 뒤돌아서서 눈물도 조금나고 제 부모님께 못나서 죄송하고..잘 키워주셨는데 제 힘으로
여친부모님께 인정하나 못받는다는 사실이.
전 평소에 말잘한다는 이야기 늘 듣습니다. 임기응변의 말솜씨말이지요.
그런데 저런 이야기를 초면에 분위기 좋다가 갑자기 들으니 말은 혀끝에서 나갈 생각을 안하고
저런기본적인 것들은 여친이 이야기했거니 했는데 완전 당황스럽고 땀나고 갑갑하고
난 이런취급 받아도 상관없는데 부모님께 죄송하고 ,여친한테도 민망하고 뭐랄까
어렴풋이 알던것도 막말로 까내려지니 확 와닿더군요.
한번실패가 정말 돌이킬수가 없구나.
남자 집없고 돈없으면 결혼못한다더니 말만 그런게 아니구나.
여친 사랑하고 존경하고 하는 마음보다 회의감, 후회, 자괴감이 더 커지더군요.
그래 첫만남에 오케이하는 부모가 말이 안되지,
뻐기면서 잘해나가고 성실한 모습보이면 마음을 여시겠지,
다 재끼고 여친 정말 사랑하고 놓치기 싫으니 버티자 잘해보자.
라는 생각보다 뭐랄까 2년전 폐업신고 했을때처럼 맥이 탁 풀리는게 아무것도 하기싫고
술이나 퍼마시고 싶고 그러네요.
글을쓰니 조금 진정되기는 한데 주말에 알콜에 뇌를 한 30시간 담궈두면 뭔가 답이 나오겠죠.
신기한게 아는사람 아무도 없는 이런데 끄적이면 좀 효과가 있구만요.
1줄요약: 별야그아닌데 쓰고 보니 졸라 길다. 열심히 살자.